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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우리는 잡종이 아니다" 다문화가족의 절규

전북

    [르포]"우리는 잡종이 아니다" 다문화가족의 절규

    '잡종''튀기' 망언 정헌율 익산시장 규탄 집회
    익산시청 앞 다문화가족 200여 명 '눈물바다'
    전북다문화가족지원센터, 참가자들 맘 녹여

    똑같은 국민이 마음의 상처를 입고 눈물을 흘렸다.

    28일 오후 2시쯤, 전북 익산시청 앞에 다문화가족 200여 명(경찰추산)이 모여들었다.

    다문화가족들은 각자 항의 글이 적힌 손팻말을 들고 시청 앞 인도와 도로 1개 차선에 길게 섰다.

    표정은 언제라도 눈물을 흘릴 듯 느껴졌다. 가슴이 타는 듯 햇볕은 뜨거웠다.

    28일 익산시청 앞에서 전북지역 다문화가족지원센터 관계자들이 고개를 숙이고 있다. (사진=남승현 기자)

     

    흰색 옷을 입은 다문화가족들이 전국 각지에서 모였다. 중국과 베트남, 인도네시아 등 태어난 곳은 달랐다

    캄보디아에서 온 한 다문화 강사가 말했다. "정헌율 시장의 말을 들으니 제가 왜 다문화 강사를 하고 있었는지 모르겠다"는 말 도중 절규했다.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울지마, 괜찮아"라고 다독이는 다문화가족들의 어깨도 흔들렸다.

    다시 마이크를 잡은 다문화 강사는 "우리는 그렇게 나쁘지 않아요. 한번 상처를 받으면 오래갑니다. 우리는 잡종이 아니다"고 외쳤다.

    이들은 정헌율 시장의 진정성 있는 사과와 사퇴를 요구했다. 한국말이 서투를 땐 중국어, 영어, 러시아어를 썼지만 의미 전달에는 지장이 없었다.

    중국에서 온 한 다문화가족은 "정헌율 익산시장이 '익산을 다문화 1등 도시로 만들겠다'는 말을 했는데 우리 다문화가족들은 어떤 혜택을 바라고 온 자리가 아니다"며 울음을 터뜨렸다.

    한 다문화가족은 "중학교 아들이 올림픽 사격 한국대표 선수가 꿈을 품으며 좋아했는데 갑자기 '잡종'과 '튀기'라는 소용돌이에 당황하고 있다"고 말했다.

    베트남에서 한국으로 시집왔다는 다문화가족은 "오늘 아침 7살 아이의 얼굴을 보고 눈물이 났다"며 "무심코 던진 돌에 상처를 받았다"고 했다.

    간이천막 아래 자원봉사자들은 물을 나눠주며 기운을 돋구었다. 다문화가족들의 목소리는 줄어들지 않았다.

    28일 익산시청 앞에서 '잡종강세' 망언으로 공분을 산 정헌율 익산시장 규탄 집회가 열린 모습. (사진=남승현 기자)

     

    그걸 지켜보는 전북지역 14개 시·군 다문화가족지원센터 관계자들이 대신 고개를 숙였다.

    순창군다문화가족지원센터 이현선 센터장은 "익산시장의 발언으로 마음에 큰 상처가 됐으리라 생각된다"며 "한국에서 태어나 살고 있는 한 사람으로서 진심으로 미안하고 죄송하다"고 했다.

    전주시다문화가족지원센터 김동준 운영팀장은 "인종차별 언어 사용 중단을 법으로 제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문화가족과 관련 단체는 이대로 가만히 앉아 있을 수는 없다는 생각에 생업도 포기하고 전국에서 모였다. 이날 정헌율 익산시장은 세종시 소재 중앙부처를 방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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