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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팩트체크] 강기정 '정당해산 청원 답변', 선거법 위반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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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팩트체크] 강기정 '정당해산 청원 답변', 선거법 위반일까

    강기정 청와대 정무수석이 지난 11일 자유한국당, 더불어민주당 해산 국민청원’에 답변하고 있다. (사진=유튜브 화면 캡처)

     


    '자유한국당, 더불어민주당 해산 국민청원' 답변을 두고 자유한국당의 날 선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청와대 강기정 정무수석이 지난 11일 답변한 "정당 평가는 국민의 몫"이라는 발언이 다가오는 총선을 겨냥한 '선거법 위반 발언'이라는 주장이다.

    자유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는 11일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 직후 기자들과 만나 "대통령이 정치 전면에 나서더니 강 수석까지 나서서 야당을 심판 대상으로 언급한 부분에 대해 매우 유감스럽다"며 "특히 강 수석은 선거법 위반 소지가 있어 이 부분을 면밀히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정미경 한국당 최고위원도 12일 KBS라디오 '김경래의 최강시사'에 나와 "결국은 내년 총선에서 한국당을 심판해달라고 지금 청와대가 얘기하고 있다"며 "청와대는 중립해야 하는데, 선거법 위반 소지가 있는 것 아니냐"고 날을 세웠다.

    강 수석은 해당 청원 답변에서 "183만과 33만이라는 숫자에서 주권자인 국민의 답답한 심정을 읽을 수 있었다"며 "정당에 대한 평가는 선거를 통해 내릴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처럼 국민청원으로 정당 해산을 요구하신 것은 '(내년) 4월 총선까지 기다리기 답답하다'는 질책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강 수석의 정당 해산 청원 답변, 정말 선거법 위반일까?

    ◇ 선관위 "강 수석 답변, 선거법 위반 아냐"

    공직선거법에선 제9조와 60조에선 공무원의 선거 중립의무와 선거운동을 명시하고 있다.

    공무원 등 공직자가 선거에 부당한 영향력을 행사하거나 선거운동에 참여해선 안 된다는 내용이다.

     


    한국당에선 강 수석의 답변이 공직자의 선거 중립의무를 위반하고 선거운동을 한 것으로 보고 있다.

    선거를 통해 정당에 대한 평가를 내려달라는 강 수석의 발언이 사실상 한국당에 대한 심판을 의미하며, 이는 선거운동에 해당된다는 것이다.

    하지만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이번 논란에 대해 "선거법 위반이 아니"라고 일축했다.

    선관위 관계자는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이번 (강 수석의) 발언은 청와대 국민청원에 대해 입장을 밝힌 수준"이라며 "공무원 중립의무와 관련된 판례를 참고했을 때, 특별히 선거법을 위반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선관위에서 참고한 판례는 2004년 노무현 전 대통령의 탄핵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결정이다. 당시 헌재는 선거 중립의무 위반의 근거로 "직무집행에 있어서 반복하여 특정 정당에 대한 자신의 지지를 적극적으로 표명하고, 나아가 국민들에게 직접 그 정당에 대한 지지를 호소하는 내용"을 들었다.

    다만, 선거운동에 관해선 "후보자를 특정할 수 없는 상태에서 특정 정당에 대한 지지발언을 한 것은 선거운동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를 토대로 이번 강 수석의 발언이 특정 정당에 대해 지지를 표현하거나 국민에게 직접 지지를 호소하는 내용이 아니라는 것이다.

    또한 총선에 나갈 후보 또한 정해지지 않은 상태기 때문에 후보자의 당선을 전제로 하는 선거운동이라 보기도 어렵다.

    실제로 강 수석의 발언에선 한국당뿐만 아니라 더불어민주당에 대한 청원인의 지적도 함께 언급한 것을 볼 수 있다.

    강 수석은 청원 답변에서 "청원인은 민주당이 패스트트랙 지정으로 물리적 충돌을 유발했고, 국가보안법 개정 운운하며 국민안전을 심각하게 했으며, 국민을 위한 정책을 내놓지 못하면서 야당이 하는 일을 방해하고, 의원들의 막말과 선거법을 무리하게 처리한 부분을 지적하고 있다"며 "국회 스스로가 만든 '신속처리 안건 지정', 일명 패스트트랙 지정과정에서 국민들께 큰 실망을 줬던 것도 사실"이라고 말했다.

    ◇ 고질적인 대통령의 선거법 위반 논란

    강 수석과 같은 정무직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은 정치권의 해묵은 논쟁거리 중 하나다.

    특히 당선 이후에도 당적을 유지할 수 있는 대통령의 경우 총선을 앞두고 정치적 중립 문제가 늘 도마 위에 오른다.

    노무현 전 대통령부터 박근혜 전 대통령까지 예외는 없었다.

    2004년 노 전 대통령은 방송기자클럽이 주최한 토론회에서 "국민들이 (열린우리당을) 압도적으로 지지해 줄 것으로 기대한다"며 "대통령이 잘해서 열린우리당에게 표를 줄 수 있는 일이 있으면 합법적인 모든 것을 다하고 싶다"고 말했다.

