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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희'로 치부되는 '성범죄'…경찰조차 "뭐가 문제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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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희'로 치부되는 '성범죄'…경찰조차 "뭐가 문제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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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상의 공포 '디지털 성범죄' ④] 남성중심 '강간문화'가 만들어 낸 '디지털 성범죄'
    익명의 사이버 공간 통해 '불법 촬영물' 유포·확산
    불법 촬영물, 남성들 위한 포르노 아닌 중대 범죄 행위
    수시기관 성인지 감수성 제고도 중요
    외상 후 스트레스 총점 가장 높은 집단은 유포·재유포 피해자 집단
    피해자 지원 위해 중요한 조치는 불법 촬영물 '삭제'
    여성을 '성적 대상화'하고 '소비'하는 그릇된 '남성문화' 개선 중요

    (사진=제보자 제공)
    이른바 '정준영 단톡방'부터 '언론인 단톡방', 그리고 최근 일어난 김성준 전 SBS 앵커의 불법 촬영 사건까지 일련의 사건들은 단순히 그들의 유명세나 직업군에 중요성이 있는 게 아니다. 그만큼 '디지털 성범죄'가 일상화되고 만연해 있음을 보여주는 반증이다. '디지털 성범죄'가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지만, 사회적 인식과 법은 이에 미치지 못한다는 지적이 여전하다. 과연 '디지털 성범죄'란 무엇이기에 우리의 일상을 위협하는지 짚어봤다. [편집자 주]

    글 싣는 순서
    ① 성범죄, '디지털'과 결합해 일상을 위협하다
    ② 고작 "스릴 만끽"…시시각각 여성 노리는 '카메라'

    ③ "벌금만 낸 전 남친이 재유포"…불법촬영 2차 피해 심각
    ④ '유희'로 치부되는 '성범죄'…경찰조차 "뭐가 문제냐?"
    <계속>


    # 언론인 단톡방 1_2018년 5월 10일

    A : '0000대 276명 단톡방 성관계 영상 유출 사실로 확인(00일보 기사 링크)
    A : 구해주세요.
    B : 궁금합니다.
    B : ㅋㅋ
    C : 저도요.
    방장 : 요런 건 꼭 봐야 합니다.

    # 언론인 단톡방 2_2019년 2월 14일

    A : 버닝썬 2탄이 있다고 합니다.
    B : 우어어어어.
    방장 : 1분 56초

    B : 우어어어어어어.
    C : 오오오오오오오오오.
    방장 : 1탄과 동일한 플레이지만, 여성이 완전히 물뽕에 취해 있습니다.
    D : 공유 좀.
    E : 아, 그거는 본 거 같은데.

    (사진='디지털 성범죄 해체하기' 자료화면 캡처)
    ◇ 익명의 사이버 공간 통해 '불법 촬영물' 유포·확산

    여성가족부는 지난 4월 1일부터 약 60일간 개방된 단체채팅방 등 사이버 공간에서 벌어지는 각종 불법 촬영물 유포와 불법 정보 유통 등에 대한 집중 점검단속을 실시했다. 기존 단속은 오픈채팅방 등 온라인 채팅방을 통해 이뤄지는 불법 성매매 조사에 집중됐으나, 연예인 등이 관련된 불법 촬영물 사건이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면서 불법 동영상 유포·공유에 대한 조사가 추가됐다.

    오픈채팅방이란 동일관심사 등 특정 주제별로 불특정 다수와 익명으로 대화하는 공개 단체채팅방이다. '언론인 단톡방'이라 불리는 오픈채팅방이 대표적인 통신 매체를 이용한 집단 성폭력 사례다. '언론인 단톡방' 안에서는 촬영 여부 동의와 무관하게 비동의 하에 이미지 등이 유포되는 '유포형 가해', 유포형 가해에 이용된 이미지 등을 이용해 모욕성 댓글을 달거나 노골적인 희롱 등을 가하는 '참여형 가해'의 형태를 볼 수 있다.

    보통 제작형 가해는 유포형 가해로 이어지고, 여기에 불법 촬영물을 소비하고자 하는 개인들이 참여해 가해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다. 이는 곧 피해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다는 것을 의미한다.

