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다니엘(자료사진/이한형 기자)
가요계가 잇단 '전속계약 분쟁'으로 시끄럽다. 대표적으로 강다니엘, 라이관린, 사무엘, 정다경 등이 소속사를 상대로 전속계약 해지를 요구, 법적 분쟁을 벌이고 있다.
저마다 사정은 다르다. 강다니엘은 LM엔터테인먼트가 자신의 동의 없이 제3자에게 권리를 양도했다며 전속계약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냈다. 라이관린 역시 큐브엔터테인먼트가 중국 내 독점적 매니지먼트 권한을 제3자에게 양도했는데 본인은 몰랐다는 입장이다.
또, 사무엘은 브레이브엔터테인먼트가 강압적으로 회사 대표의 블록체인관련 사업에 연루시켜 신뢰관계가 깨졌다는 입장이고, 정다경은 거마비 미정산, 연습관리 소홀, J엔터테인먼트에서의 무단 계약 이동 등을 문제 삼으며 쏘팩토리를 상대로 전속계약해지를 요구한 상태다.
사정은 다르지만 언급된 이들은 서바이벌 형식의 오디션 프로그램을 통해 인기를 높인 가수라는 공통점이 있다. 강다니엘, 라이관린, 사무엘은 음악채널 엠넷의 아이돌 서바이벌 '프로듀스101' 시즌2 출신이고, 정다경은 종합편성채널 TV조선의 트로트 오디션 '미스트롯' 출신이다.
이전까지는 계약 기간이 끝나갈 때쯤 정산 문제나 이른바 '노예계약' 문제를 들어 소송을 진행하는 경우가 많았는데, 최근에는 TV프로그램을 통해 일약 스타덤에 오른 신인급 가수들이 소속사와 각을 세우는 경우가 많아지는 분위기다.
음악웹진 아이돌로지 미묘 편집장은 "과거에는 개인 참가자가 출연하는 오디션 프로그램이 많았고, 역량을 가진 기획사 오디션에서 스타가 된 참가자를 데려가는 구조였다"며 "그런데 '프로듀스101'을 기점으로 소속사가 있는 상태에서 오디션에 참가하는 포맷의 프로그램이 늘어났고, 그로 인해 오디션을 통해 인기를 높인 가수들이 기존 소속사와 마찰을 빚는 사례가 늘어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정다경(자료사진/박종민 기자)
김성수 문화평론가는 "방송사들이 완전한 신인을 찾는 것이 아니라 이미 완성형인 가수나 연습생을 대상으로 한 오디션 프로그램을 만들고 있고, 이런 가운데 스타를 직접 발굴하려고 하지 않고 인기가 무르익은 스타를 뽑아가려는 작전을 꾀하는 이들도 있어 앞으로 비슷한 사례의 계약 분쟁이 계속해서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소속사를 운영하는 이들은 이 같은 현상을 경계하는 분위기다. 아이돌 그룹이 속한 한 가요 기획사의 대표는 "오디션 출신 스타들은 '회사가 아닌 내가 잘 해서 인기가 생긴 것'이라는 인식이 강해 회사의 의견을 잘 따르지 않으려 하는 편"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법무사와 상담을 진행해 어떻게 해서든 꼬투리를 잡아 법적분쟁에서 유리한 고지에 오르려 하고, 배후세력이 있을 경우엔 그냥 위약금을 내고 나가겠다고 하기도 한다"며 "노하우를 가진 제작자들이 아닌 자본력이 있는 이들이 K팝 시장에서 스타들을 독점하는 구조가 될까 걱정"이라고 우려를 표했다.
반면, 팬들의 시선은 다르다. 애초 소속사가 가수와 동의 없이 제 3자와의 계약을 진행하거나 정산금을 제대로 지급하지 않는 등 법적으로 문제의 소지가 될 만한 일을 만들지 말았어야 한다는 것이다. 법원이 전속계약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에 대해 전부 인용 결정을 내려 독자 활동이 가능해진 강다니엘은 최근 솔로 데뷔 쇼케이스에서 "제3자에게 권리 양도를 한 것을 전혀 인지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아울러 여러 소속사가 뭉쳐 계약 분쟁을 일으켰다는 이유로 특정 가수의 활동을 저지하려는 행동을 하는 것도 문제라는 지적이 나온다.
미묘 편집장은 "프로듀싱, A&R, 스타일링, 비주얼 디렉팅 등을 외주 업체들과 협력해 진행할 수 있는 시대가 됐다. 즉, 당장 노하우를 가지고 있지 않더라도 자본력이 있으면 가수와 함께 좋은 콘텐츠를 만들 수 있게 된 것"이라며 "각 기획사가 의리를 내세워 관계를 유지하려고 하고, '물 들어왔을 때 노 젓겠다'는 마인드로 돈벌이에만 치중할 것이 아니라 정상급 실력을 갖춘 인력을 고용하는 등 더 나은 서포트를 해주는 노력을 통해 가수들과의 신뢰를 쌓아 나가야 할 때로 보여진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