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론토 랩터스의 파스칼 시아캄(등번호 43번)이 31일(한국시간) 캐나다 토론토에서 열린 골든스테이트와의 NBA 파이널 1차전에서 드레이먼드 그린의 슛을 저지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미국프로농구(NBA) 토론토 랩터스의 포워드 파스칼 시아캄은 지난 2017년 데뷔 첫 플레이오프가 아픈 기억으로 남아있다. 토론토는 동부컨퍼런스 2라운드에서 르브론 제임스가 이끄는 클리블랜드 캐벌리어스에게 허무하게 4패만을 당했다.
당시 코치였던 토론토의 현 감독 닉 널스는 플레이오프 탈락 다음날 곧바로 체육관을 찾아 연습을 시작한 시아캄을 보고 깜짝 놀랐다.
닉 널스 감독의 현지 인터뷰에 따르면 시아캄은 "슛을 배우고 싶다. 플레이오프를 보니까 슛을 더 잘 던질 줄 알아야 할 것 같다"며 공을 잡았고 슛을 던지기 시작했다.
첫 2시즌동안 평균 6.0득점, 4.0리바운드, 3점슛 성공률 21.6%(평균 0.2개 성공)에 그쳤던 시아캄은 2018-2019시즌 들어 눈에 띄게 성장했다. 프로 3년차에 평균 16.9득점, 6.9리바운드, 3.1어시스트 그리고 3점슛 성공률 36.9%(평균 1.0개 성공)을 올렸다.
끊임없는 노력으로 성장 중인 카메룬 출신의 시아캄은 올시즌 가장 유력한 기량발전상 수상 후보다.
시아캄은 동부컨퍼런스 플레이오프를 거치면서 한 단계 더 성장했다.
NBA에서는 동부컨퍼런스 팀들의 전반적인 전력이 서부컨퍼런스에 비해 약하다는 평가가 있다.
하지만 토론토의 플레이오프 여정을 돌아보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토론토는 조엘 엠비드와 지미 버틀러, 벤 시몬스가 이끄는 필라델피아 세븐티식서스를 제쳤고 2018-2019시즌 정규리그 MVP 수상이 유력한 야니스 아데토쿤포의 밀워키 벅스를 따돌렸다.
필라델피아는 재능과 사이즈가 뛰어난 팀이고 밀워키는 아데토쿤포를 중심으로 최근 트렌드의 농구를 가상 이상적으로 구사하는 정규리그 승률 1위 팀이다. 토론토는 필라델피아와 7경기, 밀워키와 6경기를 치르면서 풍부한 경험과 자신감을 쌓았다. 더 강해졌다.
특히 동부컨퍼런스 플레이오프를 치르면서 NBA 최정상급 빅맨과 포워드들을 끊임없이 상대한 시아캄은 엄청난 경험치를 획득했다.
그리고 시아캄은 토론토 구단의 창단 첫 NBA 파이널 경기의 주연으로 우뚝 섰다.
토론토는 31일(한국시간) 미국 토론토 스코티아뱅크 아레나에서 열린 2018-2019시즌 NBA 파이널 1차전에서 '디펜딩 챔피언' 골든스테이트 워리어스를 118대109로 완파했다.
시아캄은 야투 17개를 던져 14개를 성공하며 32득점, 8리바운드, 5어시스트, 1스틸, 2블록슛을 기록했다.
파이널 데뷔전에서 올린 32득점은 2012년 NBA 결승 첫 경기에서 당시 오클라호마시티 썬더의 간판스타가 기록했던 36득점 이후 최다 기록이다. 그 선수는 바로 이날 부상 때문에 결장한 케빈 듀란트다.
플레이오프 2,3라운드에서 3점슛 성공률 26.2%에 그쳤던 시아캄은 이날 3점슛 3개를 던져 2개를 성공시켰다. 이는 스티브 커 감독에게도 깊은 인상을 남겼다.
골든스테이트의 커 감독은 "시아캄은 거의 모든 위치에서 슛을 넣었다. 시아캄은 동부컨퍼런스 시리즈에서 3점슛이 부진했는데 오늘은 3점슛을 2개나 넣었다. 오늘 활약은 굉장했다"며 혀를 내둘렀다.
신장 206cm의 시아캄은 마치 단신 가드처럼 코트를 누볐다. 골밑을 지켰고 스위치 수비에서는 외곽에서 빠른 발로 스테판 커리와 클레이 탐슨 등을 괴롭혔다. 속공 때는 늘 가장 앞에서 달렸고 올시즌 부쩍 성장한 포스트 기술을 활용해 다득점을 쌓았다.
20점 7리바운드로 활약한 팀 동료 마크 가솔은 "시아캄은 공간을 잘 공략했다. 수비가 비어있는 공간을 공격적으로 파고들었다. 그는 공수에 모두 능한 선수"라며 "경험 부족은 그에게 중요한 문제가 아니다. 시아캄은 준비가 됐고 동료들은 그를 믿는다"고 말했다.
동부컨퍼런스 플레이오프에서 평균 31.2득점을 퍼부은 카와이 레너드는 이날 야투성공률 36%를 올리며 23점을 넣었다.
골든스테이트의 클레이 탐슨은 "레너드는 플레이오프에서 보여준 평소 모습보다 다소 못했다고 볼 수 있지만 다른 선수들이 더 힘을 냈다"며 "특히 시아캄은 오늘 플레이오프 인생 경기를 했다. 다음 경기에서는 그의 속공 득점을 막아야만 한다"고 말했다.
드레이먼드 그린은 "모자를 벗어 시아캄에게 경의를 표해야 하는 경기였다"고 말했다.
홈 어드밴티지를 갖고 있는 토론토는 전반에만 26점을 합작한 가솔과 시아캄을 앞세워 2쿼터까지 59대49로 앞섰다. 기선을 제압한 것이 결정적이었다.
골든스테이트는 이날 총 34점을 올린 스테판 커리를 앞세워 반격했지만 토론토는 후반 들어 한번도 역전을 허용하지 않고 끝까지 리드를 지켰다. 고비 때마다 시아캄의 득점이 터졌고 벤치에서 15점을 올린 프레드 밴블릿의 공헌도 높았다.
카일 라우리는 파울트러블에 빠지며 7득점 9어시스트를 기록했다.
득점이 많지는 않았지만 닉 널스 감독은 전혀 문제가 없었다는 반응이다. "그는 열심히 수비하고 또 팀을 이끌기 때문에 매경기 20점 이상을 해야 한다는 부담을 가질 필요가 없다. 그게 우리 팀의 장점"이라며 "득점은 적었지만 정말 잘했다"고 평가했다.
최근 2년 연속 우승을 포함해 지난 4년동안 세 차례 정상을 정복한 골든스테이트는 원정 1차전 패배로 불안하게 출발했다. 플레이오프 2라운드에서 종아리 부상을 당한 듀란트의 공백이 뼈아팠다.
게다가 이날 경기 도중 베테랑 안드레 이궈달라가 다리 통증을 호소하는 변수가 발생했다. 이에 대해 커 감독은 "괜찮아 보인다. 하지만 내일 상태를 봐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