박유천이 10일 오후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진행된 긴급 기자회견에 참석해 입장문을 꺼내고 있다. 소속사 씨제스엔터테인먼트는 "현재 황하나 마약수사와 관련해 연예인 A씨로 지목되고 있어 입장을 밝히기 위해 자리가 마련했다"라고 밝혔다. (사진=이한형 기자)
"제 인생 전부가 부정당하는 것이기에..."
'성스캔들'에 휩싸여 곤혹을 치렀던 가수 겸 배우 박유천(33)이 또 한 번 논란의 중심에 섰다. 전 연인이자 남양그룹 창업주의 외손녀인 황하나(31) 씨의 마약 투약 혐의와 연관이 있는 연예인으로 거론됐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10일 오후 긴급 기자회견을 연 그는 "인생 전부를 부정당하고 싶지 않다"며 "저는 결코 마약을 한 적이 없고 황하나에게 마약을 권유한 적도 없다"고 강조했다.
앞서 박유천은 지난 2016년 네 명의 여성에게 성폭행 혐의로 고소당한 바 있다. 2004년 동방신기 멤버로 연예계에 데뷔한 이후 국내는 물론 일본, 중국 등 아시아권에서 큰 인기를 끌며 한류 스타 반열에 오르고, 배우로도 활동하며 승승장구하던 와중에 벌어진 일이었다.
이후 박유천은 오랜 공방 끝에 무혐의 처분을 받았지만 이미지에 치명상을 입었다. 그는 군 대체 복무를 마친 이듬해 일본에서 팬미팅을 열며 다시 활동을 재개했지만, 여론이 좋지 않아 제대로 기를 펴지 못했다. 올해 들어서는 활동에 대한 의지를 더욱 강하게 드러냈다. 지난 2월 솔로 정규앨범 '슬로우 댄스'를 냈으며, 3월에는 한국과 일본에서 콘서트를 열고 팬들과 만났다.
이런 와중에 황하나 씨를 둘러싼 논란과 엮여 또 한 번 이미지에 타격을 입게 되자 박유천과 소속사 씨제스엔터테인먼트는 위기의식을 느끼고 기자회견을 자청한 것으로 보인다. 소속사 관계자는 기자회견에 시작 전 "오늘 수사기관으로부터 황하나 씨 진술에 박유천 씨가 거론된 게 맞다는 연락을 받아서 이 자리를 마련했다"고 밝혔다.
박유천이 10일 오후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진행된 긴급 기자회견에 참석해 하고 있다. (사진=이한형 기자)
취재진 앞에 서 마이크를 잡은 박유천은 '마약을 한 적이 없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예전처럼 다시 연예 활동을 펼치고 싶다는 의지를 보였다. 그는 "다시 연기하고 활동하기 위해 하루하루 저를 채찍질 하고 있다. 그런 제가 그런 노력이 물거품이 되는 마약을 복용했다는 건 상상할 수도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또한 박유천은 "경찰서에 가서 성실히 조사 받겠다"면서 "이 건에서 저의 혐의가 인정된다면 연예인 박유천으로서 활동을 중단하고 은퇴하는 것을 넘어, 제 인생 전부가 부정당하는 것이기에 절박한 마음으로 이 자리에 섰다"며 결백을 강하게 주장해 이목을 끌었다.
그런가 하면, 기자회견 말미 한 여성이 "하늘을 봐요! 기도할게요!"라고 외치는 작은 소동도 있었다. 현장이 혼란한 틈을 타 몰래 기자회견장에 들어온 박유천의 팬인 것으로 추측된다. 박유천이 팬들의 바람대로 이번 논란에서 벗어나 다시 활동의 기지개를 켤 수 있을지 주목된다.
한편, 경찰은 이날 기자회견이 끝난 이후 기자들에게 문자 메시지를 보내 "박유천 씨 소속사에 연락을 취한 적이 없다"고 씨제스엔터테인먼트 측과 다른 목소리를 냈다. 다만 "박유천 씨가 자진 출석한다면 일정을 조율해 그 입장을 들어볼 예정"이라고 밝혔다.
가수 JYJ 박유천이 10일 오후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진행된 긴급 기자회견에 참석하고 있다. (사진=이한형 기자)
다음은 박유천 긴급 기자회견 입장문 전문.
이 자리에 오기까지 정말 많은 생각과 고민이 있었고 무척 힘든 시간이었다. 하지만 용기를 내어 이 자리를 결심한 것은, 제가 모든 것을 직접 솔직히 말씀드리는 것이 맞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저는 우울증 치료를 받고 있었다. 한동안 수사를 받았고 법적으로 무혐의가 입증되었으나 저는 사회적인 질타와 도덕적인 죄책감, 그리고 수치심으로 고통스러운 시간을 보냈다. 자숙하고 반성하며 다시 시작할 수 있다는 생각을 했다가도, 그냥 죽어버리고 싶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고, 저 자신이 용서가 되지 않아 잠을 잘 수도 없고, 술을 찾기도 했다. 정신과에서 우울증 치료를 받게 되었고, 수면제로 잠드는 날들이 많았다.
저는 결코 마약을 하지 않았다. 보도를 통해서 황하나가 마약수사에서 연예인을 지목했고 약을 권유했다고 하는 것을 보면서, 그게 저로 오해받을 수도 있다는 생각에 너무 무서웠다. 나는 결코 마약을 하지 않았는데, 나는 이렇게 마약을 한 사람이 되는 건가 두려움에 휩싸였다. 아니라고 발버둥 쳐도 그렇게 될 수밖에 없겠다는 공포가 찾아왔다. 하지만 저는 결단코 마약을 하지 않았기 때문에 수사기관에 가서 조사를 받더라도 제가 직접 말씀을 드려야겠다고 판단했다.
우선 저는 황하나와 작년 결별했다. 결별 후 저는 황하나에게 협박에 시달렸지만, 그래도 그 사람은 제가 정말 힘들었던 2017년, 세상이 모두 등을 돌렸다고 생각했을 때 곁에서 저를 좋아해준 사람이기에 책임감이 있었고 미안한 마음도 있었다. 그래서 헤어진 후 불쑥 집으로 찾아와 하소연하면 달래주려고 했다. 그럴 때마다 저는 수면제를 먹고 잠을 자는 시간이 많았다. 황하나 역시 우울증으로 수면제를 먹은 것으로 아는데 저는 그 약과는 관련이 없다. 제 앞에서 불법적인 약을 복용중이라는 말을 한 적도 없다. 헤어진 후 우울증 증세가 심해졌다면서 저를 원망하는 말을 계속해왔을 뿐이다. 저도 기사로 접하고 많이 놀랐고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다. 하지만, 마약을 한 적도 없고 권유한 적은 더더욱 없다.
저는 다시 연기하고 활동하기 위해 하루하루 저를 채찍질 하고 있다. 그런 제가 그런 노력이 물거품이 되는 마약을 복용했다는 건 상상할 수도 없는 일이다. 저는 경찰서에 가서 성실히 조사 받겠다. 제가 이 자리에 나선 이유는, 이 건에서 제가 혐의가 인정된다면 연예인 박유천으로서 활동을 중단하고 은퇴하는 것을 넘어, 제 인생 전부가 부정당하는 것이기에 절박한 마음으로 왔다.
감사하다. 이 자리에 와주셔서, 제 이야기를 들어주셔서. 감사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