    단체채팅방 내 불법 촬영물 유포·공유, 성매매 조장·유인·권유·알선, 음란성 문구 등 불법 정보 유통 등은 전형적인 사이버공간 내 '성범죄'이자 '여성폭력'이다.

    디지털 성범죄의 심각성을 인식한 정부는 지난 2017년 9월 26일 '디지털 성범죄 피해방지 종합대책'을 내놓았다. 종합대책은 '디지털 성범죄 제로(Zero), 국민 안심사회 구현'을 목표로 △변형카메라 불법촬영 탐지·적발 강화 △불법 촬영물 유통차단 및 유포자 강력 처벌 △디지털 성범죄 피해자 보호·지원 강화 △디지털 성범죄 예방교육 등 국민인식 전환을 4대 추진전략으로 설정했다.

    디지털성범죄아웃(DSO) 이한기 활동가는 "불법 촬영뿐 아니라 여성 관련 범죄에 대해 '범죄'라는 인식이 부족하다. 여성이 강간 피해를 당했다고 하면 가해자가 누구인지 보다는 누가 피해자인지 묻는 걸 더 좋아하는 것 같다. '정준영 단톡방' 사건이 터졌을 때도 정준영이 촬영한 여자가 누구인지 물었다"라며 "이런 현상 자체가 성범죄를 포르노로 인식한다는 의미다. 포르노에서는 여성을 객체화하고, 여성의 특징에 초점을 맞춘다. 이처럼 사람들이 성범죄를 아직 포르노로 인식하고 있다는 것이 문제"라고 말했다.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이수정 교수는 "계도적인 활동이 필요하다. 일단 피해가 발생하면, 이게 피해 당사자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걸 알려야 한다"라며 "여성들은 일상에서 공포심을 느끼는데 남자들은 '너무 호들갑이다' '어쩌라는 거냐'는 식으로 대응한다. 그렇게 혐오적 발언을 하는 건 문제로 삼는데, 왜 이런 문제가 발생하는지가 중요하다. 근본적인 원인에 대해 문제를 제기해야 한다. '몰래카메라'는 범죄라는 인식을 이해시키려는 노력이 필요하다"라고 강조했다.

    (사진=디지털 성범죄 해체하기 화면캡처)
    ◇ 수시기관의 성인지 감수성 제고도 중요

    "경찰들의 인식도 중요한데요. 예전에 저희 피해자 2명이 브래지어 정도만 입고, 아래는 바지를 입고 축제를 갔다 지하철 타고 오다가 너무 더워서 그냥 그 상태로 입고 있었더니, 남자가 옆에를 찍었는데, 굉장히 봉긋하게 찍었어요. 그 사진 가지고 형사님이 저한테 하는 얘기가 어차피 벗고 다니고 보라고 했는데 이거 촬영한 게 왜 이게 문제냐."(변호사 1, '온라인 성폭력 피해실태 및 피해자 보호방안' 중)

    "영상 같이 돌려보고, '그래도 이쁜 것 올렸네' 이런 말 하고, 피해자 앞에 두고 여러 경찰관이 영상 돌려보고."(상담기관 4, '온라인 성폭력 피해실태 및 피해자 보호방안' 중)

    디지털 성범죄 피해자들의 두려움은 범죄 이후에도 계속된다. 그 두려움 중 하나는 자신의 피해를 '신고'할 때다. 경찰 등 국가기관에 대한 불신, 그리고 실제로 일어나는 수사기관에서의 2차 피해는 피해자들이 신고조차 할 수 없도록 만든다. 이는 디지털 성범죄가 대표적인 '암수범죄'가 되는 원인이다. 그렇기에 수사기관의 성인지 감수성 제고도 중요한 과제다.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이 지난 2018년 발간한 '온라인 성폭력 피해실태 및 피해자 보호방안' 실태조사에서 피해자들이 경찰에 신고하지 않은 주된 이유는 경찰이 적극적으로 도와주지 않을 것이란 불신과 자신의 신분이 노출될 수 있다는 불안 때문으로 조사됐다.

    결국 경찰이 디지털 성범죄 해결에 대한 강력한 의지를 행동으로 보여주는 것은 물론이고, 피해자에게 책임을 전가하거나 2차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피해자 중심의 수사 방식을 고려해야 한다.

