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6년 데뷔해 2001년 해체할 때까지 수많은 '오빠 부대'를 몰고 다닌 전설의 아이돌 그룹 H.O.T.(문희준, 장우혁, 토니안, 강타, 이재원)가 팬들과 또 한 번 타임머신을 타고 시간여행을 했다.
H.O.T.는 20일 오후 8시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단독 콘서트 '2019 하이 파이브 오브 틴에이저'(2019 High-five Of Teenagers)를 개최했다.
1년여 만에 연 콘서트였다. 앞서 이들은 해체 이후 17년만인 지난해 10월 서울 잠실 올림픽주경기장에서 콘서트를 개최해 2회 공연으로 10만여 명의 관객을 동원하며 여전한 저력을 과시한 바 있다.
이번 콘서트는 22일까지 총 3일간 열리는데 지난해 공연과 달리 매진은 되지 않았다. 이는 지난달 초 불거진 강타의 연애사 논란의 영향으로 보인다. 적지 않은 수의 팬들이 논란에 휩싸인 강타의 공연 하차를 요구하며 예매했던 표를 취소했기 때문이다. 아울러 첫째 날 공연이 평일에 열렸다는 점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오픈된 2만 3천석이 다 채워지진 않았으나 이날 공연장 분위기는 현장을 찾은 1만 8천여 명이 낸 열기로 뜨거웠다.
멤버들은 '아이야'(I Yah!)와 '전사의 후예'(폭력시대)로 오프닝 무대를 꾸민 뒤 자신들을 보기 위해 기꺼이 시간을 내어준 팬들에게 감사의 인사를 건넸다. 인상적이었던 점은 팬들이 논란 후 처음으로 무대에 오른 강타가 입을 열 때 가장 큰 함성을 내지르며 그에게 힘을 실었다는 점이다.
"1년 만에 또 다시 여러분과 함께 할 수 있게 되어 가슴 벅차고 감격스럽다. 고척돔 공연은 처음인데 너무나 좋다" (이재원), "1년 만에 다시 뵙게 되었다. 작년과 다른 점은 장소가 바뀌었다는 점인데 여러분의 뜨거운 열기는 그대로인 것 같다. 최선을 다해 재밌게 즐기다 가셨으면 한다" (문희준)
"여러분을 너무 보고 싶었다. 진심이다. 지난 1년이 10년 같은 느낌이었는데 막상 여기 오니 어제 본 것 같고 그렇다. (미소)" (장우혁), "1년이란 시간이 되게 긴 것 같으면서도 빨리 흘러간 것 같고, 작년 공연이 며칠 전이었던 것 같다. 다시 여러분 앞에 서게 되어 감회가 새롭다. 많이 기다려주셨을 것을 생각하면서 다섯 명이서 그 어느 때보다 열심히 준비했다" (강타), "작년에도 비슷한 말을 했던 것 같다. 실감이 안 난다. 여러분을 직접 보니까 힘을 안 낼 수가 없다. 3일간 열심히 해보겠다" (토니안)
1년여 만에 다시 팬들과 조우한 기쁨을 표한 H.O.T.는 이후 본격적으로 내달렸다. 이날 H.O.T.는 솔로곡까지 총 23곡의 무대를 펼쳤다. '늑대와 양', '투지', '더 웨이 댓 유 라이크 미'(The way that you like me), '환희', '열맞춰'(Line Up), '너와 나', '두 오어 다이'(Do or Die), '널 사랑한 만큼', '아웃사이드 캐슬'(Outside Castle), '위 아 더 퓨쳐'(We are the Future), '빛'(Hope), '캔디'(Candy), '그래! 그렇게!(We can do it), '행복' 등 그 시절, 소녀 팬들의 가슴에 불을 지른 추억의 명곡들이 쉼 없이 이어졌다.
이미 지난해 콘서트를 성공적으로 개최하며 감을 되찾은 H.O.T.는 전성기 때 못지않은 춤과 노래 실력을 자랑하며 공연을 이어갔다. '열맞춰'와 '위 아 더 퓨쳐' 땐 현역 아이돌에 버금가는 '칼군무'를 뽐냈고, 과거 활동 당시 모습을 떠올리게 하는 형형색색의 의상을 입고 '캔디', '행복' 등을 부르며 팬들의 향수를 자극하기도 했다.
각 멤버의 솔로 무대는 공연에 신선함에 더했다. 가장 먼저 토니가 '톱 스타'(TOP SATR)로 유쾌한 무대를 꾸몄고, 뒤이어 강타가 댄스 브레이크 구간을 섞은 '스물셋'을 선보였다.
이재원은 관객의 호응을 유도하며 '내 이름을 불러줘'와 '유 갓 건'(You got gun)을 불렀고, 장우혁은 '위켄드'와 '스테이'(Stay)를 선곡해 장기인 춤 실력을 마음껏 뽐냈다. 그는 상의를 탈의하고 탄탄한 복근을 과시하기도 했다. 마지막으로 문희준은 'OPT'로 록 음악을 하는 가수다운 면모를 과시했다.
공들여 준비한 티가 난 브릿지 영상들은 공연에 감성을 불어넣었다. 특히 중학생 소녀가 H.O.T.의 음악과 함께하며 성장해나는 모습을 그려 tvN에서 방영한 드라마 '응답하라1997'을 연상케 한 영상은 많은 팬들을 미소 짓게 했다.
공연은 밤 10시 50분쯤 끝이 났다. 엔딩곡은 '고! H.O.T.'(Go! H.O.T.)와 '우리들의 맹세'였다. '우리들의 맹세'를 부를 땐 거의 모든 관객이 일어나 '떼창'을 했고, 이를 지켜보는 멤버들의 눈가는 촉촉하게 젖었다.
팬들은 '세기를 건너 찬란한 시간을 함께 해온 우리'라는 문구가 적힌 슬로건을 준비해 H.O.T.와 팬클럽 '클럽 H.O.T.'의 재회를 자축하기도 했다. H.O.T. 팬클럽을 상징했던 흰색 우비를 다시 꺼내 입고 온 이들도 꽤 많았다.
한편, 상표권 분쟁으로 인해 H.O.T.는 이번에도 팀명을 그대로 쓰지 않고 풀네임인 '하이-파이브 오브 틴에이저'를 공연 타이틀로 내걸었다.
(사진=솔트이노베이션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