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매매를 알선한 혐의를 받고 있는 가수 승리 (자료사진=이한형 기자)
경찰이 클럽 '버닝썬' 수사를 시작한 지 꼭 100일째인 8일 가수 승리(29·본명 이승현)에 대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지난 3월 10일 승리를 피의자 신분으로 전환한 뒤로는 약 2개월 만이다.
경찰은 승리의 구속영장 신청으로 수사가 막바지에 접어들었다고 스스로 평가하지만, 정작 버닝썬 사건을 촉발시킨 연예인·클럽과 경찰의 유착 부분은 별다른 진전을 보이지 못하고 있다.
승리의 카카오톡 대화방에서 '경찰총장'으로 불린 윤모 총경의 수사가 대표적이다.
윤 총경은 2016년 7월 승리가 운영하던 주점 '몽키뮤지엄'의 식품위생법 위반 신고가 들어오자 강남경찰서 직원에게 수사 상황을 물어본 인물이다. 수사 과정에서 승리 일행과 4차례 골프를 치고 6차례 식사한 사실도 확인됐다.
하지만 수사는 한달 가까이 답보 상태다. 윤 총경이 몽키뮤지엄 사건을 처리하는데 어떤 영향력을 행사한 건지는 파악조차 하지 못했고, 뇌물죄의 구성 요건인 대가성 또한 입증하지 못했다.
심지어 윤 총경이 카드로 결제한 식사 비용도 준비한 현금이 모자라 추가 결제할 만큼 액수가 컸음에도 경찰은 "인간적인 호감으로 만남을 이어갔다"는 진술만 믿은 채 더이상 수사를 뻗지 않고 있다.
지난 2016년 가수 정준영씨의 불법촬영 사건 부실수사 의혹도 마찬가지다. 당시 사건을 담당했던 경찰관이 직무유기 혐의로 입건된 상태이지만, 수사는 한달 넘게 제자리 걸음이다.
정씨의 카톡방이 공개되면서 불거진 가수 최종훈씨의 음주운전 보도 무마 의혹에 대해서는 이미 사실이 아니라고 결론을 내렸다.
음주운전 당시 파출소 경찰관이 최씨가 연예인이라는 사실을 알면서도 수사 서류에 '무직'이라고 적은 부분은 단순히 "아쉬운 점이 남는 부분"이라고 경찰 관계자는 설명했다.
현재까지 클럽과 유착 혐의로 입건된 현직 경찰관은 8명이다. 경찰은 이제껏 단 한 번도 신병처리를 한 적이 없다가 그중 2명에 대해서만 최근 처음으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그러나 이마저도 1명은 검찰 단계에서 반려되며 수사에 동력이 꺾였다.
이같은 배경 속에 경찰 내부에서는 승리에 대한 구속영장 신청을 끝으로 경찰 유착 부분의 수사도 매듭지으려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한 경찰 관계자는 "조직을 겨누는데 부담을 느껴서인지 담당자들도 이제 수사를 빨리 끝내고 싶어하는 눈치"라며 "유착 혐의를 받는 경찰관은 현재 8명 수준에서 더 늘어날 여지가 적어보인다"고 말했다.
다만 원경환 서울지방경찰청장은 최근 기자간담회에서 "승리 수사가 마무리되면 경찰 유착 부분 수사에 더 매진하겠다"며 "수사는 예외없이 엄정하게 사법처리하고, 사법처리 되지 않은 감찰대상자는 고강도 감찰을 통해 징계 조치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