    한사성 이효린 활동가는 "피해자가 경찰에 신고한다는 것 자체가 피해자에게는 굉장히 큰 결단이다. 피해자 스스로 감내했어야 하는 어려움을 수사관이 인지한 채로 그에 따른 감수성을 잘 갖춰서 수사하는 것이 필요하다"라며 "디지털 성범죄가 갖는 심각성이라든지, 폭력이 갖는 피해 당사자가 호소하는 주요한 특성들을 수사관이 정확히 인지하는 게 중요하다"라고 말했다.

    이 활동가는 "이런 피해를 경험했을 때 제도권 내에서 피해 당사자가 첫 번째로 만나는 게 경찰이다. 지원자의 관점으로 사건을 다뤄야 한다"라고 덧붙였다.

    한국여성민우회 성폭력 상담소 달개비 활동가는 "경찰, 검사, 판사 등 개인의 재량에 맡길 것이 아니라 조직 문화 속에서 성인지 감수성을 만들어 가야 한다"라며 "조직문화이자 직무의 중요한 부분으로서 인지를 갖게 하는 정책이 필요하다"라고 강조했다.

    (사진=사이버 성폭력 피해자 지원을 위한 안내서 화면캡처)
    ◇ 피해자 지원을 위해 중요한 건 불법 촬영물 '삭제'

    "몇 년 전 저의 몰카 영상이 유포되었다는 것을 알고 당시에 원유포자를 신고해 처벌했습니다. 피해 촬영물들도 거의 다 지워진 것으로 알고 있었는데 얼마 전 제 영상이 또 퍼지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어요. 계속해서 조회 수가 올라가고 누군가가 다시 유포하고 있는데 어떻게 해야 할까요?" ('사이버 성폭력 피해자 지원을 위한 안내서' 중 재유포 피해 사례)

    '온라인 성폭력 피해실태 및 피해자 보호방안'에 따르면 외상 후 스트레스 총점이 가장 높은 집단은 유포·재유포 피해자 집단(53.9점)이었고, 다음은 유포 협박 피해자 집단(52.4점)이었다. 이는 유포·재유포 피해자의 외상 후 스트레스 정도가 더 심각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디지털 성범죄는 법률상의 공백을 없애고, 경찰 수사 강화 등도 중요하지만 범죄가 갖는 특성상 불법 촬영물의 삭제가 피해자 지원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다.

    현재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이하 방심위)에서는 정보통신망법 제44조의7(불법 정보의 유통금지 등)에 따라 디지털 성범죄 관련 불법 정보를 심의하고, 인터넷 서비스 제공자 또는 게시판 관리자에 해당 정보를 삭제하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시정요구를 해도 이를 이행하지 않을 경우 처벌할 규정이 없어 실효성 측면에서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정보통신서비스 제공자나 게시판 관리자가 시정요구를 받고도 이에 불응할 경우, 해당 기간 다시 삭제 등의 명령을 하는 등 불필요한 시간이 늘어나는 일도 발생한다. 이에 방심위의 시정요구에 불응할 경우 이를 처벌할 수 있는 규정을 신설해 시정요구의 실효성을 높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또한 불법 촬영물이 불특정 다수를 상대로 온라인을 통해 유포되는 것은 물론 심지어 재판기간 중에도 가해자가 불법 촬영물을 갖고 있다면 재유포가 가능하다. 이에 수사기관에서 피의자 수사 과정 중 압수한 영상물, 사진 등을 폐기할 수 있도록 '형사소송법' 제130조 제2항의 압수물 폐기처분 규정을 개정해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완전한 삭제가 불가능한 상황에서 피해자가 삭제 비용까지 스스로 부담해야 하는 등 이중고를 겪자 정부는 불법 촬영물 피해자에게 정부가 촬영물 삭제를 지원하고, 삭제 비용에 대해서는 가해자에게 구상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법을 개정했다.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성폭력방지 및 피해자보호 등에 관한 법률 제7조의3(불법 촬영물로 인한 피해자에 대한 지원 등)은 지난 2018년 9월 14일 자로 시행됐다.

