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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ASF 창궐' 1년, 양돈농가 초토화·돈육 가격 폭등에 신음



아시아/호주

    中 'ASF 창궐' 1년, 양돈농가 초토화·돈육 가격 폭등에 신음

    • 2019-09-19 05:10

    발병 1년만에 돼지 사육두수 30% 급감
    중국인들 즐겨먹는 돼지고기 가격 폭등에 서민생활 흔들

    17일 돼지 전염병인 아프리카돼지열병(ASF)이 발생한 경기도 파주시의 한 양돈농장에서 방역당국 관계자들이 살처분 매몰 준비를 하고 있다. (사진=박종민 기자/자료사진) 확대이미지

     

    "몇 개월 동안 가격이 너무 올랐어요. 1근에 10위안 하던 것이 지금은 21위안이에요. 손님이요? 별로 없어요. 다들 너무 비싸다고 그래요."

    중국 베이징 근교 한 축산물 도매시장에서 돼지고기를 파는 상점 주인의 얼굴은 수심이 가득했다. 중추절(仲秋節·추석) 연휴에 10월 국경절 연휴를 앞두고 한창 대목이어야 할 축산물 시장은 썰렁하기 그지 없었다.

    중국이 돼지고기 가격 폭등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중국 인터넷만 찾아보더라도 미·중 무역전쟁이나 홍콩 시위와 관련된 내용보다는 돼지고기 가격 폭등과 관련된 동영상들이 넘쳐난다. 직접 수퍼마켓이나 시장을 찾아 현재 돼지고기 가격을 점검한 동영상들이 인기를 얻는가 하면 돼지고기 가격 폭등으로 힘들어진 삶을 노래하는 농민의 동영상이 조회수 순위 상위에 올라가기도 한다.

    중국에서 음식 이름에 '고기 육(肉)'자만 쓰면 으레 돼지고기(猪肉·주러우)를 뜻할 정도로 돼지고기는 쌀과 밀가루만큼 식생활에 있어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그런 돼지고기 가격이 최근 끝을 모르고 치솟는 이유는 바로 지난 1년간 중국 전역을 휩쓴 아프리카돼지열병(ASF·African swine fever)으로 인해 양돈 농가가 초토화됐기 때문이다.

    ◇ 아프리카돼지열병 휩쓸고 간 1년, 中 양돈농가 초토화

    아프리카돼지열병은 돼지만 감염되는 바이러스로, 감염되면 고열과 내출혈을 동반하며 1~2주 내에 폐사하는 확률이 100%에 이를 정도로 치명적이다. 돼지와 멧돼지 사이에 빠르게 전파되고 그 경로도 직접 접촉 외에 다양해 전염 경로를 차단하기가 어렵다. 열과 낮은 온도에서 살아남는가 하면 돼지 사체나 배설물, 돈육 등에서도 수주간 생존할 정도로 생명력이 강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치명적인 바이러스는 지난해 8월 3일 중국 동북 3성 가운데 하나인 랴오닝(遼寧)성 성도인 선양(瀋陽)에서 처음 발견됐다. 중국 농업부가 실시한 유전자 분석결과 발견된 바이러스는 러시아에서 유행한 것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로 이 바이러스는 중국에서 발견되기 전인 2007년 독립국가연합 소속의 그루지야에서 발견된 뒤 러시아로 전파됐으며 폴란드, 체코 등 동유럽 국가에서 발견된 전례가 있다.

    중국은 돼지 사육두수만 4억3천만 마리에 달할 정도로 세계 최대의 돼지고기 생산국이자 소비국이지만 대부분의 돼지들이 영세 양돈 농가의 열악한 환경에서 사육되던 터라 치명적인 전염병 확산을 막기란 역부족이었다.

    전문가들의 우려대로 한번 발병한 아프리카돼지열병은 급속도로 중국 전역에 확산됐다. 중국에서 처음 발병한지 보름이 안 된 8월 14일에는 허난(河南)성 성도 정저우(鄭州)의 한 도축장 안에 있던 돼지에게서 발병됐고 다음 날인 15일에는 장쑤(江蘇)성 렌윈강(連雲港)의 한 농장에서도 발병했다. 중국 정부는 발병 지역의 돼지들을 모두 살처분하는 등 전염병 확산을 막기 위해 안간힘을 썼지만 불가항력이었다.

