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현석(사진=YG엔터테인먼트 제공)
급기야 '수장'마저 떠났다.
YG엔터테인먼트(이하 YG) 설립자이자 대표 프로듀서로서 소속 가수들의 음반 제작을 책임지던 양현석은 14일 YG 공식 블로그에 장문의 심경글을 올려 "YG의 모든 직책과 업무를 내려놓겠다"고 선언했다.
해당 글에서 양현석은 "YG와 소속 연예인들을 사랑해 주시는 팬 여러분께 너무나 미안하다"며 "쏟아지는 비난에도 묵묵히 일을 하고 있는 우리 임직원 여러분들에게도 진심으로 죄송하게 생각한다"고 운을 뗐다.
이어 "저는 입에 담기도 수치스럽고 치욕적인 말들이 무분별하게 사실처럼 이야기되는 지금 상황에 대해 인내심을 갖고 참아왔다. 하지만 더 이상은 힘들 것 같다"며 "오늘부로 YG의 모든 직책과 모든 업무를 내려놓으려 한다"고 밝혔다.
양현석은 최근 세금탈루 및 성접대 의혹에 휩싸여 구설에 올랐다. 이런 가운데 지난 2016년 경찰 조사 과정에서 '비아이에게 마약류로 지정된 환각제인 LSD를 전달했다'고 진술했던 것으로 알려진 가수 연습생 출신 한서희 씨에게 변호사를 선임해주고 말을 바꾸도록 강요했다는 의혹까지 제기되면서 양현석과 YG를 향한 비난 여론이 거세졌다.
(자료사진/황진환 기자)
결국 양현석은 자신이 설립한 회사인 YG의 업무에서 손을 떼는 초강수를 택했다.
그는 "더 이상 YG와 소속 연예인들, 그리고 팬들에게 저로 인해 피해가 가는 상황은 절대 없어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그 이유를 설명했다.
이어 "지난 23년간 제 인생의 절반을 온통 YG를 키우는데 모든 것을 바쳐왔다. 최고의 음악과 최고의 아티스트들을 지원하는 일이 저에게 가장 큰 행복이었고 제가 팬들과 사회에 드릴 수 있는 유일한 능력이라 생각해 왔다"며 "제가 사랑하는 YG 소속 연예인들과 그들을 사랑해주신 모든 팬분들에게 더 이상 저로 인해 피해가 가는 상황은 없기를 진심으로 바란다"고 했다.
또, "현재 YG에는 저보다 능력 있고 감각 있는 많은 전문가들이 함께 하고 있다. 제가 물러나는 것이 그들이 능력을 더 발휘할 수 있는 좋은 계기가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하루빨리 YG가 안정화될 수 있는 것이 제가 진심으로 바라는 희망사항"이라고 했다.
(자료사진/박종민 기자)
1990년대 가요계를 풍미한 그룹 서태지와 아이들 멤버 출신인 양현석은 1996년 연예 기획자로 변신, 지누션, 원타임, 렉시, 세븐, 휘성, 거미, 빅마마, 빅뱅, 2NE1, 위너, 아이콘, 블랙핑크 등 인기 가수와 아이돌 그룹을 대거 길러내며 YG를 국내 굴지의 엔터사로 성장시켰다.
YG의 경영과 마케팅 등을 양현석의 동생이기도 한 양민석 대표이사가 책임졌다면, 양현석은 대표 프로듀서로서 소속 가수들의 관리와 제작 업무에 힘을 쏟았다. 연예인 출신답게 방송 활동도 나서 SBS 'K팝스타', JTBC '믹스나인' 등을 통해 시청자들과 만났고, YG 블로그에 '프롬 YG' 코너와 자신의 인스타그램 계정을 통해 소속 가수들과 자신의 근황을 적극적으로 알리며 팬들과 소통했다.
하지만, 양현석은 소속 가수들을 관리하는 능력이 떨어진다는 비판을 지속적으로 받아왔다. 빅뱅 멤버 지드래곤과 탑, 2NE1 전 멤버 박봄, 래퍼 겸 작곡가 쿠시 등 소속 가수들이 잇달아 마약류 관련 논란을 일으켰기 때문이다.
