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관중' 경기로 펼쳐진 프로농구 안양 KGC인삼공사와 고양 오리온의 맞대결 (사진=KBL 제공)
프로농구를 주관하는 KBL이 현재 진행 중인 국내 프로스포츠 가운데 최초로 리그 잠정 중단을 선언했다. 선수의 코로나19 감염이 우려되는 상황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리그가 추후 재개될 것인지 혹은 단축되거나 아예 시즌을 조기 종료할지 KBL의 결정에 관심이 쏠린다.
농구계가 전혀 예상하지 못한 일이 지난달 말 전주에서 벌어졌다. 전주 KCC 선수들이 묵은 호텔의 투숙객 중 코로나19 감염 확진자가 발생한 것이다.
확진자의 동선을 살펴본 결과 확진자는 선수단과 같은 시기에 호텔에 머문 것으로 확인됐다. 28일 오후 4시쯤 호텔에 투숙해 다음날 오전 2층 레스토랑에서 조식을 먹었고 오전 10시 무렵 체크아웃을 했다.
역학조사 결과 KCC 선수단 가운데 밀접 접촉자는 없는 것으로 확인됐지만 선수단 내 불안감이 크게 고조됐다.
이에 KBL은 29일 오후 리그 잠정 중단을 선언하고 2019-2010시즌 진행을 보류하기로 했다.
KBL이 남자농구 국가대표팀 소집 휴식기를 마치고 무관중으로 시즌 진행을 재개한 지 나흘 만에 벌어진 일이다.
KBL은 지난달 26일부터 무관중 경기로 시즌을 재개했다. 농구 팬의 안전을 도모하고 선수의 감염을 예방하기 위한 조치다. 하지만 도시간 이동이 잦고 호텔과 숙소에서 단체 생활을 하는 프로스포츠의 특성상 코로나19의 감염 가능성은 도처에 널려 있다.
KBL 관계자는 "선수 혹은 관계자의 확진시 14일동안 리그를 잠정 중단한다는 메뉴얼이 있었다. 이 기간에 추가 발생이 없을 경우 다시 리그를 진행하고 추가 확진자가 나올 경우에는 잠정 중단을 유지하면서 대책을 논의한다는 내용이다"라고 밝혔다.
선수나 관계자 중 확진자가 나오지는 않았지만 리그 지속시 감염의 불안감이 커졌기 때문에 KBL이 선제 대응에 나선 것이다.
KBL은 전격적으로 리그 중단을 선언했고 2일 오전 8시 서울 논현동 KBL센터에서 긴급 이사회를 개최해 대응 방안을 논의하기로 했다.
정규리그 전체 일정의 80% 정도를 소화한 가운데 KBL과 10개 구단이 어떤 결정을 내릴지 관심이 모아진다.
최소 2주 이상의 리그 중단은 불가피하다. KBL이 처음에 마련한 메뉴얼에 따르면 선수와 관계자 중 확진자가 나오지 않을 경우 2주 뒤 리그는 재개될 수 있다.
하지만 코로나19의 확산세가 꺾이질 않고 있고 프로스포츠에서 무관중 경기 진행은 의미가 없다는 목소리가 점점 커지고 있다는 게 변수다.
이미 외국인선수 3명이 코로나19 감염이 두려워 '자진 퇴출'을 선언하고 한국을 떠난 가운데 일부 구단은 모두의 안전을 위해 시즌을 조기 종료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그렇지만 리그 축소와 조기 종료 모두 쉽게 내릴 만한 결정은 아니다. 최종 순위를 정하는 방식부터 KBL과 각 구단의 스폰서 계약 관계 등 고려해야 할 변수가 산더미다.
KBL 관계자는 "각 구단의 의견을 수렴해 모든 가능성을 열어 두고 논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남녀 프로배구와 여자프로농구 등 현재 진행되고 있는 프로스포츠는 모두 무관중 경기로 치러지고 있다.
여자프로농구는 2일 오전 6개 구단 사무국장 회의를 연다. KBL의 리그 잠정 중단 결정 이전에 잡힌 일정이지만 여자프로농구 역시 시즌 지속 여부를 고민할 것으로 전망된다.
K리그1은 지난 주말 개막전을 치를 예정이었으나 시즌 시작 일정을 뒤로 미뤘다. 프로야구를 주관하는 KBO는 사상 최초로 시범경기 전체 일정을 취소했고 28일로 예정된 개막전 일정의 연기 여부를 고민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