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7.3 민주노총 공공부문 비정규직노동자 총파업 '비정규직 철폐 전국노동자대회'에 참가한 조합원들이 비정규직 차별 철폐, 공공부문 정규직화, 처우개선 등을 촉구하고 있다. (사진=이한형 기자)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소속 공공부문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4일 총파업 이틀째를 맞아 전국 각 지역에서 투쟁 대회를 진행한다. 비정규직 차별 철폐와 정규직 전환을 내건 노동자들의 이번 파업은 5일까지 이어진다. 민주노총은 사흘에 걸친 투쟁으로 대정부 압박 수위를 높이면서 오는 18일 다시 한번 전국 단위 총파업을 진행할 계획이다.
4일 민주노총에 따르면 공공부문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이날부터 이틀간 지역별 파업 대회에 들어간다. 파업 대회는 경기·인천 등 수도권부터 대전·광주·대구·제주 등 전국 12개 지역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진행된다.
공공부문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대규모 총파업에 나선 건 이번이 처음이다. 이들은 교육이나 보건복지 등 실생활과 밀접한 필수 업무에 종사하면서도 대부분 기간제나 무기계약직, 파견·용역 등 형태로 고용돼있다.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대거 거리에 나온 것도 이같은 고용 조건 속에서 겪는 차별과 불안 때문이다. 여기에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이었던 공공부문 정규직화가 제대로 이행되고 있지 않은데 대한 불만도 깔려있다.
3일 광화문 집회에 참석한 공공기관 경비원인 권오석 씨(61)는 "상여금으로 정규직은 600~800%를 받아가면서 우리 비정규직은 40만 원씩 1년에 2번 나오는 게 전부"라며 "문재인 정부가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를 이제라도 정신차리고 제대로 해주길 바란다"고 촉구했다.
아이돌보미로 근무중인 권이숙 씨(52·여)는 "센터가 이용자한테는 1시간당 9650원을 받으면서 우리에게는 평일에도, 주말에도 최저시급을 주고 있다"며 "차비만 빼도 최저임금이 안 된다. 기초생활조차 보장되지 않는 돌보미가 30%는 된다"고 어려운 근무 여건을 털어놨다.
비정규 환경미화원인 배권열 씨(58)도 "비정규직 차별이 아주 심하다"며 "야간에 많게는 10시간 정도 작업을 하는데 위험한 데다 밤낮이 바뀌어 생체 리듬이 깨지는 데도 (정규직인) 직영 환경미화원들 임금의 60% 정도밖에 받지 못한다"고 말했다.
민주노총은 이번 총파업에서 △비정규직 철폐 △차별 해소 △처우 개선을 전면에 내걸고, 정부가 비정규직 문제 해결을 위한 교섭에 직접 나와 달라고 촉구하고 있다.
공공부문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는 정부 예산과 정책의 영향이 직접적으로 작용하는 만큼, 실질적 사용자인 정부가 나서야 차별 철폐 등 노동자들의 요구사항이 충족될 수 있다는 주장이다.
강규혁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위원장은 "공공부문 노동자들은 사회에서 없어서는 안 될 노동자인데 언제나 투명인간으로 살아왔다"며 "그런 공공부문에서부터 비정규직을 없애자는 게 문재인 대통령이 국민 앞에 한 약속이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명환 민주노총 위원장도 "문재인 정부는 무책임과 회피로 비정규직 노동자의 파업을 수수방관할 게 아니라 (공공부문) 사용자로서 직접 노정 교섭에 나서야 한다"며 "정부가 나서야 민간도 따라서 비정규직 문제를 해결할 것"이라고 거들었다.
이날 지역별 파업 대회에는 전국 약 2만명의 노동자들이 참여할 예정이다. 전날 광화문 광장 노동자대회에 모인 5만 3천 명(경찰 추산 3만 2천 명)의 절반 수준이다.
이튿날인 4일에는 서울·전남·울산 등 3개 지역에서 노동자 약 6천 명이 파업 대회를 이어간다. 민주노총은 오는 18일에는 전국 단위 대규모 총파업을 예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