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론토 블루제이스에 입단한 류현진이 작년 12월30일 오후 인천공항을 통해 귀국.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자료사진=노컷뉴스)
"목표는 늘 말해왔던 것처럼 똑같다. 두자릿수 승리를 하고 싶고 최대한 낮은 방어율도 던지고 싶다. 만약 3선발이 된다면 나도 만족하고 좋을 것 같다. 한국에서 하던대로 계속 던지다 보면 금방 적응할 것 같다"
류현진(토론토 블루제이스)이 7년 전 미국 출국을 앞두고 남긴 말이다. 2013년은 류현진이 LA 다저스 유니폼을 입고 메이저리그에 데뷔한 해다.
당시 류현진은 메이저리그 무대에서는 신인이었지만 자신감만큼은 누구에게도 밀리지 않았다. 오랫동안 한화 이글스에서 또 국가대표팀에서 최정상급 에이스로 활약하면서 쌓은 자신감으로 메이저리그에서의 활약을 다짐했다.
류현진은 데뷔 첫 시즌에 14승8패 평균자책점 3.00을 기록했다. 다저스에서 클레이튼 커쇼(16승9패 평균자책점 1.83), 잭 그레인키(15승4패 평균자책점 2.63)에 이어 팀내 세 번째로 많은 승리를 기록하며 3선발이 되겠다는 목표를 현실로 이뤘다.
류현진은 2019년 1월 미국으로 떠나면서 남긴 각오도 주목할만 했다.
이전까지 2점대 평균자책점을 목표로 내세웠던 류현진은 그해 출국을 앞두고는 시즌 20승을 달성하고 싶다고 말했다.
류현진은 "20승 달성은 무척 어렵지만 최대한 접근할 정도로 한 시즌을 완주하고 싶다"고 말했다. 어깨와 팔꿈치 수술 이후 힘겹게 재기에 성공한 류현진은 부상없이 한 시즌을 치르고 싶다는 각오를 20승 도전이라는 목표 설정을 통해 드러냈다.
류현진은 2019시즌에 20승을 달성하지 못했다. 하지만 자신의 바람대로 비교적 건강하게 한 시즌을 보냈고 그 결과 메이저리그 진출 후 가장 눈부신 성적을 남겼다.
류현진은 지난해 14승5패를 기록했고 메이저리그 전체 1위인 평균자책점 2.32를 올리며 이름을 날렸다. 올스타전에서 내셔널리그 선발투수로 뛰었고 사이영상 투표에서는 2위를 차지했다.
자유계약선수(FA) 권리 획득을 앞두고 가치를 드높인 류현진은 토론토와 4년 총액 8000만 달러에 계약했다. 한국인 투수로는 역대 최대 규모의 계약을 따냈다.
류현진은 2일 오후 인천공항을 통해 미국으로 떠난다. 미국 플로리다에서 실시하는 토론토의 스프링캠프에 합류할 예정이다.
7년간 몸담았던 다저스를 떠난 류현진은 토론토에서 새 출발에 나선다. 지명타자 제도가 있는 아메리칸리그, 전통의 명문 뉴욕 양키스와 보스턴 레드삭스가 버티는 동부지구라는 낯선 환경과 마주 한다.
무엇보다 중요한 점은 예전과는 입지가 완전히 달라졌다는 것이다. 토론토는 팀의 에이스로 삼기 위해 류현진을 데려왔다. 다저스 시절에는 선발 로테이션의 한 축이었다면 이제 류현진은 어엿한 메이저리그 구단의 1선발이 됐다.
메이저리그에서 이미 큰 성공을 거둔 류현진은 자신감이 넘친다. 작년 12월 토론토와 계약을 마치고 귀국한 자리에서 "내가 바꾸거나 할 건 없는 것 같다. 내가 갖고 있는 공을 더 정교하게 던져야 하지 않을까, 제구가 첫 번째인 것 같다"고 자신감을 보였다.
토론토의 홈구장 로저스 센터가 홈런이 많이 나오는 구장이라는 말을 듣고는 "뭐, 콜로라도에서도 던졌는데"라고 답하며 웃었다. 콜로라도의 홈구장 쿠어스필드는 '투수들의 무덤'이라 불릴 정도로 악명이 높고 류현진 역시 고전했던 장소다. 빅리그에서 쌓은 경험은 이제 여유로 치환됐다.
에이스로 새 출발을 하는 류현진은 올해 과연 어떤 목표를 가슴에 품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