올해 들어서는 승리가 '버닝썬' 사태에 휘말린 뒤 연예계를 은퇴하는 초유의 사태까지 벌어지면서 그러한 비판이 더욱 거세졌다. 그런 와중에 양현석 자신도 세금 탈루 의혹과 성접대 의혹 등에 휩싸이면서 사면초가에 놓였다.
이 같은 상황에서 지난 12일 터진 아이콘 비아이의 '마약 스캔들'은 치명타가 됐다. YG는 논란이 불거진 즉시 비아이와의 계약을 해지하는 발 빠른 대처를 했다. 하지만, 양현석이 비아이에게 경찰 조사 과정에서 마약을 건넸다고 진술한 한서희 씨를 직접 회유했다는 의혹에 대해서는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이런 가운데 한서희 씨가 비아이의 마약 구매·투약 의혹과 관련해 YG와 경찰 간에 유착이 있어 사건이 무마됐다는 취지의 공익신고서를 국민권익위원회에 접수하고, 한 매체를 통해 YG 소속 또 다른 보이그룹 위너 멤버 이승훈이 자신에게 '비아이가 YG 자체 마약 검사에서 양성 반응이 나왔다'는 얘기를 했었다는 주장까지 하면서 파장은 일파만파 커졌다.
이에 결국 양현석은 "모든 직책과 업무를 내려놓겠다"고 선언하기에 이르렀다. 이날 경기남부지방경찰청은 비아이 사건과 관련해 YG와 경찰 사이 유착 등 각종 의혹에 대한 전담팀을 구성해 수사에 착수했다고 밝혔는데, 양현석은 심경글을 통해 "현재의 언론 보도와 구설의 사실관계는 향후 조사 과정을 통해 모든 진실이 반드시 밝혀질 것이라고 믿는다"는 입장을 내놨다.
양민석 대표이사(자료사진/황진환 기자)
YG엔터테인먼트 사옥(자료사진/황진환 기자)
한편, 이날 양현석에 이어 양민석 대표이사도 사임 의사를 밝혔다.
양민석 대표이사는 양현석이 대표 프로듀서직을 내려놓겠다고 선언한 이후 YG 임직원들에게 메일을 보내 "오랫동안 유지해왔던 YG 대표이사직을 사임하기로 결심했다"고 밝혔다.
해당 메일을 통해 양민석 대표이사는 "양현석 총괄님과 저는 진실은 반드시 밝혀질 것이라는 믿음에 그동안의 온갖 억측들을 묵묵히 견디며 회사를 위해 음악 활동과 경영에 몰입하고 있었다"며 "하지만 이제는 최근의 이슈들과 관련없는 소속 연예인들까지 지속적으로 힘들게 하는 여러 상황들을 보면서 더이상 인내하고 견디는 것만으로는 극복하기 어렵다는 생각에 이르게 되었다"고 했다.
이어 "현재의 어려움을 해결하고 성장의 새로운 돌파구를 마련하기 위해서는 큰 변화가 필요하고, 또한 양현석 총괄님께서 모든 직책을 내려놓겠다라고 한 결정이 오해없이 전달되기 위해서는 저의 입장 정리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면서 "이런 상황에서 숙고 후에 오랫동안 유지해왔던 YG 대표이사직을 사임하기로 결심했다"고 설명했다.
끝으로 그는 "얼마 전 창립 23주년 기념식에서 저는 여러분들 앞에서 현재의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우리 스스로가 먼저 변화해야 한다고 말씀드린 바 있다"며 "저의 결정이 YG가 크고 새로운 긍정적인 변화의 시작이 되길 간절히 바란다"고 했다.
대표 프로듀서와 대표이사가 동시에 떠나면서 혼란이 불가피해진 YG는 향후 이사회 및 임시 주주총회 등을 개최해 신임 대표이사를 선임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