    노 전 대통령의 발언은 대통령 탄핵 논란으로 이어졌다. 당시 새천년민주당과 한나라당, 자민련은 "대통령의 선거개입"이라며 노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통과시켰다.

    2004년 3월 12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헌정사상 처음으로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가결되고 있다. 당시 본회의장은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안 표결에 반대하며 의장석을 점거한 여당 의원들과 표결을 강행하려는 야당 의원들 사이에 욕설과 폭력이 난무하는 등 아수라장이 된 모습이었다.(사진=연합뉴스 제공)

     


    이명박 전 대통령은 2008년 총선과 2010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전국 순회를 돌기도 했다.

    이 전 대통령은 2008년 3월 강원도 춘천에 찾아가 "내각을 책임진 한승수 국무총리가 강원도 출신"이라며 "이번 내각은 강원도 내각"이라고 발언했다.

    같은 달 전북 군산 새만금을 방문해선 "나의 제2의 고향은 군산"이라며 새만금 관광 개발을 거듭 강조하기도 했다.

    한 달 뒤엔 친이계 좌장으로 불렸던 이재오 의원의 지역구를 방문해 야당에선 "노골적인 선거 개입"이라는 비판이 쏟아져 나왔다.

    박근혜 전 대통령도 마찬가지다. 2015년 6월 국회법 개정을 앞두고 나온 "배신의 정치를 선거에서 심판해 달라"는 발언이 대표적인 사례다.

    박 전 대통령은 국회법 개정안에 거부권을 행사했다. 박 전 대통령은 "정치적으로 선거를 수단으로 삼아서 당선된 후에 신뢰를 어기는 배신의 정치는 결국 패권주의와 줄 세우기 정치를 양산하는 것이다"며 "반드시 선거에서 국민들께서 심판해 주셔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새정치민주연합은 선관위에 유권해석을 요청했고 선관위는 "선거에 영향을 미치는 행위로 볼 수 없어 '공직선거법'에 위반되지 않는다"는 결정을 내렸다.

    ◇ 대통령의 중립의무, 우리나라만의 개념

    일각에선 정치적 행위자이자 사실상 정당 지도부인 대통령에게 중립의무를 요구하는 것은 모순이라는 주장도 나온다.

    선거를 통해 당선되는 대통령이 정치적 입장과 견해를 표명하는 것은 당연하다는 것이다.

    실제로 대통령의 정치적 중립은 우리나라 고유의 개념이다.

    미국이나 프랑스 등 해외에선 대통령이 특정 후보자의 선거 유세에서 지지 발언을 하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다. 대통령은 공무원의 선거 중립의무의 대상이 아니기 때문이다.

    지난 2016년 미국 대선에서도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은 민주당의 힐러리 클린턴 후보의 유세장을 찾아가 힐러리에 대한 지지를 호소했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2016년 7월 5일(현지시간) 노스캐롤라이나 주 샬롯에서 민주당의 사실상 대선후보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에 대한 첫 지원유세를 했다. 사진은 오바마 대통령과 클린턴 전 장관이 이날 유세장에서 함께 손잡고 웃고 있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과거 노무현 전 대통령은 선거법 위반 논란 이후 "대통령은 근본적으로 광범위한 정치적 활동의 자유를 갖는 최고의 정무직 공무원이므로 선거 과정에서도 일정 범위의 정치적 표현의 자유를 행사할 수 있어야 한다"며 헌법재판소에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했다.

    2007년 헌재는 대통령의 '정치활동 자유'와 '선거중립 의무'가 충돌할 경우 선거중립 의무가 우선해야 한다며 헌법소원을 기각했다.

    관권선거와 취약한 정당정치를 우려하는 목소리 때문에 대통령의 정치적 중립을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는 의견도 맞서고 있다.

    국가정보원의 개입, 댓글 조작 등 아직도 대통령을 둘러싸고 선거 개입 논란이 불거져 나오기 때문이다.

    고려대 장영수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CBS노컷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다른 나라와 달리 우리나라엔 3‧15부정선거라는 기억이 남아있다"며 "이런 기억으로 인해 현재 국회의장에겐 당적을 버리도록 하고 있으며, 개헌 논의 과정에서도 대통령의 당적 이탈을 명시하자는 의견이 나왔다"고 설명했다.

    이어 장 교수는 "대통령의 역할은 사회 갈등 조정에 있는 만큼, 정파적인 발언에 신중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거기에 당 지도부에 권력이 집중된 정당 구조 또한 공정한 선거 경쟁을 막는 요인으로 지목된다.

    홍익대 음선필 법대 교수는 논문 '대통령의 선거중립 의무'(2011)에서 "그 형식이 어떠하든 간에 대통령이 집권당을 실질적으로 지배해 온 것이 사실"이라며 "각종 선거에서 집권당의 공천과정에 나타난 계파 간 갈등의 주된 요인 중의 하나가 대통령 측근의 세력 강화와 이에 대한 반발"이라고 평가했다.

    음 교수는 "이런 점에서 (우리나라의 정당은) 당내 민주주의에 충실하면서도 중앙집권적으로 의원내각제하에서 운영되는 유럽의 정당과, 느슨한 지구당의 결합체의 성격을 지니면서 대통령제 하에서 운영되는 미국의 정당과도 다르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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