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8일 오늘은 세계 여성의 날이다. 여성의 날을 맞아 CBS노컷뉴스는 음악을 더 많이, 자주, 정성껏 들어 온 이들에게 '더 알려져야 마땅할' 보석 같은 앨범과 노래를 추천받았다. 물론 여성 뮤지션의 것으로. 오늘은 이 앨범 혹은 노래를 들어보는 게 어떨까. [편집자 주]피아니스트 송영주, 재즈 보컬리스트 써니 킴 (사진='온스테이지' 유튜브 캡처)◇ 송영주-써니 킴 [트리뷰트](2019)
한국 재즈계에서 활발히 활동하고 있는 두 명의 여성 아티스트가 바치는 헌사. 헌사의 대상은 지금까지 대중음악계에서 존재해왔고 투쟁해왔고 만들어온 여성 음악가들이다. 음반의 주인공인 송영주와 써니 킴은 직접 곡을 만들고 여성 아티스트만의 곡을 모아 한 장의 앨범을 만들었다. 재즈 역사 속 '여성'을 기념하는 마음으로 시작한 앨범의 영역은 더 넓게 확장돼 대중음악 역사 속 '여성'을 기린다. [트리뷰트](Tribute)보다 적절한 제목을 찾긴 어려웠을 것이다. 오직 피아노와 목소리뿐, 여성이 만들고 여성이 부르고 여성이 연주한다. 조니 미첼의 '어 케이스 오브 유'(A Case Of You)는 지금껏 수없이 리메이크돼왔지만 감히 최고의 커버라 말하고 싶다.
_ 김학선(대중음악평론가)
가수 애리 (사진=애리 공식 페이스북)◇ 애리 '신세계'(2020)애리가 선보이는 신세계는 음악가 본인에게도 새로운 무언가를 선보이는 것 이상의 의미를 지니겠지만, 음악을 만나는 이들에게도 마찬가지다. 한국대중음악상 신인상부터 헬로루키 대상까지 화려한 한 해를 보냈던 그가 발표한 싱글은 여전히 차분하면서도 격정적이라는 상반된 느낌을 동시에 지니고 있지만, 사이키델릭 포크 사운드가 아닌 예측 불가능한 팝 음악이라는 점에서 큰 차이가 있다. 황예지 작가와 함께한 비주얼도 인상적이다. 모두 앞으로 새로운 세계를, 우리가 바라고 꿈꾸던 변화를 맞이하였으면 하는 바람이다. 빵과 장미를, 무지개기를 들며.
_ 박준우(포크라노스 에디터)
가수 제이클레프 (사진=제이클레프 공식 홈페이지)◇ 제이클레프 '마마, 씨'(2019)
하고 싶은 이야기가 명확한 노래를 만날 때마다 '음악은 인간의 두 번째 언어'라는 말을 새삼 깨닫게 된다. '마마, 씨'(mama, see)는 제이클레프의 극적으로 아름다운 그리고 그만큼 단호한 두 번째 언어다. '셋의 딸을 둔 엄마가 다리를 펴고 잠에 들 수 없는' 세상의 부조리를 노래하는 곡은 리듬, 멜로디, 곡 구성, 창법 모든 면에 있어 쉴 틈 없이 변칙을 부린다. 그 신기에 정신없이 휘둘리다가도 사이사이 숨겨진 얼음송곳에 나도 모르게 눈이 번쩍 뜨인다. 이 노래는 잔잔하던 세상에서 피할 수 없는 파도를 만나버린 엄마, 자매, 친구, 우리 모두에게 보내는 시다. 그 끝은 끝내 기쁠 것이다.
_ 김윤하(대중음악평론가)
뮤지컬 배우 겸 가수 차지연 (사진=씨제스엔터테인먼트 제공)◇ 차지연 '살다 보면'(2010)뛰어난 가창력으로 금세 뮤지컬계에서 인정받아 2010년 제16회 한국뮤지컬대상 여우신인상을 손에 쥐고, 10년 뒤 뮤지컬 '지저스 크라이스트 슈퍼스타 콘서트'에서는 남성 배우들이 맡아온 유다 역을 완벽하게 해낸 가수이자 뮤지컬 배우, 차지연. 흥미롭게도 그의 뿌리는 대중음악이나 클래식의 핏줄이 아닌 판소리 무형문화재였던 외할아버지 박오용에게서 발견할 수 있다. 뮤지컬 '서편제'에서 송화로 분해 노래한 '살다 보면'이 차지연이라는 예술가의 깊이를 모두 담고 있다고 느껴지는 까닭이다. 주어진 재능, 그리고 독한 노력으로 완성된 그의 목소리와 연기를 통해 불리는 "그저 살다 보면, 살아진다"는 가사 한 줄은 결코 아무나 쉽게 건넬 수 없는 위로다.
_ 박희아(대중문화평론가)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송영주&써니 킴 [트리뷰트], 애리 킴 [신세계], 차지연 '살다 보면'이 실린 [서편제 OST], 제이클레프 [마마, 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