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자인이 거의 비슷한 콘돔. 왼쪽이 일본 오카모토사 제품, 오른쪽이 JW생활건강에서 유통하는 국산제품이다. (사진=박성완 기자)
시중에서 유통되는 유명 국산 콘돔이 전범기업으로 지목된 일본 콘돔 제조사의 제품 디자인을 거의 비슷하게 베낀 것으로 나타났다. 수출을 하지 않는 국산 제품임에도 포장지에 한글 대신 일본어를 적어놔 눈속임 판매라는 지적도 나온다.
도마에 오른 국산 제품은 JW생활건강이 유통하는 '슬림프리미엄 001' 제품이다. 유명 제약 그룹의 계열사인 이 회사에서 제품 디자인도 맡았는데, 일본 오카모토사의 제품과 케이스 색깔이나 숫자, 로고 위치 등이 거의 유사하다.
게다가 고객들이 진열대에서 접하게 되는 제품 전면에는 한글 대신 일어로 '驚きのうすさ人肌体感'라고 적혀있다.
직역하면 '놀라울 정도로 얇음. 인간 피부 체감'이라는 뜻으로, 얼핏 보면 일본제품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주요 편의점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이 제품은 일본 수출용 제품도 아닌 것으로 확인됐다.
업체 관계자는 8일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국내 전용제품"이라며 "(오카모토 콘돔이) 일본 유명 제품이다 보니 (디자인을) 벤치마킹한 건 맞다"고 말했다.
오카모토 콘돔이 국내에서 높은 판매율을 보이는 만큼, 이를 감안해 비슷하게 만들었다는 뜻이다.
왼쪽이 일본 제품, 오른쪽이 국산 제품. 해당 국산제품은 온라인과 약국에서 유통됐다. (인터넷 캡쳐)
이 업체가 사실상 카피한 일본 콘돔의 제조사 '오카모토'는 2006년 한일협정 책임기업 피해자선정위원회와 강제동원진상규명시민연대 등이 전범기업으로 꼽은 회사다.
특히 이 회사는 일제 강점기 일본군이 성병 방지를 위해 지정한 위안소용 콘돔 공급업체였다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위안부 콘돔' 논란의 중심에 섰다. 일부 판매처에서는 이런 논란을 감안해 판매를 중지하기도 했다.
이런 제품을 본떠 국산 콘돔을 일제처럼 판매하는 게 적절하냐는 지적이 제기되자 JW생활건강 측은 "최근에 일본 제품 불매운동도 있고, 문제가 돼서 제품 디자인을 교체했다. 편의점 유통분도 9월까지 새 디자인 제품으로 전부 바뀔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