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일 발언'으로 논란을 일으킨 주옥순 엄마부대 대표가 8일 오전 서울 종로구 옛 일본대사관 소녀상 옆에서 문재인 정권의 일본 정부에 대한 사과 요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박종민 기자)
아베 정권을 규탄하는 목소리와 한국 정부가 일본 정부에 사과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일본대사관 근처에서 연달아 울려 퍼졌다. 친일단체의 기자회견을 앞두고는 반일 진보진영 사람들이 몸으로 이를 막아서면서 충돌이 빚어져 1명이 경찰에 연행됐다.
8일 오전 11시30분 옛 일본대사관 앞 소녀상 옆에서는 엄마부대 주옥순 대표의 기자회견이 예정돼 있었다. 주 대표는 지난 1일 기자회견에서 "아베 총리에게 사죄하고, 한미일 동맹을 회복해야 한다"고 주장해 이날에도 이목이 집중됐다.
이에 기자회견을 사전에 막기 위한 움직임도 일었다.
진보진영으로 분류되는 애국국민운동대연합 오천도 대표는 대사관 인근에 나타나 "여기서 (엄마부대는) 기자회견 못 한다" 소리쳤다. 또 주 대표를 찾으며 "어느 나라 국민이냐", "보수의 뜻과 가치도 모르는 사람들이 어디 감히 보수라고 말하냐"고 외쳤다.
주 대표가 모습을 드러내자, 오 대표는 주 대표가 있는 쪽을 향해 밀가루를 던졌다. 얼마 지나지 않아 서울의소리 백은종 대표도 달려들어 주 대표를 밀쳤다.
제지하는 경찰과 집회 지지자와 반대자, 취재진이 뒤엉켜 현장은 순식간에 아수라장이 됐다. 경찰은 백 대표를 폭행 혐의로 현행범으로 체포했다.
현장이 어느 정도 정리가 된 후에야 엄마부대는 겨우 기자회견을 시작하고, 지난 집회 때와 같은 친일 주장을 반복했다.
주 대표는 '내 딸이 위안부였어도 일본을 용서한다'는 과거 발언에 대해 "딸이 위안부로 팔려 갔다면 그 딸이 하루 빨리 회복하도록 만들어서 건전한 사회인으로 만드는 것이 부모의 책임 아니냐"고 말했다.
이어 주 대표는 "아버지가 강제 징용에 갔다 오셨다"며 "일본 말 쓰지 말라고 아버지에게 맞은 기억도 있지만, 성장해서 아버지에게 들은 이야기는 '조선이 부강한 나라가 돼야 한다'는 것이었다"고 주장했다. 주 대표의 아버지가 강제 징용자인지 여부는 확인되지 않았다.
기자회견이 끝난 후 주 대표를 향해 "네가 국민이야? 이 매국노, 안 창피하냐"고 외친 20대 남성도 있었다.
엄마부대의 기자회견 시작 전인 오전 11시에는 706개 단체가 모인 아베규탄시민행동이 일본대사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들은 일본이 7일 관보에 수출무역관리령 일부를 개정해 한국을 화이트리스트(수출 절차 간소화 대상국)에서 제외한다는 내용을 게재한 것을 규탄하고,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 파기를 촉구했다.
한국진보연대 박석운 상임대표는 "아베 정권이 각료회의를 일주일 연기한 이유는 오는 24일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 폐기 통보 시한을 앞두고 후속 제재를 하기 위해서"라며 "미국 바짓가랑이만 잡아당기는 식의 대응이 아니라 일본에 명확히 아니라고 말할 수 있어야한다"고 말했다.
민족문제연구소 김영환 대외협력실장은 "한일 평화를 바라는 일본의 많은 시민들이 아베 정권에 반대해 싸우고 있다"며 "(우리는) 일본에 반대하는 것이 아니라 아베 정권에 반대하는 동아시아 시민들과 연대할 것"이라고 말했다.
민생연구소 안진걸 소장은 "일본은 한국보다 경제적으로 좀 더 우위에 있다는 이유로 한국을 위기에 빠뜨리려 한다"며 "1919년엔 패배했지만, 이번엔 반드시 이긴다"고 말했다.
아베규탄시민행동은 오는 15일 광화문 광장에서 촛불 행진을 한 후, 문제 해결을 원하는 서명을 일본대사관에 직접 전달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