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농구 국가대표팀 최준용 (사진=대한민국농구협회 제공)
한국 남자농구 국가대표팀에서 뛰는 최준용의 공식 신장은 200cm. 프로농구 서울 SK 유니폼을 입으면 장신 포워드라는 소리를 듣지만 국제 무대에서는 흔히 볼 수 있는 평범한 신장의 포워드다.
하지만 남자농구 대표팀에서는 그 가치가 귀하다. 신장이 2미터가 넘는 국내 선수 가운데 최준용만큼 공을 잘 다루고 스피드가 뛰어난 선수는 찾아보기 어렵다. 운동 능력도 좋고 패스 감각 역시 준수하다.
2019 중국 농구월드컵 출전을 앞둔 한국은 24일 오후 인천삼산월드체육관에서 열린 현대모비스 초청 4개국 국제농구대회 리투아니아와의 평가전에서 57대86으로 크게 졌지만 최준용의 패기 넘치는 플레이는 대표팀에게 남은 위안거리 중 하나였다.
최준용은 이날 약 32분동안 출전해 7득점 10리바운드 4어시스트 2스틸 2블록슛을 기록했다.
득점이 많지는 않았지만 플레이 하나하나가 역동적이었다. 속공에서 눈부신 스피드로 원핸드 덩크를 성공했고 세트오펜스에서는 날카로운 백도어 공략으로 또 한번 덩크를 꽂아 팬들을 열광케 했다.
수비에서는 높이와 타이밍을 잘 활용해 높이 열세로 고전했던 대표팀에게 힘을 실어줬다. 특히 미국프로농구(NBA) 선수 요나스 발렌슈나스를 두 차례 블록한 장면은 깊은 인상을 남겼다.
국제 대회에서 과감하게 페인트존 안에서 득점을 노릴 수 있는 선수의 존재는 늘 높이가 열세인 대표팀에게 특히 더 귀하다. 신장과 기술을 두루 갖춰야만 한다.
최준용은 경복고 시절부터 종종 포인트가드 포지션을 맡았을 정도로 공을 다루는 실력이 뛰어나다. 안정된 드리블과 패스를 연결하는 능력은 김상식 감독이 추구하는 모션오펜스에 큰 힘이 된다. 또 트랜지션 속도를 끌어올리는 데에도 도움이 된다.
최준용은 이날 대표팀의 높이 경쟁력에 크게 기여했지만 대표팀은 결국 리투아니아의 높이에 무릎을 꿇었다. 리바운드 싸움에서 28대41로 졌다.
발렌슈나스는 22분동안 20점 15리바운드를 올려 이름값을 했다. 식중독 증세로 인해 결장한 또 다른 NBA 선수 도만타스 사보니스의 공백에도 리투아니아의 높이는 강력했다.
한국에서는 라건아가 24점 8리바운드로 활약했다. 10득점에 수비에서 에너지를 아끼지 않은 이승현의 분전도 눈에 띄었다.
리투아니아가 가진 높이의 힘은 외곽에서도 발휘됐다. 리투아니아의 발빠른 외곽 로테이션에 높이가 더해진 위압감은 상당했다. 여유있게 숨을 고르고 슛을 던질 기회는 많지 않았다. 3점슛 14개를 던져 1개 성공에 그쳤다.
대표팀은 농구 월드컵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이 정도의 외곽 압박 능력을 갖춘 팀과 평가전을 해본 적이 없다. 이번 대회를 교훈삼아 남은 기간 풀어야 할 숙제로 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