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3번째 확진 환자의 밀접접촉자인 중국인 여성이 국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28번째 확진 환자가 되면서 '무증상 감염', '14일 잠복기 무용론' 등의 논란에 또 한 번 불이 붙었다.
환자가 진통소염제를 복용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관련 증상을 억제할 만한 다른 약을 복용하는 경우 추적·관찰에 애로사항이 생길 수 있다는 새로운 맹점도 발견됐다.
◇ '3번' 환자의 밀접접촉자 '28번' 환자, 불 붙은 '잠복기' 논란 중국 국적의 28번 환자(30·여)는 지난달 20일 3번 환자(54·남)와 함께 우한에서 입국했다. 입국 뒤 이들의 동선은 현재까지 대부분 겹치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들은 지난달 22일과 24일 강남 '글로비 성형외과'를 방문했고 마지막 접촉은 같은달 25일 자택에서 이뤄진 것으로 파악됐다.
28번 환자는 3번 환자가 확진 판정을 받은 지난달 26일 밀접접촉자로 분류돼 자가격리됐다. 환자는 지난달 21일부터 자가격리 중이던 같은달 28일 아침까지 성형외과에서 처방받은 진통소염제를 복용한 것으로 조사됐다.
경기도 고양시 일산서구보건소는 이들이 마지막으로 접촉한 지난달 25일을 기준으로 잠복기(14일)가 종료되는 지난 8일 오전 11시쯤 28번 환자의 검체를 채취했다.
1·2차 검사에서 모두 음성이 나왔지만 보건소 측은 환자가 3번 환자의 밀접접촉자인 점 등을 고려해 다시 검사를 진행했다. 환자는 10일 양성으로 확인돼 명지병원에 격리 입원했다.
◇ "무증상 감염이냐, 환자 복용한 약 때문이냐" 시나리오多… 보건당국 판단 '유보'28번 환자의 감염 경로를 두고는 여러 시나리오가 제기되고 있다. ▲무증상 감염 ▲소염진통제 복용으로 환자가 증상을 느끼지 못한 것 ▲잠복기(14일)가 지난 시점에서의 발병 등이다.
가장 큰 논란은 28번 환자가 '잠복기가 지난 뒤 발병했는지' 여부다. 일각에서는 3번 환자가 증상이 나타난 시점이 지난달 22일이기 때문에 28번 환자는 잠복기가 끝난 뒤 발병한 것이라고 해석했다. 10일 중국에서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의 잠복기 범위가 0~24일이라는 연구 결과가 보도되기도 했다.
중앙방역대책본부는 환자가 잠복기 14일이 지난 뒤에 발병했을 가능성에 사실상 선을 그었다.
정은경 본부장은 11일 열린 정례브리핑에서 "해당 (중국) 논문은 아직 정식 발표되지 않은 초고 형태의 논문이고 저자들도 연구의 제한점으로 불충분한 정보 수집 등을 들었다"며 "전 세계 지역에서 사용하고 있는 잠복기 기준(14일)을 변경할 근거로는 충분하지 않다"고 말했다.
하지만 보건당국은 그동안 부인해온 '무증상' 감염 가능성을 거론했다. 28번 환자가 격리 기간 동안 발열도, 주관적인 증상도 없었던 것으로 확인됐기 때문이다.
일산서구 보건소 관계자는 CBS 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환자가 무증상 감염으로 보인다"며 "증상이 없다고 일관적으로 진술했다"고 밝혔다.
곽진 중대본 역학조사·환자관리팀장은 브리핑에서 "28번 환자는 ▲증상이 없어 양성으로 발견된 '무증상 감염' 상태일 가능성 ▲투약 기간 중에 경미한 증상이 있었지만 약 복용으로 증상을 인지하지 못했을 가능성 두 가지가 모두 있다"며 "주치의가 환자를 심층 인터뷰한 뒤에 더 상세히 말씀드리겠다"고 말했다.
정 본부장도 "28번 환자가 일주일 정도 약을 복용했기 때문에 증상이 숨겨져 본인이 주관적으로 인지하기 어려웠을 수 있다"며 "전문가의 사례 비교, 조사 후 무증상 감염인지, 잠복기 내에 발병했지만 경미해서 발견하지 못한 것인지 판단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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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문가들 "잠복기 지나 발병? 섣불리 판단할 수 없어…보다 면밀한 역학조사 필요"28번 환자의 잠복기가 2주를 초과했다는 일각의 해석에 전문가들은 "현재로선 잠복기를 넘긴 발병이라고 섣불리 판단할 수 없다"며 말을 아꼈다.
김우주 고려대 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환자의 검체를 채취한 날과 3번·28번 환자가 마지막으로 접촉한 날을 기준으로 잠복기를 따져야 한다"며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28번 환자는 보건당국이 정한 잠복기를 넘어 발병하지는 않은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중국 발표를 보면 환자 1천 99명을 대상으로 임상역학 분석을 한 결과 잠복기의 범위는 0~24일이지만 중간값은 3일로 대부분 7일 이내인 것으로 조사됐다"며 "예외적으로 긴 잠복기를 보이는 환자들, 이른바 '아웃라이어'들도 있지만 (가능성이) 적다"고 말했다.
잠복기를 늘릴 경우 역학조사관 등 현재의 보건 인력이 이를 감당할 수 없어 실효성이 떨어질 것이란 지적도 나왔다.
김 교수는 "현재 설정된 14일 잠복기 동안 격리 대상자들을 관리하는 데에도 일선 현장 인력들이 힘에 부치는 것으로 안다"며 "(보건당국은) 현재 인력을 어떻게 잘 운용할지를 생각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자가격리를 해제하기 전 접촉자들을 검사하는 것이 의무가 아니다 보니 일선 보건소의 능동적 대처에 기댈 수밖에 없는 점도 보완점으로 꼽힌다. 발열 증상이 없고 별다른 증상을 호소하지 않는 자가격리자들은 14일이 지나면 자가격리가 해제돼 일상으로 돌아온다.
28번 환자도 격리 기간 동안 담당 공무원에게 증상이 없다고 일관되게 주장했지만 보건소는 감염 가능성을 의심해 3차례에 걸쳐 검사를 했다. 격리 해제 전 보건소가 개별 검사를 하지 않았다면 환자는 격리가 자동 해제돼 지역사회를 활보했을 위험도 상존한다.
일산서구 보건소 관계자는 "28번 환자가 3번 환자의 밀접 접촉자이다 보니 격리 해제 전 보건소 차원에서 한 번 더 검사를 했다"며 "28번 환자가 약을 복용한 이력을 파악한 것은 환자가 수술을 받았다는 사실이 이미 알려졌기 때문인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전문가들은 보건당국이 역학조사를 보다 면밀히 하고 확진자들의 잠복기를 분석한 데이터를 발표해 국민들을 혼란에 빠뜨리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김 교수는 "역학조사와 사례정의의 빈틈을 빨리 메워서 (접촉자와 의심환자들이) 빠져나가지 않도록 선제적 조치를 취하는 게 필요하다"며 "메르스 사태 이후 역학조사관이 충원됐지만 조사의 수준을 더 높여야 한다, 공중보건의도 더 확충해 실제로는 양성인데 음성으로 나오는 환자들, 진통소염제로 증상이 가려지는 환자 등을 밝혀내야 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