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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팩트체크] 쓰레기대란 1년, 더이상 대란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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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팩트체크] 쓰레기대란 1년, 더이상 대란은 없다?

    <2019 新 플라스틱 보고서 ⑨>
    지난해 같은 '쓰레기대란' 되풀이 될 가능성은 얼마나 될까?

     

    지난해 4월 발생했던 쓰레기 대란은 여러모로 '대란'이라 할 법한 사건이었다. 수거되지 않은 비닐과 플라스틱이 단지 내에 쌓여가는 가시적 현상 자체는 물론이거니와, '일주일에 한 번, 정해진 시간에 재활용 쓰레기를 분리 배출하면 된다'고 믿어왔던 명제가 처음으로 작동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눈 앞에서 사라지는 쓰레기들이 어디로 가는지에 대한 의문의 시작. 아파트 단지에서 시작된 그 의문을 좇아가다 마주한 것은 전국 곳곳에 솟아있는 거대한 쓰레기 산이었다. 도심에서 시작해 도심 바깥으로 이어진 쓰레기 대란은, 여전히 진행 중이다.

    ◇ 민간 의존도 높은 폐기물 산업…'골칫덩이'된 폐비닐·플라스틱

    쓰레기 대란의 1차적 원인은 중국의 폐기물 수입 중단에 따른 국내 폐지 가격 폭락이었다. 국외로 폐지를 수출하지 못하게 되자 국내 폐지 공급량이 늘었고, 이는 폐지 가격 하락으로 이어졌다. 폐지의 값이 떨어진 것이 폐비닐과 폐플라스틱 대란으로 연결된 데는 국내 재활용 업계의 특수성이 작용했다.

    아파트 단지에서 발생하는 재활용품은 대부분 민간 재활용 수거업체가 사들여 선별, 품목별로 각 재활용 업체에 재판매하는 구조다. 여러 재활용 쓰레기 중 일반적으로 폐지가 가장 가격이 높고, 폐비닐과 혼합플라스틱의 단가가 가장 낮다. 폐비닐과 폐플라스틱의 경우 낮은 단가 탓에 판매를 하더라도 적자가 나는 골칫거리다. 판매 단가가 수거와 선별 비용보다도 낮은 수준이기 때문이다. 이에 수거업체는 보통 폐비닐과 혼합플라스틱을 수거하며 발생하는 적자를 폐지 수익으로 상쇄해왔다. 그런데 폐지의 가격이 하락하자, 수익성이 가장 나쁜 폐비닐과 폐플라스틱 수거를 거부하게 된 것이다.

    폐비닐과 폐플라스틱이 이처럼 골칫거리가 된 이유는 첫 번째로 발생량 자체가 절대적으로 많고, 두 번째로는 재활용이 까다로운 혼합 재질 제품이 많기 때문이다. 서울과학기술대학교 환경공학과 배재근 교수에 따르면 폐비닐류는 물질재활용이 거의 불가능한 제품이 상당수다. 그는 "(폐비닐류는)굉장히 다양하고 복잡한 성분에 코팅, 인쇄까지 되어있기 때문에 물질재활용은 불가능한 수준이고, 에너지 재활용(소각을 거쳐 열에너지 전환)이 안 되면 단순 소각하는 방법밖에는 없다"고 짚었다. 폐플라스틱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플라스틱 재활용 업체 한백재생산업 노환 대표는 "국내 폐플라스틱의 경우 재활용 과정에서 40퍼센트 가량이 로스(재활용 불가, 폐기물 처리)가 나는 수준"이라고 말했다. 발생량이 많아 제품의 평균 단가 자체가 낮은데 선별 비용까지 드니 수거업체 입장에서는 채산성이 맞지 않는 품목으로 전락한 셈이다.

    왜 수거업체들은 적자를 감수하면서까지 폐비닐과 폐플라스틱을 수거해왔을까?

     

    국내 재활용 업체 현황을 들여다보면 그 이유를 짐작할 수 있다. 한국환경공단의 '폐기물 활용실적 및 업체현황' 자료를 보면, 국내 재활용 업체는 2016년 기준 6085개로, 2011년 3916개보다 1.5배 이상 늘었다. 폐기물 처리의 많은 부분이 공공이 아닌 민간에서 이뤄지는 상황에서 업체는 꾸준히 늘어온 것이다. 그러다 보니 공동주택(아파트) 입장에선 비슷한 가격에 폐비닐, 폐플라스틱까지 수거해주는 업체와 우선 계약을 맺게 되고, 수거 업체들은 일종의 '서비스' 차원에서 수익이 거의 나지 않음에도 폐비닐과 플라스틱까지 수거해온 상황이었다.

    폐기물 처리 주체별 현황을 보면, 총 폐기물의 80% 가량을 민간 업체가 처리하고 있다.

