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SK 최준용 (사진 제공=KBL)
"제 그릇이 거기까지인가 봅니다"
서울 SK의 간판 포워드 최준용은 코트 안에서도, 코트 밖에서도 유쾌했다.
최준용은 평소 세리머니를 자주 하는 선수다. 특히 홈경기에서 동작이 커진다. 늘 자신감이 넘친다. 농구 팬에게는 팬 서비스를 잘해주는 선수로 잘 알려져 있다.
최준용은 19일 서울 잠실학생체육관에서 열린 2019-2020 현대모비스 프로농구 창원 LG와의 홈경기 도중 드리블을 하다 상대 선수를 넘어뜨렸다. 충돌은 없었다. 수비수가 중심을 잃고 넘어진 것이다.
농구에서는 이를 두고 '앵클 브레이크(ankle break)'라고 부른다.
그러자 최준용은 곧바로 스텝백을 했다. 잠시 숨을 고르고 베이스라인 점퍼를 던졌다. 하지만 슛은 불발됐다. 최준용은 수비 코트로 돌아오면서 아쉬움을 감추지 못했다.
경기 후 당시 장면에 대해 묻자 최준용은 "순간 제가 제임스 하든이 된 줄 알았는데 제 그릇이 거기까지인가 보다"라고 답하며 웃었다.
최준용은 이날 13득점 7리바운드를 올리며 66대57 팀 승리에 기여했다. 야투성공률은 31%에 그쳤지만 SK의 팀 전체 야투율이 36%에 불과한 경기였다. 4쿼터에는 SK가 달아나는 귀중한 3점슛을 터뜨렸고 수비에서는 지역방어의 중추적인 역할을 했다.
최준용은 "오늘 우리 팀의 슛이 안 들어간 부분에 대해 신경쓰지 않는다. 지역방어를 상대로 경기가 잘 안 풀리기는 했지만 답답하지는 않았다. 오히려 슛이 잘 들어갔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최준용이 이처럼 당당하게 말할 수 있는 이유는 SK가 LG를 만나 고전한 것은 사실이지만 후반 고비 때마다 누군가는 달아나는 점수를 만들어냈기 때문이다. 정규리그 1위를 달리고 있는 팀이 반드시 갖춰야 할 능력이다.
SK는 이날 승리로 홈 5연승을 달렸다. 최준용은 "급이 되는 선수가 많으니까 팬들께서도 급이 있으신 것 같다"는 특유의 농담을 건네며 웃었다. 이어 "관중이 많으면 주체를 못하고 흥분한다. 모두 농구를 즐기는 것 같아 홈경기가 유독 재밌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