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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만든 '슈퍼밴드', 하지만 보이지 않는 여성 참가자

문화 일반

    잘 만든 '슈퍼밴드', 하지만 보이지 않는 여성 참가자

    • 2019-04-20 12:05

    "숨은 천재 뮤지션 찾는다"면서 지원 단계부터 남자만 받아
    제작진 "분명한 지향점 위한 것…시즌2선 여성 멤버 받을 의향"

    슈퍼밴드(포스터=연합뉴스)

     

    뮤지션들이 자유롭게 밴드를 구성해 겨루는 JTBC 오디션 예능 '슈퍼밴드'가 참가자 모집 단계부터 남성만 받았다 해서 뒤늦게 구설을 낳고 있다.

    프로그램 홍보 과정에서 이러한 정보가 제대로 주어지지 않은 탓에 '남자만 밴드 하란 법 있냐'는 불만이 잇따르자, 제작진은 "아직 시즌 초반이라 지향점을 분명히 하기 위한 것"이라고 해명하며 진화에 나섰다.

    ◇ 악기 연주 오디션 등 다양한 시도 참신한데…참가자 성별에만 인색

    20일 시청률 조사회사 닐슨코리아에 따르면 지난 12일 첫 방송을 한 '슈퍼밴드'는 2%대(유료 플랫폼) 시청률로 닻을 올렸다.

    경쟁 시간대에 SBS TV '열혈사제'가 시청률 20%를 넘어서고 tvN '스페인 하숙', MBC TV '마이 리틀 텔레비전 V2' 등이 마니아들을 거느린다는 점을 상기하면 첫 회부터 준수한 성적을 거둔 셈이다.

    '슈퍼밴드'는 완성된 밴드가 경연을 벌이는 게 아니라 밴드를 구성해가는 과정에 초점을 맞췄고, 악기 연주까지 오디션 영역으로 끌어들인 데 대한 참신함이 호응을 얻었다.

    홍수처럼 쏟아지는 경연 프로그램 속에서도 음악 장르에 제한을 두지 않는 등 다양한 도전에 열려있다는 점도 긍정적인 평가를 받았다.

    다만 이토록 다양성을 추구하면서 유독 오디션 참가자의 성별 선택은 제한적이라는 점 때문에 시청자들은 아쉬움을 나타내고 있다.

    특히 프로그램 방영 직전 홍보 과정에서 "숨겨진 천재 뮤지션을 찾아 최고의 조합으로 슈퍼밴드를 결성하는 프로그램"이라는 취지만 강조된 까닭에 왜 여성 참가자는 배제된 것이냐는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1회에서도 "다양한 장르의 음악 천재들이 오디션을 거쳐 2∼4인 등 다양한 형태의 밴드를 결성해 경쟁한 뒤 슈퍼밴드가 탄생한다"는 멘트로만 프로그램이 소개됐을 뿐이다.

    '슈퍼밴드' 시청자 게시판의 아이디 'biba****'는 "전반적으로 좋았으나 여성 참가자가 왜 없는 거냐"고 물으면서 "엠넷 '쇼미더머니'보다 더 남초인 오디션은 처음 본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아이디 'Eunj****'는 "방송은 재밌게 봤지만 참가한 아티스트들이 죄다 남자라 깜짝 놀랐다"는 평을 남겼다.

    트위터에도 "밴드 결성에 성별 구분이 왜 필요한 거냐"('@Porc****'), "밴드는 남자만 하는 거냐"('@douc****') 등 불만을 나타내는 글이 적지 않았다.

    ◇ 오디션 성별 가려 뽑은 적 많지만…전문가들 "기획의도 분명히 밝히고 상업성 지양해야"

    기타와 드럼 등 악기 연주자가 남자인 경우가 많아 '밴드 음악은 남성이 하는 것'이라는 편견이 있지만 2011년 KBS 2TV에서 방송된 밴드 경연 예능 '탑밴드'는 참가자 지원자격에 성별을 넣지는 않았다.

    다만 오디션 프로그램 제작진이 특정 성별만 경연에 참여할 수 있게 제한한 것은 '슈퍼밴드'가 처음은 아니다.

    엠넷 '프로듀스101' 시리즈와 '언프리티랩스타', TV조선 '내일은 미스트롯' 등은 여성만 뽑는 오디션 프로그램이었다.

    그러나 '프로듀스101' 시리즈는 아이돌 그룹을 결성하는 경연이기 때문에 혼성 아이돌 그룹이 드물다는 점을 생각하면 이해할 만한 지점이 있었고, 그마저도 시즌2부터는 남녀 연습생을 번갈아 가며 뽑고 있다.

    '언프리티랩스타'의 경우는 '쇼미더머니'라는 혼성 래퍼 경연 프로그램이 확고히 자리 잡은 상황에서 상대적으로 마이너한 위치에 있는 여성 래퍼들을 집중적으로 조명, 오히려 전체 힙합 장르의 저변을 확대하는 의의가 있었다.

    TV조선 '내일은 미스트롯' 또한 올해 안에 남성 트로트 가수를 뽑는 '미스터트롯'을 론칭할 계획이다.

    '슈퍼밴드' 김형중 PD는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기획 의도는 마룬파이브(Maroon5) 같은 글로벌 팝 밴드를 만들어 보는 것이었다. 그래서 초반 시즌은 지향점을 분명히 하기 위해 남성 위주로 갔다"고 설명했다.

    김 PD는 그러면서 "추후 프로그램이 잘 되면 여성 멤버 위주이거나 혹은 여성이 포함된 시즌도 제작할 의향이 있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기획 의도를 제대로 밝히지 않고 평범한 밴드 오디션처럼 홍보했으면서 특정 성별에만 지원자격을 준 것은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팬텀싱어'도 남성 참가자만 뽑았지만 처음부터 남성 4중창을 구성하는 게 목표라고 밝혔기 때문에 받아들여지는 부분이 있었다. 그러나 남성 밴드를 만든다는 기획 포인트를 밝히지 않고 남성 위주로 가겠다고 하면 오해를 살 수 있다. 밴드를 남성만 하는 건 아니지 않나"라며 "지금이라도 제작진이 분명하게 고지를 해야 하는 것 같다"고 짚었다.

    더 나아가 방송사가 주도적으로 남자들로만 구성된 밴드를 만들겠다고 나서는 것 자체가 문제라는 지적도 있었다.

    김성수 대중문화평론가는 "엔터테인먼트 산업의 주 소비층이 여성인 점을 고려할 때 프로그램 흥행을 위해 남성만 모집한 건 일정 부분 이해가 되는 측면이 있다. 하지만 공공성이 강한 매체인 방송이 특정한 성으로 제한을 두는 건 기회의 균등을 빼앗고 지나치게 상업성을 추구하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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