     

    이처럼 국내 폐기물 산업은 오랜 시간 민간에 의존해왔다. 중국이 재활용 수입량을 급격히 늘리며 재활용품 가격이 상승한 2000년 이후, 재활용 시장이 장기 호황을 맞았기 때문이다. 팽창한 재활용 산업과 그에 따른 수많은 재활용 업체들이 아귀를 맞춰가며, 공공영역이 크게 개입하지 않아도 '알아서 굴러가는' 시장이었던 셈이다. 그러나 폐기물 산업의 최대 고객이었던 중국이 폐기물 수입을 거부하기 시작하자 아귀가 어긋나기 시작했다.

    ◇ 아파트엔 '쓰레기 대란' 없을 것…진짜 문제는 이제부터?

    1년이 지난 지금 상황은 어떨까?

    물론 지난해처럼 아파트 단지에 폐비닐과 폐플라스틱이 쌓이는 대란은 일어나지 않을 확률이 높다. 지난해와 달리 현재는 지자체가 수거 업체에 비용을 보전하거나 일부는 직접 수거하며 적극 개입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전문가 및 관계자들은 현재와 같은 상황이 임시 방편에 그칠 수 있다는 우려를 내비친다.

    아파트 단지에서 수거한 폐플라스틱들이 쌓여있다. (사진=이충현 기자)

     

    폐기물 수거선별업체 고양재활용산업의 이용기 대표는 "우리(수거 업체)가 안 가져가면 지자체에서 가져가겠지만, 거기서도 우리가 거래하는 업체에 가져다주는 건 똑같다"고 말했다. 지자체가 개입하는 것은 수거와 운반 과정일 뿐, 이후의 과정은 여전히 민간 주도로 이뤄지고 있는 것이다. 배재근 교수 역시 "지자체가 처리 비용을 일부 떠안고 있기 때문에 (지난해와 같은) 대란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면서도 "진짜 문제는 지자체가 수집운반을 한 폐비닐류가 어딘가에 쌓여있는 것은 여전하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결국 이제 쓰레기대란을 '도심에서 벌어진 폐비닐 수거 거부 사건'을 넘어 '방치 폐기물' 문제로 확장해 들여다봐야 할 시점인 것이다.

    경북 의성군 단밀면의 거대한 쓰레기 산. (사진=이충현 기자)

     

    방치폐기물 문제는 지난해 경북 의성군 등의 '폐기물 쓰레기 산' 등이 알려지며 조명되기 시작했다. 폐기물 처리업체의 허가 취소나 폐업으로 사업장 안에 법정 보관기일 이상 방치되어 있는 방치 폐기물, 폐기물 배출자가 불법 브로커 등을 통해 임야나 부지 등에 불법적으로 적치한 불법 폐기물 등을 합치면 전국적으로 100만톤 이상의 폐기물이 무단으로 쌓여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주목할 점은 무단으로 임야에 투기한 불법 폐기물 뿐 아니라, 폐기물 처리 업체의 폐업으로 사업장 안에 쌓여있는 방치 폐기물도 60만톤 이상으로 추정된다는 점이다. 이는 지난 정부의 '환경 에너지 사업' 기조와 무관하지 않다. 2010년 RPS(신재생에너지 공급의무화)와 자원순환이 부각되며 재생에너지 사업에 보조금이 지급되고, 해당 기조가 이어지며 2014년 이후 SRF(고형연료, Solid Refuse Fuel) 사업이 우후죽순 번지게 된 것이다. SRF는 가연 폐기물을 석탄 대체 연료로 가공, 에너지로 생산하는 방법이다. 이미 준공됐지만 미가동 상태로 민관협의를 이어가고 있는 있는 나주 SRF 발전소도 2014년 착공에 들어갔다.

    배재근 교수는 "당시에는 가연성 쓰레기를 가져가 가공하면 돈이 된다는 꿈에 모두가 부풀어 있었다"며 "2만원에 사와서, 10만원에 팔 수 있다는 이미지가 생기니까 수많은 사람들이 다 (그 산업에) 뛰어들었다. 그렇게 사들인 폐기물이 예상대로 처리가 안 되니까 곳곳에서 이런 문제가 생긴 측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방치폐기물이 심각한 사회적 문제로 떠오른 이후, 정부는 단속과 관리감독을 강화하는 등 적극 개입을 시작했다. 그러나 이미 쌓여있는 방치폐기물들을 어떻게 처리할 것인지는 여전히 난제로 남아있다. 중국의 폐기물 수입 거부 정책 이후 폐기물 처리 비용 역시 천정부지로 뛰어 오른 상태다. 처리 단가가 높아지면, 낮은 단가로 폐기물을 처리해준다는 불법 브로커가 계속해서 등장할 확률도 높아진다.