    빨간원 프로젝트 (사진=경기남부지방경찰청 페이스북 제공)
    ◇ 여성을 '성적 대상화'하고 '소비'하는 그릇된 '남성문화' 개선 중요

    "사이버 성범죄…. 피해자가 된다는 사실은 정말 끔찍한 경험이었어요. 그래서 엄청나게 극심한 자살충동을 겪었고, 다행히 잘 버텨냈고, 잘 생존했으니까 더 강인하게 대처해 나가고 앞으로도 이런 피해사실에 관련해서 이 사회가 좀 더 매뉴얼을 갖추고, 단단하고 견고한 것이 됐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피해자들을 돕는 자원 활동을 시작했어요." (사진유포 피해자_'2017 사이버 성폭력 피해자 지원을 위한 안내서' 사례 중)

    디지털 성범죄 피해자 2000명을 대상으로 실태조사를 진행한 '온라인 성폭력 피해실태 및 피해자 보호방안' 결과에 따르면 디지털 성범죄 피해자 가운데 381명(23.1%)은 자살을 생각했고, 그중 62명(16.3%)이 자살 계획을 세웠다. 자살계획을 세운 피해자 가운에 실제로 자살을 시도한 피해자는 23명(37.1%)에 달했다.

    정부의 대책과 법 개정 등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인식의 변화다. 불법 촬영과 유포가 명백한 범죄이자 '중대 범죄'라는 인식이 필요하다. 그리고 디지털 성범죄를 유희 거리마냥 즐기는, 여성에 대한 성적 대상화, 즉 '강간문화'(강간과 여성에 대한 성적 공격이 용인되거나 정당화되는 것)로 불리는 남성들의 그릇된 성인식에 대한 변화가 가장 중요하다.

    한국여성민우회 성폭력 상담소 달개비 활동가는 "강간문화의 뿌리가 굉장히 깊어서 불법 촬영물을 유포하고 보는 행위가 환영받고 유희거리로 인식되고 있다"라며 "우리 단체에서 지난 2009년부터 불법 카메라 관련 캠페인을 해오고 있다. 바로 '주변에서 보지 않는 것'이다. 있어도 보지 않는 게 중요하다"라고 강조했다.

    이어 달개비 활동가는 "피해자에게는 막막함이라는 게 있다. 피해가 끝나지 않을 거고 영상은 계속 돌아다닐 거라는 것 때문에 두려워지는 것"이라며 "그러나 피해는 끝날 것이고 문제에 대해 같이 고민하는 사람이 있기에 위축감을 갖지 않도록 하는 것, 그런 것들에 대한 계속적인 지지를 하는 사회 체계를 만드는 게 중요하다"라고 말했다.

    한국사이버성폭력대응센터 이효린 활동가도 "몰래 찍고 몰래 올리는 것만이 가해행위가 아니라 촬영물을 보고 시청하려는 수요가 있다는 것도 문제"라며 "촬영물을 소비하려는 문화가 있을 때 불법촬영이라는 행위 자체가 어떤 산업에서의 생산의 역할을 할 수 있다. 이에 촬영물을 소비하려는 문화 전반의 종식이 필요하다"라고 지적했다.

    이 활동가는 "이것이 과연 예방할 수 있는 범죄인지, 그런 성격의 문제인지 의문"이라며 "애초에 찍히고 있다는 사실조차 인지 못 할 때 얼마나 조심하느냐의 문제로 가면 안 된다. 촬영물을 소비하지 않는 것, 여성의 신체를 성적 대상으로 여기고 착취하고 욕망하려는 인식이 개선되는 게 예방의 첫걸음"이라고 강조했다.

    인식 개선과 예방을 위해 언론도 과도한 보도를 지양하고, 피해자의 피해 사실에 초점을 맞추는 게 아니라 범죄가 가진 문제점을 짚어내는 보도가 필요하다. 또한 사회가 함께하고 있다는 '연대'를 전달하는 것 역시 언론의 몫이다.

    이효린 활동가는 "피해의 심각성은 사회에 기본적으로 합의된 내용"이라며 "문제는 이 사람이 얼마나 고통스럽고 죽고 싶어 하고 얼마나 절망적인지 이야기되기보다는 이런 피해를 경험한 사람이 안전하게 일상을 되찾을 수 있는 연대의 메시지가 같이 전달되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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