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아시아를 순방 중인 문재인 대통령 21일(현지시간) 마지막 순방국인 카자흐스탄 알마티에 도착해 동포 오찬간담회에 참석했다.
이날 간담회에는 현지에서 활약하고 있는 우리 기업인들과 한글교육에 앞장서고 있는 한글학교 관계자, 80여 년간 우리 전통문화를 지켜온 고려인 동포 등 300여명이 참석했다.
특히 항일운동에 몸바친 김경천 장군과 한글 보급에 힘쓴 계봉우 지사, 무장투쟁에 나선 황운정 지사 등 독립유공자 후손들도 참석해 자리를 빚냈다.
문 대통령은 "카자흐스탄의 광활한 초원 위에는 독립운동의 별들이 높이 떠 있다"며 "'백마 탄 장군'으로 불린 항일명장 김경천 장군, 봉오동 전투와 청산리 전투의 영웅 홍범도 장군, 한글학자이자 임시정부에 참여했던 계봉우 지사, 연해주 독립군부대에서 활약한 황운정 지사는 우리 역사의 지평에 저물지 않는 별이 됐다"고 말했다.
또 "올해 3·1독립운동과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을 맞아 동포 여러분을 만나게 되어 더욱 뜻깊다"고 감회를 밝혔다.
문 대통령은 동포간담회에 참석한 계봉우·황운정 지사 후손들을 직접 호명하면서 사의를 표하기도 했다.
두 명의 독립운동가 유해는 이날 오후 누르술탄에서 열리는 봉환식을 통해 한국으로 모셔진다.
문 대통령은 "오늘 이 자리에는 어려운 결단을 내려주신 계봉우, 황운정 지사의 후손들이 함께하고 계시다"며 "계봉우 지사의 후손 '계 이리나' 님은 카자흐스탄에서 한국어를 가르치며, 독립유공자협회 부회장직을 맡아 독립의 정신을 후손들에게 전하고 있고, 황운정 지사의 손녀 '황 라리사' 님은 카자흐스탄 독립유공자 후손협회 고문을 맡아 선대의 독립정신을 계승하는 활동을 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문 대통령은 "두 지사님 내외분의 유해를 (한국으로) 봉환하기 위해 카자흐스탄 정부와 지속적으로 협의해 왔다"며 "마침내 이번 방문을 계기로 애국지사들을 고국에 모실 수 있게 됐다. 카자흐스탄 정부에 깊은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고 말했다.
또 "우리가 독립운동가들을 기억하고 기리는 것은 미래 세대에게 자신의 뿌리를 알려주는 일"이라며 "우리 정부는 머나먼 이국땅에서 생을 마감하신 독립운동가들의 정신과 뜻을 영원히 기억하고 최고의 예우로 보답해 나가겠다"고 다짐했다.
동포간담회에 참석한 계 지사의 손녀 계 이리나씨는 현장에서 기자들과 만나 "할아버지께서 고국으로 돌아가는 게 살아생전 꿈이셨는데 결국 꿈을 이루지 못하고 돌아가셨다"며 "지금에라도 이렇게 할아버지의 꿈이 이뤄져 기쁘다"고 말했다.
계씨는 "할아버지께선 늘 혼자 방에서 뭔가를 쓰고 계셨다고 한다"며 "가족들은 할아버지를 방해하지 말라고 했고 아버지는 문지방에 구멍을 뚫어서 할아버지의 모습을 본 기억이 있다고 들었다"고 소개하기도 했다.
1937년 카자흐스탄으로 강제 이주 후 고생했던 고려인 1세대들과 후손들이 조국을 잊지 않고 살아온 삶에 대한 경외감도 표했다.
문 대통령은 "고려인 정주 80주년을 맞은 지난 2017년 대한민국 국민들은 고려인의 삶을 영상으로 볼 수 있었다. 카자흐스탄 영상기록보존소에서 기증받은 1946년 영상에는 ‘선봉 중학교’라는 한글 간판이 걸린 학교에서 칠판에 한글을 꼭꼭 눌러 쓰는 어린 학생이 있었다"고 회상했다.
또 "나란히 서서 디딜방아를 찧는 소녀들과 씨름을 즐기는 어른들, 젓가락을 사용하며 함께 밥을 먹는 우리민족 고유의 일상이 아리랑의 선율과 함께 전달됐다"며 "국민들은 긴 세월과 국경을 뛰어넘어 동질감을 느꼈고, 저는 오늘 우리가 하나의 뿌리를 가지고 있음을 다시 한번 깊이 실감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