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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 사랑' 클수록 리그는 흥한다…올스타전이 남긴 메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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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팬 사랑' 클수록 리그는 흥한다…올스타전이 남긴 메시지

    '홈런 공장장'으로 변신한 SK 최정 (사진=연합뉴스 제공)

     


    21일 오후 창원 NC파크에서 열린 2019 신한은행 MY CAR KBO 올스타전 본경기를 앞두고 진행된 팬 사인회 행사 때 반가운 얼굴들이 눈에 띄었다.

    야구 팬들의 지지 덕분에 베스트12에 오르는 영예를 차지했지만 부상 때문에 경기에 뛸 수는 없었던 양의지(NC), 구자욱(삼성) 그리고 강백호(KT)가 사인 테이블에 앉아 팬들을 기다렸다. 예전에는 부상 대체 선수가 올스타전에 참여하면 다친 선수는 경기장을 찾지 않는 경우가 많았다. 올해는 달랐다.

    신축 구장 창원 NC파크에서 열린 올스타전인만큼 양의지의 존재는 창원 팬들에게도 의미가 컸다.

    옆구리 부상을 안고 있는 양의지는 "예전에도 부상을 당했을 때 뽑아주신 적이 있다. 그때 너무 죄송하고 감사했다. 팬들에게 뭐라도 해드릴 수 있으면 좋을 것 같아 참석했다"고 말했다.

    왼쪽 어깨를 다친 구자욱은 깁스를 한 상태로 사인 테이블에 앉았다. 평소 글씨를 쓰는 왼손이 불편했지만 익숙하지 않은 오른손으로 정성껏 사인을 했다. 오른쪽 손바닥이 찢어지는 부상을 당했던 강백호도 팬들을 위해 주저없이 매직펜을 들었다.

    야구장 바깥도 팬 사인회와 같은 분위기였다. 경기 전 선수단 버스 앞에서 기다리는 팬, 경기 후 종이와 펜을 들고 늦게까지 남아있는 팬의 요청을 선수들이 흔쾌히 받아들이는 모습이 곳곳에서 눈에 띄었다.

    그라운드에서도 '팬 서비스'가 빛을 발했다. 특히 전반기 1위를 차지한 SK 선수들의 노력이 돋보였다.

    최정은 '홈런 공장장' 패션을 선보여 눈길을 사로잡았다. '로-맥아더' 장군으로 변신해 베스트 퍼포먼스상을 차지한 팀 동료 로맥은 "최정의 얼굴을 보면 공장 근로자의 느낌이 난다"며 웃었다. 이어 "평소 농담이 많은 성격이 아니라 놀라웠고 재밌었다"고 말했다.

    한동민과 고종욱은 각각 자신의 애칭 '동미니칸'과 '고볼트'를 활용한 리폼 유니폼을 입고 나왔다.

    한동민은 "우리 팀에서 많은 선수들이 올스타전에 참가하게 됐다. 구단에서 올스타 선수들이 조금이나마 이벤트를 해줬으면 좋겠다고 해서 받아들였다. 모든 선수가 다 동참해준 것을 고맙게 생각한다. 아이디어를 제공한 구단에게도 감사하다"고 말했다.

    교주로 변신해 자신의 응원가에 맞춰 직접 팬들의 호응을 이끌어낸 이학주(삼성)도 빼놓을 수 없는 신스틸러였다.

    화려한 불꽃놀이가 2019 KBO 올스타전의 대미를 장식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올스타전 승부는 팬 서비스의 대미를 장식했다. 선수들은 경기 초반 웃음에 초점을 맞추는듯 보였지만 후반으로 갈수록 정규리그 못지 않은 집중력을 발휘했다. 역전에 역전을 거듭하는 치열한 승부에 팬들이 느끼는 즐거움은 점점 더 커졌다.

    특히 2루타 4개로 5타점을 쓸어담은 한동민과 4타점을 몰아친 김현수(LG)의 MVP 경쟁은 근래 올스타전에서 찾아보기 힘든 수준의 명승부였다.

    한 구단의 선수와 팬 가족이 모여 명량운동회와 같은 분위기를 연출한 슈퍼레이스가 사전 이벤트로 펼쳐져 현장의 큰 호응을 얻은 것도 인상적이었다.

    올해 TV 생중계에서는 경기 초반 양팀 포수 그리고 1루 명예코치로 나선 이범호가 마이크를 달았다. 선수들의 생생한 목소리가 전달됐고 팬들은 즐거워 했다.

    승부의 중압감이 상대적으로 적은 올스타전과 같은 이벤트 경기의 TV 중계에서 현장감을 더 살릴 수 있도록 하는 다양한 아이디어가 나오고 있다. 아직까지는 현장이 주저하는 분위기다. 합리적인 선에서 더 많은 아이디어가 채택된다면 스토리는 더욱 풍성해질 것이다.

    지난 수년동안 프로야구의 인기가 상승함에 따라 팬 서비스 역시 그에 맞춰 나아지기를 바라는 야구 팬의 목소리는 점점 더 커지고 있다.

    짓궂은 날씨 때문에 만원 사례를 이루지는 못했지만 올해 올스타전은 호평을 받을만 했다. 선수들이 보답했기 때문이다. 그라운드 안팎에서 팬을 먼저 생각하는 자세가 돋보인 야구 축제였다. KBO 리그가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을 보여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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