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메카 오카포 (사진=연합뉴스 제공)
1997년 KBL 출범 이래 국내 프로농구 무대를 밟은 수많은 외국인선수 중 울산 현대모비스가 최근에 영입한 에메카 오카포(37)만큼 화려한 경력을 자랑한 선수는 없을 것이다.
현대모비스는 자코리 윌리엄스의 대체 외국인선수로 에메카 오카포를 영입한다고 밝혔다.
에메카 오카포는 2004년 미국프로농구(NBA) 신인드래프트 전체 2순위로 샬럿에 지명됐다. 역대 KBL 무대로 온 외국인선수는 NBA 드래프트 순번이 가장 높다. 1994년 전체 6순위 지명자였던 쉐런 라이트가 과거 전주 KCC에서 뛴 바 있다.
2004년 당시 1순위 지명권을 갖고 있었던 팀은 올랜도 매직. 올랜도는 즉시전력감과 '미래'를 두고 고민하다 후자를 선택했다. 그렇게 영입했던 선수가 바로 드와이트 하워드다.
에메카 오카포는 미국대학체육협회(NCAA) 남자농구 1부리그의 역사를 썼던 선수다. 벤 고든과 함께 2004년 코네티컷 대학을 64강 토너먼트 우승으로 이끌었다.
에마카 오카포는 그해 결승에서 재런 잭, 윌 바이넘이 이끄는 조지아 공대를 상대로 24득점 15리바운드를 올리며 팀 승리를 견인했다. 또 토너먼트 파이널 포 최우수선수의 영예도 가져갔다.
에메카 오카포는 NBA 신인왕 경력을 자랑한다. KBL 외국인선수로는 역대 최초다. NBA 데뷔 후 5시즌 연속 득점과 리바운드에서 평균 더블더블을 달성했다.
올스타 경력은 없다. 데뷔하자마자 정상급 빅맨으로 활약했지만 슈퍼스타 대열에 오르지는 못했다. 득점력이 뛰어나지는 않았다. 하지만 통산 평균 1.6개를 기록한 블락슛 능력과 수비력만큼은 크게 인정받았던 선수다.
에메카 오카포는 2008년 여름 샬럿과 연장 계약을 체결했다. 6년간 총액 7200만 달러(약 848억원)의 조건으로 당시 샬럿 구단의 역대 최대 규모 계약이었다.
에메카 오카포는 2011년부터 부상과 부진으로 고전했다. 2013-2014시즌 목 부상 때문에 1경기도 출전하지 못했고 2016-2017시즌까지 NBA 무대를 밟지 못했다.
그는 2017-2018시즌 뉴올리언스 펠리컨스에 복귀해 26경기에 출전했다. 당시 많은 팬들이 에메카 오카포의 NBA 무대 복귀를 반겼다. 활약이 크지는 않았지만 적어도 수비에서는 깊은 인상을 남겼다. 이후 NBA와는 더 이상 인연을 이어가지 못했다.
현대모비스는 지난 9월 일본 전지훈련을 취소하고 강원도 속초에서 전지훈련을 할 때 에메카 오카포를 연습경기 상대로 초청했다. 그때 맺은 인연이 시즌 계약으로 이어지게 됐다.
구본근 현대모비스 사무국장은 "속초 전지훈련 때 공격에서는 큰 장점이 없는 것 같았지만 수비 센스는 보통이 아니었다. 농구를 계속 더 하고 싶다는 의지가 있었고 한국에서 해도 괜찮을 것 같다는 의사를 보여 계약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NBA 출신 선수가 KBL에 와서 성공한 사례가 많지는 않다는 것을 안다"면서도 "수비를 수치로 표현하기는 어려운데 수비력만큼은 정말 뛰어나다. 현재 달라진 팀 구성상 좋은 수비에서 시작해 공격에서의 좋은 움직임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았다"고 말했다.
유재학 현대모비스 감독도 "자코리 윌리엄스가 다 좋은데 수비에서 구멍이 많았다"며 "오카포는 원래 수비로 NBA에 있던 선수니까 수비를 생각해서 바꾸게 됐다. 성품도 굉장히 좋은 것 같다"고 말했다.
현대모비스는 수비를 강조하는 팀 컬러인만큼 에메카 오카포의 장점을 극대화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다만 나이가 많고 예전에 비해 기동력이 다소 떨어진만큼 어느 정도 기량을 발휘할 수 있을지 농구 팬들의 관심이 뜨거울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