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한국당 홍준표 전 대표(왼쪽)와 김태호 전 경남지사. (사진=자료사진)
자유한국당 홍준표 전 대표와 김태호 전 경남지사의 '험지 출마'를 둘러싼 갈등이 최고조에 달하고 있다. 홍 전 대표는 경남 양산을로 지역구를 옮기겠다며 '험지 출마 수용'을 주장했고, 김 전 지사 역시 경남 출마 의지를 굽히지 않고 있다.
11일까지 답을 기다리겠다며 '최후통첩'을 보낸 당 공천관리위원회는 12일 회의를 열어 두 사람의 거취를 최종 결정할 계획이다. 김형오 공관위원장은 여전히 수도권 험지 출마 입장을 고수하고 있는 가운데, 공관위원들의 격론이 예상된다.
권고를 따르지 않은 두 사람에 대해 공관위에서 결국 컷오프(공천배제) 결정을 하게 된다면 탈당 후 무소속 출마 관측도 제기된다. 이 경우 TK(대구‧경북)의 물갈이 반발과 맞물려 영남발 '무소속 연대'가 뜰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하지만 과거 '친박연대'와 같은 파급력이 있을지는 미지수다.
◇ 洪 '양산을' 타협책, 金 '고향' 출마 의지…김형오 "할말 없다" 홍준표 전 대표와 김태호 전 지사에게 '수도권 험지' 출마를 권고한 공관위는 지난 11일까지 답을 기다린 상태다. 하지만 두 사람의 답은 여전히 '경남' 출마였다.
다만 홍 전 대표는 출마지를 경남 밀양·의령·함안·창녕에서 '양산을'로 트는 타협책을 제시했다. 양산을은 '리틀 노무현' 더불어민주당 김두관 의원이 차출된 지역이다. 경남 험지에 나설테니 공관위도 양보를 해달라는 취지다.
홍 전 대표는 11일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황 대표의 서울 종로 출마가 결정되니까 나한테 (서울로) 올라오라고 하는데, 대권 경쟁자를 제거하기 위한 것"이라며 "나는 황 대표의 '백댄서' 노릇을 할 마음이 없다. 지금 내가 서울로 가는 것은 상식도, 명분도 맞지 않는다"라고 강조했다.
이어 "경남 양산을은 문재인 대통령 사저가 있는 곳으로 민주당의 성지이자 경남 험지"라며 "공관위가 그곳으로 가라고 하면 검토할 수 있다. 답을 기다리겠다"라고 밝혔다.
하지만 김형오 공관위원장은 이날 통화에서 "내 할말은 이미 다 했다"며 완강한 입장을 고수했다. 그는 지난 9일 홍 전 대표를 직접 만나 서울 등 수도권 험지 출마를 설득하며, 사실상의 최후통첩을 했다. 당시 전한 입장이 양산을 출마로 바뀌지 않는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김태호 전 지사의 경우 고향인 경남 산청함양거창합천 출마 의지를 굽히지 않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지난 10일 페이스북을 통해 "(그동안) 당을 위해 혼신의 힘을 기울였다"며 "제가 '험지전용 철새'도 아닌데, 이번만큼은 제가 원하는 고향땅에서 일하고 싶다"라고 말했다.
공관위는 12일 회의를 열어 두 사람의 거취 문제를 최종 결정할 예정이다. 김형오 위원장이 '원칙'을 내세우는 상황에서 공관위 내에선 홍 전 대표의 타협책과 김 전 지사의 출마지에 대해 논의할 여지가 있다는 의견도 일부 있어 격론이 예상된다. 한 공관위원은 통화에서 "원칙을 지키는 선에서 전략적인 판단도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당에서도 공관위의 결정을 주목하고 있다. 당 핵심 관계자는 통화에서 "전체 판으로 홍 전 대표는 무조건 서울을 가야 하는데, 양산만 놓고 보면 괜찮은 패를 던졌다. 공관위는 고민이 될 것"이라며 "김 전 지사는 창원성산(정의당 여영국 의원 지역구)을 하겠다면 해줄 가능성도 있다"라고 말했다.
자유한국당 홍준표 전 대표. (사진=연합뉴스)
◇ 한국당發 영남 '무소속 연대' 뜨나…파급력은?
공관위가 황교안 대표의 '종로' 출마를 끝까지 압박했듯, 위상을 유지하기 위해 '정공법'을 택할 수도 있다. 권고를 따르지 않았다는 이유로 '컷오프'(공천배제)를 할 수 있다는 얘기다. 공관위가 총선 필승 카드로 꺼내든 지도자급 험지 차출, 대대적인 TK 물갈이 구상이 틀어지지 않기 위해서다.
이 경우 두 사람은 탈당 및 무소속 출마를 강행할 가능성도 있다. 홍 전 대표는 "자의로 탈당하는 일은 절대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는 컷오프 등 '타의'에 의한 탈당을 암시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김 전 지사 측 관계자 역시 "공관위가 일을 어떻게 풀어내느냐에 따라 달라진다"며 "쫓겨나는 모양새가 되면 탈당할 수도 있다"라고 말했다.
두 사람의 탈당은 영남 분열의 단초가 될 수도 있다. 물갈이가 예고된 TK에서도 반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밖에 우리공화당과 김문수 전 경기지사의 자유통일당, 홍문종 신당(친박신당(가칭))까지 영남을 기반한 '태극기 세력'은 분열하는 양상이다.
영남에서 '무소속 연대'가 출현한다면, 보수 정당으로선 총선 기준 영남 분열은 지난 2008년 18대 총선을 앞두고 등장한 '친박연대' 이후 처음이 된다.
다만 당시 친박연대는 차기 권력이던 박근혜 전 대통령을 구심점으로 TK 지역에서 돌풍을 일으켰던 것에 반해, 무소속 연대는 '구심점'이 없다는 차이가 있다. 또 수도권에서 보수통합이 속도를 내는 상황이라, 분열은 '명분'이 떨어진다는 지적도 제기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