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우한의 한 시민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창궐로 마스크가 부족해지자 생수병을 이용해 대체 마스크를 만들어 쓰고 있는 모습. (사진=AFP/연합뉴스)
중국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확산세가 이어지면서 수백만 명의 시민들이 격리되고 내수산업도 타격을 받으면서 중국인들의 생활패턴이 빠르게 바뀌고 있다.
특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이 타인과의 접촉이나 많은 사람들이 몰리는 공공장소를 통해 확산할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집밖으로 나오는 대신 빠르게 성장한 기술 인프라를 활용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싱가포르 기술정보 매체 테크인아시아는 바이러스의 중국 발병 이후 최근 몇주 사이 중국내 기술 회사들이 이같은 변화에 발빠르게 대응하고 있다고 전했다.
◇ 배달원 접촉 없는 O2O 음식배달 서비스
중국 음식배달 서비스 앱 메이퇀을 통해 주문한 음식을 배달하는 배달기사 (사진=로이터/연합뉴스)
신종 코로나 감염으로부터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해 중국인들의 외출이 눈에 띄게 줄었다. 일부 지역은 사재기로 식료품 공급이 부족한 상황인데다 꼭 필요한 상황이 아니면 집 밖으로 한 발짝도 나오지 않으면서 음식배달 서비스가 각광을 받고 있다.
하지만 배달원은 다양한 사람과 접촉 가능성이 높아 이마저 꺼리는 사람들이 늘자 중국판 배달의민족인 메이퇀(Meituan) 최초로 비접촉식 음식배달 서비스를 도입했다. 주문 고객이 배달원과 마주치지 않고 배달음식만 픽업할 수 있도록 거주지역 인근 특정 장소에 주문음식을 보관하는 식이다.
이 회사는 최근 우한 지역의 의료진을 위해 병원 밖에 배달음식을 보관·회수 할 수 있는 보관장을 설치해 운영하고 있다.
지난주부터는 KFC와 피자헛 같은 외국계 프랜차이즈 브랜드도 이같은 서비스를 제공하기 시작했고, 유통업계에도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 중국 상무부에 따르면 일부 전자상거래 업체들이 감염 방지를 위해 '비접촉식 택배 배송' 서비스를 제공할 것이라고 밝히면서 무인택배함 등이 큰 인기를 끌 전망이다.
◇ 학교 휴업에 '온라인 강의'로 대체
태블릿으로 동영상을 시청하는 중국 어린이 (캡처=글로벌타임스)
유튜브를 통해 학교수업을 듣는 시대가 올까? 중국에서는 현실이 되고 있다.
중국판 유튜브로 불리는 알리바바 그룹 산하 중국 최대 동영상 플랫폼 유쿠(Youku)는 최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로 인한 휴업으로 수업을 들을 수 없는 초중등 학생들을 위한 온라인 강의를 제공하기 시작했다.
온라인 교육 업체들도 앞다퉈 뛰어들었다. 중국 최대 사교육 회사인 뉴 오리엔탈 그룹은 영어학습 중심 플랫폼인 VIPKid를 포함, 신종 코로나 사태가 진정될때까지 무료로 온라인 강의를 제공하기로 했다.
몸관리에 돈을 아끼지 않는 젊은층이 늘면서 짐(헬스 체육관), 피트니스 센터 등도 호황을 누렸지만 이번 신종 코로나 사태로 된서리를 맞았다. 외출도 하지 않고 여러사람들이 땀 흘리고 씻는 다중시설을 꺼리는 까닭이다.
중국 현지 언론들에 따르면 이같은 위기를 타개하기 위해 최근 짐과 피트니스 센터들이 중국판 틱톡인 도우인(Douyin)과 같은 동영상 플랫폼에 라이브 피트니스 강좌를 개설하면서 큰 인기를 끌고 있다.
◇ 영화관 대신 비디오 스트리밍 플랫폼 인기
(사진=unsplash)
영화관 등 다중시설은 최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에 무차별 노출되면서 확산에 일조했다는 소식이 이어지면서 중국인들이 가장 꺼리는 곳으로 꼽히고 있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비디오 스트리밍 업체들이 최신 히트작 타이틀을 유치해 뜨거운 경쟁을 벌이고 있다.
2020년 중국 설연휴 최대 기대작이었던 '로스트 인 러시아(Lost in Russia 囧妈)'는 이번 여파로 극장 개봉을 포기해야하는 초유의 상황에 처했다. 대신 중국 인기 콘텐츠 플랫폼 회사인 바이트댄스(Bytedance)와 계약을 맺고 극장 대신 플랫폼 앱을 통해 온라인 개봉을 하는 것으로 전략을 바꿨다. 이 영화 제작사인 환시미디어도 자체 플랫폼을 통해 이 영화를 상영중이다.
