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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팀을 위해 나를 교체해달라" 라건아, 실력만큼 멘탈도 성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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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팀을 위해 나를 교체해달라" 라건아, 실력만큼 멘탈도 성장

    울산 현대모비스 라건아가 21일 오후 울산 동천체육관에서 열린 프로농구 챔피언결정전 인천 전자랜드와의 5차전 막판 덩크를 터뜨리고 있다 (사진=KBL 제공)

     


    라건아는 지난 21일 울산 동천체육관에서 열린 2018-2019시즌 프로농구 인천 전자랜드와의 챔피언결정전 5차전에서 2쿼터 종료 50여 초를 남기고 울산 현대모비스 벤치를 향해 자신을 교체해달라는 메시지를 건넸다.

    라건아는 과거 모비스 시절이나 서울 삼성에서 뛰었을 때 그리고 한국 남자농구 국가대표팀에서 활약할 때도 스스로 교체를 요청한 적이 거의 없는 선수다.

    일단 체력이 탄탄하다. 경기에 대한 열정도 워낙 강해 지쳐도 코트 안에 머무르기를 원하는 선수다.

    라건아는 힘들어서 교체를 요청한 것이 아니었다. 혹시나 자신이 남은 시간동안 반칙을 범해 파울트러블에 걸리면 팀에 악영향을 끼칠까봐 우려한 것이다.

    라건아는 2쿼터까지 반칙 2개를 기록하고 있었다. 만약 잔여 시간에 추가로 파울을 하게 될 경우 현대모비스의 3쿼터 계획에 차질이 빚어질 수 있었다.

    라건아는 지난 19일 인천 4차전 때 3쿼터에 반칙 4개를 기록해 한동안 벤치에 머물러야 했다.

    라건아는 "4차전에서 파울트러블에 걸렸을 때 나 스스로에게 크게 실망했다"며 "파울 3개로 3쿼터를 시작하는 것보다 2개로 시작하는 게 낫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이같은 순간적인 판단은 라건아만 한 것이 아니었다. 벤치에 앉아있던 아이라 클라크도 생각이 같았다. 라건아는 "동시에 눈이 마주 쳤다"고 말했다.

    하지만 교체 준비가 끝나기 전에 경기가 재개되면서 결국 라건아의 교체는 불발됐다.

    라건아는 "예전에 배에 근육 경련이 일어나 교체 사인을 보낸 적이 한번 있었다"며 "이런 적은 처음이었는데 다행히 반칙 없이 잘 극복했다"고 말했다.

    라건아는 후반전을 앞두고 유재학 감독에게 특정 상황이 발생하면 언제라도 자신을 벤치로 불러도 좋다고 얘기했다.

    라건아는 "만약 4쿼터 때 상대팀에서 (단신 가드) 투 할로웨이가 들어오면 나를 빼고 섀넌 쇼터가 들어가는 건 어떻겠냐고 감독님에게 전했다"고 말했다.

    열정이 강한 라건아는 벤치로 물러나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 사실 선수라면 누구나 그렇다.

    만약 전자랜드가 득점력이 탁월한 할로웨이를 투입할 경우 유재학 감독이 단신 가드 쇼터를 투입해 맞불을 놓는 선수 기용을 고민할 것으로 보고 미리 부담을 덜어준 것이다.

    라건아는 2013년부터 3년 연속 우승할 당시 현대모비스 소속이었다. 대학을 마치고 한국에서 처음 프로 선수 생활을 했다. 이후 서울 삼성을 거쳤고 특별귀화선수 자격을 얻은 뒤 현대모비스로 돌아왔다.

    유재학 감독은 "라건아는 나와 궁합이 잘 맞는다"며 "농구에 대한 열정은 그대로인데 처음보다 많이 성숙해졌다. 특히 자녀를 얻고 더 성숙해진 것 같다"고 말했다.

    라건아는 KBL 현 최고의 센터다. 누구도 그의 실력을 의심하지 않는다. 하지만 예전에는 자신의 뜻대로 경기가 풀리지 않을 때 코트에서 짜증을 내는 장면이 종종 나왔다. 분위기를 맞춰줘야 하기 때문에 다루기 쉽지 않은 선수라는 평가도 있었다.

    라건아는 유재학 감독의 말을 전해듣고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우리 딸과 와이프 덕분에 많이 성숙해졌다. 예전에는 이기적인 마인드가 없잖아 있었다. 경기가 안 풀리면 위축되고 경기도 열심히 안할 때가 가끔 있었다. 요즘은 그런 느낌이 들면 가족을 떠올리면서 다시 힘내려고 노력한다. 가족은 내게 전부다"고 말했다.

    라건아는 챔피언결정전 5경기에서 평균 33분을 뛰면서 경기당 21.2득점, 11.2리바운드, 2.4어시스트, 1.6스틸, 야투성공률 57.1%를 기록했다. 지난 1년동안 현대모비스와 국가대표팀을 오가며 결장없이 늘 꾸준한 모습으로 자신이 속한 팀을 위해 헌신했다.

    4년 만에 다시 울산으로 돌아와 4년 만에 다시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린 라건아는 "처음 프로선수를 시작한 팀에 돌아와 또 한번 챔피언이 되어 기분 좋다"고 소감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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