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 클리퍼스 카와이 레너드 (사진=연합뉴스 제공)
오래 전 미국프로농구(NBA) 경기에서 선수가 결장하는 사유는 부상 혹은 가족과 관련된 개인 사정이 대부분이었다.
몇년 전부터 풍경이 달라졌다. 휴식(rest)을 위해 경기에 빠지는 선수가 늘고 있다. 그 연장선상으로 샌안토니오 스퍼스의 레전드 팀 던컨은 현역 시절 막판에 '나이 많음(old)'이라는 이유로 결장하기도 했다.
약 6개월동안 정규리그 82경기를 치러야 하는 강행군 때문에 휴식을 통해 선수의 몸 관리를 해주는 구단이 많아졌다.
NBA 사무국은 '티켓 파워'를 가진 슈퍼스타가 부상이 아닌 이유로 결장하는 상황을 받아들이기 어려운 입장이다. 아담 실버 총재는 정규리그 기간을 늘리고 이틀 연속 경기 일정을 줄이는 방법으로 스타의 부상 방지를 신경쓰는 구단의 고민을 덜어주려는 노력을 해왔다.
최근 LA 클리퍼스의 간판 카와이 레너드의 결장이 미국 현지에서 큰 화제를 불러 일으켰다.
레너드는 지난 7일(이하 한국시간) 미국 LA 스테이플스센터에서 열린 밀워키 벅스와의 2019-2020시즌 NBA 홈경기에 결장했다.
이 경기는 밀워키의 간판 야니스 아데토쿤보와 레너드의 시즌 첫 맞대결로 미국 전국 생중계로 편성될 정도로 큰 관심을 끌었다.
하지만 닥 리버스 클리퍼스 감독은 레너드를 기용하지 않기로 했고 실제로 기용하지 않았다.
아데토쿤보가 38득점 16리바운드 9어시스트 활약으로 밀워키의 129대124 승리를 이끄는 모습을 레너드는 벤치에 앉아 지켜보기만 했다.
NBA는 2017년 새로운 규정을 만들었다. 전국 중계가 되는 메인 이벤트급 경기에서 선수에게 휴식을 준다는 이유로 기용하지 않는 구단에게는 10만 달러(약 1억1500만원)의 벌금을 부과하기로 했다.
하지만 레너드의 사례에는 적용되지 않았다. 클리퍼스가 레너드의 결장 사유를 무릎 부상으로 등재했기 때문이다.
레너드의 결장에 대한 관심이 뜨거워지자 NBA 사무국은 대변인을 통해 클리퍼스의 입장이 받아들일만 하다며 벌금 규정을 적용하지 않겠다고 직접 밝혔다.
하지만 리버스 감독의 한마디가 논란이 됐다. 리버스 감독은 이후 인터뷰에서 "레너드의 몸 상태는 매우 좋다"고 말했다. 무릎이 좋지 않아 경기에 내보내지 않았다는 구단 입장과 정면으로 배치되는 말이었다.
7일 밀워키와의 경기를 앞두고도 레너드의 몸 상태를 지속적으로 관리해줘야 한다고 말했던 리버스 감독이 이후 인터뷰에서는 전혀 다른 말을 한 것이다.
이에 NBA 사무국은 8일 리버스 감독의 발언이 일관적이지 않았다며 5만 달러(약 5700만원)의 벌금을 부과하기로 했다.
클리퍼스는 8일 포틀랜드 트레일 블레이저스와 홈경기를 치렀다. 이틀 연속 경기는 선수에게 상당한 체력적인 부담을 요구하기 때문에 클리퍼스 구단은 레너드를 이틀 중 하루만 기용하는 방침을 세웠다.
레너드가 결장한 지난주 유타 원정도 이틀 연속 경기의 첫째 날 경기였다. 최근 몇년간 몸 상태가 좋지 않았을 때가 많았던 레너드는 2017년 초 이후 이틀 연속 경기를 모두 소화한 적이 없기는 하다.
슈퍼스타의 잦은 휴식을 바라보는 시선은 두 가지로 엇갈린다. 부상을 방지하면서 장기 레이스를 소화하기 위해 불가피한 결정이라는 의견이 있는가 하면, 농구 팬을 생각한다면 결장을 위한 결장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않다는 의견도 있다.
농구 황제 마이클 조던은 '휴식'을 이해할 수 없다는 입장을 보여 눈길을 끈다.
과거 마이클 조던이 구단주로 있는 샬럿 호네츠의 사령탑을 맡았던 올랜도 매직의 스티브 클리포드 감독은 최근 뉴욕데일리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조던은 선수들에게 82경기를 모두 뛰기 위해 받는 것이 연봉이라고 늘 강조했다"고 말했다.
한편, 클리퍼스는 8일 경기에서 포틀랜드를 107대101로 눌렀다. 레너드는 총 33분동안 출전해 27득점 12리바운드 4어시스트 2블록슛을 기록해 26득점을 몰아넣은 식스맨 루 윌리엄스와 함께 팀 승리를 견인했다.
리버스 감독은 벌금을 부과받은 날 NBA 역사상 13번째로 정규리그 통산 900승을 달성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