    ◇ 이제 패러다임 전환할 때, '공공성'과 '생산량' 담보돼야

    의성 '쓰레기 산'에 폐기물이 쌓여있는 모습. (사진=이충현 기자)

     

    이제 풀어야 할 문제는 이미 발생한 폐기물과 앞으로 발생할 폐기물을 어떻게 처리해야 하는지다.

    전문가들은 폐기물 문제에는 공공부문이 적극 개입해야 한다고 본다. 폐기물 자체가 공공재의 성격을 띄기 때문이다. 배재근 교수는 "정부와 지자체가 적극적으로 관여해 합의점을 찾는 것이 필수적"이라고 짚었다. 폐기물이 흘러가 순환될 수 있는 길을 터주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김미화 자연순환사회연대 이사장 역시 "폐기물 처리의 절반 이상 공공성이 개입해서 처리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언제 또 대란이 일어날 지 알 수 없다"고 강조했다.

    물론 쉬운 일은 아니다. 물리적으로도 오랜 시간이 걸리고, 주민들의 반대에 부딪히기도 한다.

    서울시 은평구, 서대문구, 마포구가 지난 2017년 3개 구에서 발생하는 3종류의 쓰레기를 1종류씩 담당해 처리하기로 협력 체계를 구축했지만 아직 별다른 진척을 보지 못하고 있다.

    협력안에 따르면 마포구는 생활쓰레기를, 서대문구는 음식물쓰레기를, 은평구는 재활용품을 각각 처리하는 시설을 확충해 3개 구에서 발생하는 쓰레기를 안정적으로 처리하기로 했다.

    지자체가 단순히 민간의 폐기물 처리 과정을 일부 대행하는 것을 넘어, 유기적으로 폐기물 처리 시스템을 만드는 협력 체계를 세운 것이다. 그러나 은평구 자원순환센터(재활용품 선별, 적재 시설)의 경우 주민들의 거센 반대 탓에 센터 구축에 난항을 겪고 있다.

    주민들의 협조 뿐 아니라 폐기물 경제에 대한 패러다임 전환도 필요하다.

    전문가들은 생산단계에서 생산량을 컨트롤 하는 것이 가장 빠르고 직접적인 방법이라고 보고있다. 처리시설을 공공 영역으로 흡수하는 것 이전에 재질 개선 등을 통해 절대적인 생산량 자체를 줄이는 것 역시 필수적으로 선행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김미화 이사장은 "현재 나오는 폐기물 양은 그대로 두고, 시설만 더 확충하기에는 한계가 뚜렷하다. 이를 근본적으로 변화시킬 수 있는 방법은 생산량 감축 뿐"이라고 주장했다.

    환경단체 그린피스 김미경 플라스틱 캠페인 팀장도 "최근 발생했던 필리핀 쓰레기 불법 수출 문제를 시작으로, 환경부에 근본적인 사용량 규제할 것을 지속적으로 요구하고 있다"며 "이미 시민들은 보다 강력한 규제정책을 원하고 있는 상황이며 정부도 이에 응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⑩편에 계속)

    2019 新 플라스틱 보고서
    ① [르포]CNN도 놀란 그 쓰레기산, 3개월만에 다시 가보니
    ② [팩트체크] 초대형 쓰레기섬보다 더 위험한 미세플라스틱
    ③ [팩트체크] 굴값이 쌀 수록 바다는 썩어간다?
    ④ [팩트체크] 미세플라스틱, 인체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⑤ [팩트체크] 플라스틱, 담배·홍차·섬유유연제에도 들어있다?
    ⑥ [팩트체크] 종이컵, 플라스틱컵 보다 더 친환경적이다?
    ⑦ [팩트체크] 대한민국 재활용률 세계2위, 숨겨진 비밀
    ⑧ [팩트체크] 우리나라 재활용 신화 속 불편한 진실
    ⑨ [팩트체크] 쓰레기대란 1년, 더이상 대란은 없다?
    ⑩ [팩트체크] 미세플라스틱 피해, 화장품 규제만 하면 된다?
    ⑪ [팩트체크] 플라스틱 쓰레기문제 풀 새해법, 효과있나
    ⑫ [팩트체크] 400억 모금한 16세 소년의 꿈, 왜 좌절됐나
    ⑬ [노컷스토리] 요람에서 무덤까지, '플라스틱은 지옥이다'


    플라스틱은 인간의 '일상'과 '일생'을 점령중이다. 플라스틱으로 지구는 멍들고 환경은 곪고있다. 최근엔 '미세플라스틱'이 인간 건강의 위험요인이 되고있다. 더욱이 우리나라는 CNN도 주목한 플라스틱 오염국이다. 그럼에도 우리는 플라스틱에 대해 무지하고 편견 속에 사로잡혀 있다. CBS노컷뉴스는 이를 바로잡아 플라스틱의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 팩트체크 형식의 '2019 新 플라스틱' 보고서를 연재한다.[편집자]


    ※ 본 기획물은 한국언론학회-SNU 팩트체크 센터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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