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초연 이후 2년 만에 재연으로 돌아온 뮤지컬 '마리 퀴리'는 한층 풍성하고 견고해졌다.
우선 여성 과학자와 이민자에 대한 사회적 편견 속 역경과 고난을 이겨내고 라듐 발견이라는 위대한 업적을 이뤄내는 주인공 마리 퀴리의 주체적인 캐릭터성이 더욱 강화됐다.
김태형 연출은 13일 서울 중구 충무아트센터 중극장 블랙에서 진행된 프레스콜 기자간담회에서 "작품을 처음부터 다시 접근해보는 시간을 가졌다"며 "여성 과학자와 이민자라는 마이너리티 한 요소를 가질 수밖에 없는 인물이 편견과 차별을 어떻게 극복하고 이겨내며 온전히 자기 삶을 살았는가를 말하고 싶었다"고 밝혔다.
마리 퀴리와 라듐시계 공장 직공 안느의 서사가 대폭 보강됐다는 점도 이목을 끈다. 초연과는 달리 마리와 안느의 첫 만남이 극 초반부터 전개되며, 갈등에 직면하기까지의 이야기가 깊이 있게 다뤄진다.
초연에 이어 마리 퀴리 역을 맡아 관객과 만나는 김소향은 "가장 달라진 점은 안느가 초연 때와 비교해 아주 다른 캐릭터로 다가왔다는 점"이라며 "(마리 퀴리가) 가장 친한 친구와 함께 실패를 딛고 일어나는 부분을 다룬 점이 작품의 완성도를 높였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마찬가지로 마리 퀴리를 연기하는 리사는 "'마리 퀴리'는 체력적인 부분보다 머리가 더 힘든 작품"이라고 웃으며 "천재 과학자의 느낌을 이해하고 표현하지 않으면 보시는 분들이 (캐릭터에) 가까워질 수 없기에 고민을 많이 하며 준비했다"고 강조했다.
마리 퀴리와 안느의 서사가 눈에 띄게 보강되면서 '마리 퀴리'는 여성 캐릭터들이 중심이 되어 극을 이끌어가는 본격 '여성 서사극'으로 거듭났다.
김태형 연출은 "공연이라는 것은 결국 시대를 반영할 수밖에 없다"며 "주인공뿐만 아니라 파트너까지 여성인 공연이 당연히 필요하다고 느껴졌지만 실제로는 많지 않아 그 점에 집중했고, 마리와 안느의 연대와 목소리의 중요성에 대해 배우들과 공유하면서 공연을 만들어나갔다"고 밝혔다.
안느 역을 맡은 이봄소리는 "'과연 안느가 마리 퀴리의 상대 배역으로서 얼마만큼 시너지를 내줄 수 있을까' '여성 연대라는 느낌을 관객에게 충분히 전달할 수 있을까 걱정했다"며 "객석에서 떨리는 마음으로 첫 공연을 지켜봤는데 관객 분들이 기립박수를 쳐주셔서 울음이 터졌다. 여성들이 많은 목소리를 내고 서로가 힘이 되어주는 이야기를 그린 작품에 참여할 수 있어 감사하다"고 말했다.
아울러 '마리 퀴리'는 기존 넘버 6곡 외에 전곡을 새롭게 추가해 음악적 완성도를 높였고, 반원형 무대를 중심으로 양 옆 공간의 확장성을 도모한 세트를 통해 깊어진 서사와 사건들을 효과적으로 표현할 수 있도록 했다. 초연 당시 100분이었던 러닝 타임은 150분(인터미션 15분)으로 늘렸다.
이봄소리와 함께 안느 역을 연기하는 김히어라는 "개인적으로 가장 멋지다고 느껴지는 점은 마리 퀴리와 안느 모두 각자의 멋진 인생을 위해 버텨나간다는 점"이라며 "'마리 퀴리'는 더 재미있는 걸 찾기 위해서, 하고 싶은 걸 하기 위해서 부딪히는 꿈을 꾸는 사람들의 얘기라 더 매력적인 작품"이라고 말했다.
김소향은 "희망과 일에 대한 열정, 다시 일어날 수 있게 만드는 용기와 에너지에 대해 이야기한다는 점에서 '마리 퀴리'는 성별을 떠나 많은 분들이 만족하실만한 작품이라고 생각한다"고 거들었다.
김소향, 리사와 함께 마리 퀴리 역에 캐스팅 된 정인지는 "'마리 퀴리'는 마리 퀴리를 '그녀'가 아닌 '한 사람'으로 조명한다는 점과 모든 배역이 각자의 드라마를 가지고 있다는 점에서 독보적인 작품이라 자부심을 가지고 연기하고 있다"고 말하며 미소 지었다.
지난 7일 막을 연 '마리 퀴리'는 3월 29일까지 공연한다. 캐스팅 라인업에는 김소향, 리사, 정인지, 김히어라, 이봄소리를 비롯해 김찬호, 양승리(루벤 뒤퐁), 김지휘, 임별(피에르 퀴리), 김아영, 이예지(조쉬 바르다/이렌 퀴리), 장민수(폴 베타니/병원장), 주다온(아멜리에 마예프스키/루이스 보론스카), 조훈(마르친 리핀스키/닥터 샤갈 마르탱) 등이 이름을 올렸다.
(사진=라이브㈜ 제공){RELNEWS:righ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