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연합뉴스)
일본의 수출규제 조치가 정식 의제로 논의될 세계무역기구(WTO) 일반이사회에서 정부는 국제 사회를 상대로 본격적인 우호 여론을 형성하고, 일본에 대해 동료 회원국들이 압력을 행사하도록 할 방침이다.
23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이번 WTO 일반이사회에 14개 의제가 상정이 돼 있고, 일본 수출규제 조치와 관련해 우리가 요청한 안건은 11번째로 올라와 있다.
이번 의제에 대해 회의 의장이 발언을 요청하면 해당국인 한국이 먼저 발언하고 직접적 관련국인 일본이 발언하며 제3국 가운데 관심 있는 나라가 발언하는 식으로 논의가 진행된다. 일본 측 발언에 필요하면 반박할 수도 있다.
이번 의제는 WTO에서 바로 결의를 한다든지 모종의 결정을 하는 대상은 아니다.
정부는 그러나 일반이사회에서 일본의 수출규제 조치가 WTO 규범에 합치하지 않는 부당한 조치임을 지적할 방침이다. 특히 현 상황에 대한 WTO 회원국들의 이해를 높이면서 일본의 부당한 수입규제 조치 철회에 대한 공감대를 확보할 계획이다.
마침 일본 측 대표는 이번 회의에서 최근 자유무역 원칙을 발표한 오사카 G20(주요 20개국) 정상회의를 보고할 것으로 알려져 정부는 이번 수출규제와 모순됨을 부각할 방침이다.
산업부 관계자는 "WTO가 다자간 자유무역협정과 무역규제조치를 논의하는 장(場)인만큼 일본 조치가 WTO 정신과 협정에도 위배된다는 점을 널리 알려 국제 여론을 형성하고, 일본에 대해 동료 회원국들이 압력을 행사하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일반이사회가 WTO 공론의 장인만큼 향후 WTO 분쟁 해결기구에 제소하기 전 충분한 명분을 쌓는 자리가 될 수도 있다.
이와 관련 산업부 관계자는 "WTO 일반이사회 안건 상정은 WTO 정식 제소 전에 상대국이나 국제적으로 부당성을 알리는 하나의 방법"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관계자는 "(이런 과정을 토대로) 일본 측 조치를 철회하게 만들려면 WTO 분쟁해결절차(제소)를 거쳐야 한다"고 했다.
실제 정부는 WTO 제소 시점은 전략적으로 검토 중이다. 산업부 관계자는 "반도체 소재 3개 품목 수출 심사 강화(7월 4일) 외에 일본 측이 안보상 우방국으로 간주해 수출 절차를 간소화하는 백색국가(화이트리스트)에서 한국을 제외하는 것까지 보고 제소 시기나 내용을 정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이 관계자는 "일부에선 WTO 제소 절차가 시작되면 후쿠시마 수산물 분쟁처럼 3~4년 오래 걸려 실효성이 없지 않느냐고도 하는데 꼭 그렇게 볼 필요는 없다. 분쟁해결절차 중에 어떤 사안은 4개월 만에 철회된 경우도 있었듯이 빠른 해결도 가능하다"고 했다.
현재 3명인 WTO 상소기구 위원이 미국의 재임명 거부로 올 연말에 1명만 남을 경우 사실상 상소기구 기능이 정지될 수 있다는 일각의 우려와 관련, 이 관계자는 "미리 그렇다고 전제할 필요는 없다. 올해 제소하면 패널 절차는 상소기구와 상관없이 1년 정도 진행되고 그 사이 상소기구가 회복돼 있으면 된다"고 말했다.
이번 WTO 일반이사회에 김승호 산업부 신통상질서전략실장이 수석대표로 참석한다.
산업부 고위 관계자는 "사안의 중대성을 감안해 WTO 업무를 담당하는 고위급 책임자가 현장에서 직접 대응하기 위해 김 실장이 참석한다"고 설명했다. 김 실장은 WTO 한·일 수산물 분쟁 상소기구 심리에서 최종 승소의 쾌거를 이끌어낸 '통상 전문가'다.
한편, 산업부는 23일 일본 측에 '화이트리스트 제외'와 관련된 우리 정부의 공식 의견서를 이메일을 통해 제출한다. 일본 정부가 24일까지 의견수렴을 하는데, 그 안에 우리 측 입장을 전달하는 것이다. 의견수렴이 종료되는 24일 이전에 국장급 양자 협의를 하자는 우리측 요청에 일본은 응답하지 않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