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섭단체 여야 3당 원내대표가 16일 오후 국회에서 검찰개혁 관련 법안 논의를 위해 3+3 회동을 갖고 있다. (좌측부터 바른미래당 권은희 의원, 더불어민주당 송기헌 의원, 자유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 더불어민주당 이인영 원내대표, 바른미래당 오신환 원내대표, 자유한국당 권성동 의원) (사진=윤창원 기자/자료사진)
더불어민주당과 자유한국당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설치법을 놓고 평행선을 달리는 가운데 21일 3당 원내대표 정례회동에서 이견을 좁힐 수 있을지 주목된다.
이날 정례 회동에 이어 23일에는 두번째 검찰 개혁 논의를 위한 '3+3 회동'이 진행된다. 이에 이번 주가 공수처법 논의의 중요한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민주당은 전날 검찰개혁특별위원회 3차 회의에서 지난 4월 패스트트랙에 오른 선거법 개정안·공수처 설치법·검경 수사권 조정법 중 공수처법을 우선 처리해야 한다는 입장을 정했다. 반면, 패스트트랙 국면에서 민주당과 공조했던 바른미래당은 선처리에 미온적이고 한국당은 공수처법 자체에 완강하게 반대하고 있다.
◇ 민주, 권은희案 적극 수용…오신환은 공수처 선처리 미온적민주당 이인영 원내대표는 전날 검찰개혁 특위 회의에서 "공수처 및 검경 수사권조정 법안을 신속하고 단호하게 처리하라는 사법개혁의 1호명령이 확실히 발동됐다"며 "국민 눈에는 공수처 신설과 수사지휘권 폐지가 (검찰개혁의) 커트라인"이라고 강조했다.
한국당과의 협상이 불발되더라도 공수처법을 29일 본회의에 부의하겠다는 계획이다.
이에 한국당 김현아 원내대변인은 논평을 내고 "선거법 우선처리 야합마저 깨면서 공수처법만 먼저 처리하겠다고 한다. 마치 무언가에 쫓기는 사람들 같다"며 "공수처로 포장된 검찰개혁은 조국살리기와 문 정권을 비호하는 "이라며 반대 의사를 강하게 드러냈다.
한국당이 한 치도 물러서지 않자 민주당은 나머지 야당과의 협상으로 무게중심을 옮기는 모양새다.
이 원내대표는 전날 "기소권 남용을 막기 위해 권은희 기소심의위원회도 열어서 논의할 용의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지금까지는 패스트트랙으로 동시에 지정된 민주당 백혜련 의원의 공수처안(案)과 바른미래당 권은희 의원의 공수처안을 놓고 접점을 찾지 못하고 있었지만, 권 의원 안을 상당 부분 수용할 수 있다는 의사를 피력한 것으로 풀이된다.
민주당 핵심 관계자는 "(두 법안에) 몇 가지 차이점이 있지만 그 정도는 크게 차이가 없다 생각한다"며 "한번 (3+3 협상을)해 본 거니까 (불발됐지만) 그래도 권 의원 안을 적극적으로 수용해 보겠다"고 설명했다.
두 법안 모두 공수처장인사추천위원회 7명 중 야당이 2명을 임명할 수 있고, 야당 추천 2명이 반대하면 어떤 후보도 추천할 수 없게 돼 있다. 또 공수처장 자격은 15년 이상 경력의 판사·검사·변호사, 변호사 자격이 있고 국가·공공기관이나 법인사무소에서 15년 이상 법률 업무에 종사한 사람으로 규정하고 있다.
다만 기소권과 공수처장 임명 방식·임기 등에서 이견이 좁혀지지 않고 있다.
백 의원 안은 공수처가 판사, 검사, 경무관급 이상 경찰에 대해서는 기소할 수 있지만, 권 의원 안은 기소 대상을 같지만 공수처 내 별도 기구(기소심의위원회)를 두고 여기서 심의·의결을 거치도록 했다. 기소심의위는 만 20세 이상 국민 중 7~9명을 무작위로 추출해 위원으로 위촉한다. 심의위원은 변호사 자격이 없어도 가능하다.
공수처장 임명권의 경우, 백 의원 안은 추천위원 7명중 4명 이상이 후보 2명을 추천해 대통령이 1명을 지명하는 방식이다. 반면 권 의원 안은 국회 본회의에서 임명동의 의결까지 받아야 임명 가능하다.
다만, 두 법안 사이 접점을 찾더라도 난관은 남아 있다. '권 의원 안 관철시 공수처법 선처리'를 놓고 의견이 갈리고 있다.
바른미래당 오신환 원내대표는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공수처는 4월에 이미 합의된 조건이 있다"며 "그 조건을 깨서 선처리 하거나 변경된 공수처안을 올리더라도, 그 합의를 깨는 것이기 때문에 동의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민주당이) 기소심위원위원회를 받아도 안 된다"며 "공수처법이 독자적으로 올라가 있는 게 아니고 패스트트랙 3법이 묶여 있는데, 어떻게 해서든 공수처법만 처리해 보려고 하는 것"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반면, 권 의원은 "바른미래당의 공수처 법안을 갖고 합의하도록 노력하되 합의가 되지 않을 경우에는 표결 처리도 가능하다"고 밝혔다.
한국당을 뺀 여야 4당은 지난 4월 패스트트랙 지정 당시 표결 순서를 선거법-공수처법-검경수사권조정법 순으로 진행한다고 합의한 바 있다.
교섭단체 여야 3당 원내대표가 16일 오후 국회에서 검찰개혁 관련 법안 논의를 위해 3+3 회동을 갖고 있다. 좌측부터 자유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 더불어민주당 이인영 원내대표, 바른미래당 오신환 원내대표 (사진=윤창원 기자/자료사진)
◇ 23일까지 한국당과 협상 시도…불발되면 패스트트랙 시즌 2?한국당과의 빅딜 시한이 얼마 남지 않은 상황이어서 공수처법 처리 과정이 자칫 제2의패스트트랙 정국을 촉발할 가능성도 있다.
민주당은 이날 정례회동과 사실상 최종 협상인 23일 '3+3 회동'에서도 공수처 설치법 우선 처리와 관련해 큰 진전이 없으면, 패스트트랙 국면 때처럼 한국당을 뺀 나머지 정당과 공조를 꾀하겠다는 입장이다.
이 원내대표는 전날 회의에서 "다음주 여야 협상 과정에서 심혈을 기울이겠다. 그 결과에 따라 2차 패스트트랙 공조 가동 여부를 심각하게 검토하겠다"며 "한국당의 전향적 결단을 기대한다"고 했다.
이날 회의가 끝난 뒤 민주당 박찬대 원내대변인도 "23일까지 최선을 다 해 (협상을) 진행하겠지만, 계속 미루기는 어렵다. 공수처 설치에 대한 민주당의 의지와 우선순위는 분명하다"며 "일단 '3+3 회동'에서 해보고 아니면 제2의 공조를 진행하겠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