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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년째 '성치영 살인사건 현장' 못 떠난 유족



전북

    11년째 '성치영 살인사건 현장' 못 떠난 유족

    [정읍 이삿짐센터 살인사건 피해자 친형 인터뷰]
    여느 때와 다른 사무실 풍경과 혈흔보며 사건 직감
    실종 이튿날 성치영 목 상처 가리고 태연히 근무
    번호판 교체·의문의 아우디...누군가 도움 받았나

    공개 수배된 성치영(48)의 11년 전 범행 당시 얼굴. (사진= 연합뉴스)

     

    단 한 건의 미제사건이 가족 전체를 비극으로 몰았다. '정읍 이삿짐센터 살인사건' 피해 가족의 삶이다. 성치영(48)이 감쪽같이 사라지면서 죽은 이모(37)씨의 한을 풀지 못하고 남은 사람들의 속도 타들어 간다. 11년이라는 기다림의 세월, 이씨의 친형은 사건이 발생한 전북 정읍의 한 이삿짐센터에서 화물차 기사들에게 일감을 주고 있었다.

    성치영의 공개 수배로 인해 사건이 세간에 알려지면서 가족들은 다시 마음을 닫아야 했다. 지난 10일 CBS노컷뉴스와 인터뷰를 가진 친형은 "가족 모두가 고통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며 고민을 털어놨다. 그러면서도 "당시 성치영을 도운 공범이 있을 것"이라는 의문을 던지기도 했다.

    ◇형의 관점, 사라진 동생

    동생이 죽어간 지난 2009년 4월 20일 저녁은 비가 내렸다. 형 이씨(이하 이씨)는 오후 5시쯤 사무실에 동생을 남겨두고 먼저 퇴근했다.

    이튿날 아침 사무실의 풍경은 여느 때와 달랐다. 종이가 바닥에 흩어져 있었고 냉장고 문이 열려 있었다. 오후 10시쯤 동생의 아내에게 전화가 걸려왔다. 동생이 집에 들어오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씨와 동생의 아내는 정읍경찰서 상동지구대를 찾았다. 휴대전화 위치추적을 통해 정읍역 주변에서 신호를 확인했다. 역 주변 여관과 주차장을 돌아다녔지만 동생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저녁 무렵 사무실로 돌아와 보니 바닥과 벽지에 붉은색 점이 보였다. 동생의 혈흔이었다. 사무실 뒷문에도 다량의 혈흔이 발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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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태연했던 성치영

    동생이 사라진 다음 날에도 화물차 기사인 성치영은 사무실에 나와 일감을 받았다. 이씨는 당시 성치영이 목에 난 상처를 옷으로 가리던 모습을 떠올렸다.

    이씨는 경찰로부터 성치영과 함께 조사를 받아야 한다는 연락을 받았다. 아무런 의심 없이 성치영에게 전화를 걸어 "함께 경찰서에 조사를 받으러 가자"고 말했다.

    성치영은 "알겠다"는 말만 남기고 자취를 감췄다.

    당시 경찰 조사에서 성치영의 아내는 "4월 20일 저녁 흙이 묻은 차림으로 집에 들어온 뒤 이튿날 새벽 SM3 차를 타고 나간 뒤 들어왔다"며 "4월 25일 남편이 며칠 머리를 식히고 온다고 해서 현금 10만 원과 현금카드 1장, 양말과 속옷 등을 사주고 헤어졌다"고 진술했다.

    범행이 벌어진 시간은 4월 20일 오후 7시부터 10시로 추정된다.

    이씨는 "동생과 성치영이 난투극이 있었을 텐데 범행 처리 시간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렸을 것"이라며 "화물차 기사들이 쉬는 공간에 있던 이불로 숨진 동생을 감싸 동생을 SM3 승용차 트렁크에 실어 옮겼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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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계획범죄, 공범 가능성

    차량은 번호판이 바뀐 채 정읍 아산병원에서 발견됐다. 차 안에서는 성치영의 지문이 발견됐다.

    사라진 동생은 사건 발생 5년만인 지난 2014년 7월 16일 사무실과 3㎞ 떨어진 공사장 폐정화조 안에서 발견됐다.

    이씨는 차량의 번호판이 바뀌었고 칼을 준비했다는 점을 주목하고 계획범죄에 무게를 두고 있다.

    사건 당일 성치영은 전주지법에서 파산 선고를 받았다. 성치영은 동생이 빌려준 50만 원을 돌려달라고 요구하자 홧김에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알려졌다.

    이씨는 "사건이 벌어지기 전에 성치영은 다리를 다쳐 병원에 입원하면서 일을 제대로 못 하니 경제적인 어려움이 생겼을 것"이라며 "돈을 마련하기 위해 도박을 한 것으로 보이며 이 과정에서 동생과 다툼이 있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성치영이 범행을 저지르고 도주한 과정에서 누군가의 조력을 받았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사무실에 일하던 한 기사는 최면 조사를 통해 "일을 마치고 돌아오다 사무실에 불이 켜진 것을 봤고, 사무실 앞에 SM3와 아우디 차량이 세워져 있었다"고 말했다.

    인근 주유소 직원도 "성치영이 아우디를 타고 나가는 것을 봤다"고 진술했다. 이씨는 "도박으로 인해 엮인 새로운 인물이 개입될 가능성이 있는 대목"이라고 말했다.

    ◇유족들 시간은 멈췄다

    피해는 남은 자들의 몫이다. 이씨는 범행 현장을 11년째 지키고 있다. 2평 남짓한 사무 공간엔 이씨가 내뱉은 담배 연기가 자욱했다.

    공개수배로 성치영이라는 이름이 공개되면서 동생이 성치영으로부터 살해당했다는 이야기가 정읍지역에 퍼져나갔다.

    이씨는 지인들로부터 연락을 받기 시작했다.

    이씨는 인터뷰 내내 "숨진 동생에겐 고등학생 아들 2명이 있다"며 "성치영을 찾아 동생의 한을 푸는 것도 중요하지만, 남은 가족이 겪는 고통도 해소되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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