바이두의 비디오 스트리밍 플랫폼 iQIYI와 텐센트 비디오 역시 1978년 홍금보 감독·주연의 인기 홍콩영화 '비룡과강'을 리메이크한 동명 영화 '비룡과강(ENTER THE FAT DRAGON)'을 온라인 상영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비디오 스트리밍 서비스가 시간때우기라는 지적도 하지만 현지 언론들은 바이러스 확산 이후 집이나 폐쇄된 공간 등에 장시간 갇혀지내다시피 해야 하는 우한지역 주민 상당수가 '도우인(Douyin)' '콰이쇼우(Kuaishou)'와 같은 중국 쇼트 비디오 플랫폼에서 '좋아요'를 누르거나 콘텐츠를 공유했다고 전했다.
◇ 모델하우스 대신 'VR 견본주택'…온라인 원격의료 서비스
58.com과 안쥐커의 부동산 VR 서비스
가상현실(VR) 콘텐츠가 쏟아지면서 부동산 업계도 온라인으로 주택을 볼 수 있는 'VR 견본주택' 서비스를 일부 내놓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전염을 우려해 외출을 꺼리는 사람들이 늘면서 VR 견본주택이 다시 주목을 받고 있다. 중국 최대 부동산 정보 사이트인 58.com과 계열사인 안쥐커(安居客)는 집을 구하려는 사람들이 직접 방문하지 않고도 집을 살펴볼 수 있는 VR과 라이브 스트리밍 서비스를 선보였다.
거주공간 특성상 세부사항을 확인하기 위해 직접 현장을 방문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바이러스 공포가 가져온 변화다.
중국 소셜 플랫폼 위챗을 운영하는 바이두는 최근 베이징의료협회와 제휴를 맺고 의료상담 채널을 개설해 코로나바이러스 증상 여부를 의사와 상담할 수 있는 서비스를 선보였다. 전염병 특성상 직접 병원을 찾기 전 보건당국에 연락해 상담을 먼저 받아야 한다는 지침이 내려지면서 바이러스 전염을 걱정하는 이들의 상담을 폭주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이 이미 시행중인 원격 의료서비스는 연간 이용자가 1억명에 달한다. 보건·의료 시설 취약, 인구대비 부족한 의료진 때문이기도 하지만 의료 수요가 늘면서 신성장 플랫폼으로 주목받고 있다. 미국과 양강체제일 정도로 급성장 중이다.
◇ 게임으로 '지루함과의 싸움'…재조명 받는 '전염병 게임'
중국에서 높은 인기를 끌고 있는 모바일 FPS 게임 '허핑징잉(和平精英)'에 최근 이용자가 몰리면서 서버 폭주가 발생하고 있다. (사진=AP/연합뉴스)
온종일 집에서 지루한 시간을 보내야 하는 사람들이 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일까, 묻는다면 '게임'을 빼놓을 수 없을 것이다. 실제 텐센트가 서비스중인 인기 모바일 FPS 게임 'PUBG 모바일'을 베꼈다고 알려진 '허핑징잉(和平精英·Game for peace)'은 최근 서버 폭주로 몸살을 앓고 있다고 한다.
신종 코로나 발병 이후 영화 개봉, 각종 모임 등이 줄줄이 취소되면서 집에서 무엇으로 제한된 취미 활동을 해야하나 고민도 늘고 있다. 중국 쿤밍에서 개최될 예정이던 크로스파이어 프로리그(CFPL) 등 각종 e스포츠 대회까지 취소되면서 '집에서 게임'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최근 화제가된 시뮬레이션 모바일 게임 '전염병 주식회사'는 8년 전 출시된 게임인데도 신종 코로나 여파로 게임 유저들 사이에 큰 인기를 끌면서 '역주행' 게임으로 주목을 받고 있다. 전염병이 돼 인류를 말살 혹은 지배하는 테마다.
전염병에 속수무책인 국가의 무능함을 드러낸 게임 '월드오브워크래프트(WOW)'는 2005년 9월 발생했던 일명 ‘오염된 피 사건'이 재조명됐다. 당시 업데이트로 새로 추가된 몬스터 '학카르'는 '오염된 피’라는 저주 기술을 사용했는데, 저주에 걸린 캐릭터의 체력을 야금야금 갉아먹는 이 기술은 저주받은 자로부터 일정 거리내 있는 캐릭터까지 자동으로 저주에 걸린다. 가상공간 속 이야기지만 실제 전염병이 퍼지는 것과 같다고 해 다시 회자됐다.
중국 게임업계는 이번 사태로 게임 이용자가 증가하는 수혜를 입었지만 테크인아시아는 게임회사와 게이머들이 신종 코로나 사태를 위해 적극 협력하고 기부에 나섰다는 점도 강조했다. 이들 기술 회사들은 수백만 위안을 기부하고 의료물자와 질병 분석을 위한 AI 컴퓨팅 기술, 게놈 연구 알고리즘까지 제공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