    첫 발병일로부터 1개월이 지나자 안후이성 7곳, 헤이룽장성 2곳, 장쑤성 2곳, 랴오닝성 1곳, 허난성 1곳, 저장성 1곳에서 확진 판정이 내려지는 등 아프리카돼지열병은 1년 1개월이 지난 현재 중국 거의 전역으로 번졌다.

    중국 정부가 통계수치를 공개하지 않아 정확하지는 않지만 지금까지 중국 전역에서 152차례 확진 판정이 내려졌고 살처분된 돼지 두수만 1억 마리가 넘을 것이라는 추정이 나오고 있다.

    상하이 슈퍼마켓의 돼지고기 코너. (사진=연합뉴스 제공) 확대이미지

     

    ◇ 돼지고기 가격 급등, 중국 사회 최대 불안 요소로

    아프리카돼지열병으로 인한 중국 내 돼지 사육두수 감소는 우려할 만한 수준이다. 중국 재경일보에 따르면, 지난달 16일 중국 농업부 발표에서 중국 사육 돼지 수는 전년 대비 31.9%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중국 돼지 사육 두수 통계가 4억 3천만 마리인 점을 감안할 때 단순 계산으로도 약 1억3700만 마리가 감소한 것을 알 수 있다.

    중국의 돼지고기 도매가격은 13주 연속 상승하면서 서민들의 입에서 비명이 나오고 있다. 중국 상무부는 지난 8월 26부터 9월 1일까지 돼지고기 도매가격이 1kg당 34.59위안(약 5천815원)으로, 지난주 대비 8.9% 올랐다고 밝혔다. 이런 가격은 지난 6월 초와 비교하면 60.2%나 폭등한 수준이다. 폭등세도 점점 가팔라지고 있다. 7월에는 1년 전에 비해 27% 상승한데 이어 8월에는 46.7%로 두 배 가까이 뛰었다.

    신중국 수립 70주년이라는 국가적 행사를 앞두고 돼지고기 폭등으로 민심이 흉흉해지자 중국 정부는 대대적인 대책 마련에 나섰다. 재정부와 농업농촌부는 아프리카돼지열병 피해 농가에 보조금을 지급하는 한편, 양돈 농가에 대한 융자를 확대하고 대규모 양돈 농가 및 씨돼지 농장에 대한 지원을 늘리기로 했다. 교통운수부는 돼지와 냉동 돼지고기 운송 차량에 대한 고속도로 이용료를 일정 기간 면제키로 했고 상무부는 지난달 29일 냉동 돼지고기 비축분을 적절한 시기에 시장에 푸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중국 정부는 돼지고기 가격 안정을 위한 책임자로 한때 시진핑(習近平) 국가 주석의 후계자로 물망에 올랐던 후춘화(胡春華) 부총리를 지목하는 등 총력전에 나섰다.

    성 정부들도 경쟁적으로 돼지고기 증산 목표를 내놨다. 장시성은 다른 성(省)들에 매년 돼지 1천만 마리 이상을 공급하겠다고 밝혔고, 쓰촨성은 매년 4천만 마리 이상의 돼지를 생산하겠다는 목표를 내놨다.

    하지만 중장기적으로 중국의 돼지고기 가격이 안정을 찾을 수 있을지는 알 수 없다. 무엇보다 중국 내 아프리카돼지열병이 계속해서 발병하고 있다는 점이 변수다. 대규모 살처분으로 빈도는 뜸해졌지만 지난 8월과 9월 운남성과 닝샤 회족 자치구에서 발병하는 등 중국 내 아프리카돼지열병은 계속 발병하고 있다. 중국 정부가 돼지고기 가격 안정을 위해 돼지 사육두수를 급격하게 늘릴 경우 다시 대유행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비축된 냉동육 방출과 돼지고기 수입도 중국이 세계 최대 돈육 소비국이라는 점을 감안할 때 단기적 효과에 그칠 것이라는 관측이다. 홍콩의 영자지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미국과의 무역전쟁, 홍콩 시위 등을 제치고 돼지고기값 상승이 중국 정부의 최대 현안으로 자리잡았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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