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8일 오늘은 세계 여성의 날이다. CBS노컷뉴스는 여성의 날을 맞아 2019년 1월 1일부터 현재까지 만난 여성 배우들에게 들은, 새기고 싶은 말을 정리해 보았다. 무엇을 고민하는지, 일을 어떤 자세로 받아들이고 있는지 등 자신의 '업'과 관련된 것뿐 아니라 그 사람의 가치관을 엿볼 수 있는 대답도 포함되어 있다. 발췌본을 읽고 호기심이 생긴다면 인터뷰 전문을 읽기를 추천한다. [편집자 주]
맨 윗줄 왼쪽부터 배우 김선아, 김서형, 윤세아, 염정아. 두 번째줄 왼쪽부터 배우 전소니, 라미란, 이성경, 이정은. 세 번째줄 왼쪽부터 배우 전혜진, 한해인, 공효진, 이정현. 맨 아랫줄 왼쪽부터 배우 장혜진, 김희애, 전도연, 신현빈 (사진=노컷뉴스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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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력이 이 정도 붙었지만 전 그냥 배우죠. 이번 작품을 새로 하는 그냥 배우일 뿐이어서 저도 똑같이 대화하고 싶을 뿐이고요. 때로는 감독님들께서 어려워하실 때도 있어요. 이번엔 어렵다기보단 한 번 그런 일이 있었어요. 지헌이, 수영이(남규리 분), 찬욱이(연제형 분)가 되게 중요한 씬, 굉장히 긴 씬이 있었는데 감독님이 같이 리허설을 했어요. 저는 그게 너무 부러운 거예요. '감독님, 왜 나는 안 해요! 저도 필요해요! 나도 해 줘!' 했어요. 감독님이 같이 하자는데 그게 너무너무 좋은 거예요. 그게 왜 필요 없다고 생각하지? 나도 너무너무 필요한 사람인데… 아역도 경력 짧은 분들도 그렇지만 저도 이 작품은 처음인 거잖아요. 경력이 다른 누구보다 길고 많아서 잘한다고 생각하실 수도 있겠지만, 저도 막 잘하고 싶으니까 저도 (리허설) 해 주시면 좋겠다는 생각이 커요. 그날이 너무 부러웠어요."
_ 배우 김선아 (2019. 1. 23. MBC '붉은 달 푸른 해' 종영 라운드 인터뷰)
"40대 여자 배우들이 한꺼번에 나오는 게 많이 없었을 수도 있어요. 미드(미국드라마)는 많아요. '위기의 주부들' 같이. 근데 정말 (40대 여자 배우들이) 할 게 없나요? 있는데 안 쓰는 거죠. 그렇지 않나요? 무슨 잣대로만 보길래 우리가 할 게 없을까요? 대중이나 시청자들의 수준은 높아졌는데… 저건 누가 하면 좋겠다 싶은 배역이 있는데, 젊은 친구들이 하는 경우도 있죠. 좀 더 내공과 연륜 있는 사람이 하면 좋을 텐데, 하면서 저도 시청자 마인드로 볼 때가 있어요 그런 안타까움? 한편으로는 참 아쉬운 얘기인 거예요. 사람들이 미드 보기 시작한 게 언젠데… 시청자들은 벌써 눈이 높아져 있고, 콘텐츠에 목말라 있는데 왜 정작 만드는 사람들은…"
_ 배우 김서형 (2019. 1. 29. JTBC 'SKY 캐슬' 종영 라운드 인터뷰)
"제가 하면서 느끼는 건 정말 엄마라는 걸 떠나서 모든 여성분들이 자기의 행복을 좀 찾으셨으면 좋겠어요. 뭔가 엄마, 아내 이런 거 말고요. 만약에 엄마, 아내라는 역할이면 거기서 정말 행복하셨으면 좋겠고요. 희생 없이 아이들이 큰다는 건 너무 어려운 일이지만… 워킹맘들도 기 좀 펴고 살 수 있고 신경 덜 쓸 수 있게 복지도 잘 됐으면 좋겠어요. 아이들에게 올인하는 순간 허무해지잖아요. 내 인생을 온전히 살았으면 좋겠어요."
_ 배우 윤세아 (2019. 1. 30. JTBC 'SKY 캐슬' 종영 라운드 인터뷰)
"저희 처음 시작할 땐 여자 배우들끼리 진짜 너무 좋아했어요. '우리가 이렇게 같이 역할 나누면서 하는 작품을 지금까지도 해 본 적 없지만 언제 해 보겠니? 우리 이번에 진짜 잘해야 돼. 우리가 잘해서 또 이런 작품 만들 수 있게 그런 시작이 만들어져야 돼' 이렇게 파이팅해서 시작한 작품이에요. 정말 저희가 기대했던 것보다 몇백 배 잘됐잖아요. 진짜 기분이 너무 좋고, 이게 한두 사람의 공으로 돌아가는 게 아니라 진짜 아역들 한 명 한 명 우리 스태프들 한 명 한 명 모두가 다 잘 되고 있다는 생각에 그게 더 좋더라고요. 저희가 그만큼 사이가 다 좋았어요. 분위기가 정말 좋았고. 개인적으로는 그렇게 목말라했던 좋은 작품들을 제가 선택할 수 있는 폭이 넓어지지 않을까 하는 기대가 있어요."
_ 배우 염정아 (2019. 2. 8. JTBC 'SKY 캐슬' 종영 라운드 인터뷰)
왼쪽부터 배우 김선아, 김서형, 윤세아, 염정아 (사진=노컷뉴스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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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어른이라는 게, 진짜 어른이라는 게 되게 어려운 것 같아요. 저도 언젠가 그런 사람이 되고 싶다는 생각을 하고, 저한테도 그런 사람이 있었으면 좋겠어요. 어른이 미성년인 사람이나 어린 친구들한테만 필요한 것 같진 않거든요. 요즘 사람들은 사회를 살면서 기댈 곳이 많이 없는 것 같아요. 혼자 살 수 없다는 걸 가끔 실감할 때가 있죠. 그냥 서로한테 기대면서 사는 것 같은데, 내가 한 사람한테만이라도 어른이 되어줄 수 있다면… 되게 어렵지만 필요한 일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내 시선으로 내 일만 바라보고 살면 아무한테도 그런 역할을 할 수 없을 것 같아요. 저랑 상관없는 일들, 한 사람의 힘으로 바꿀 수 없는 일들에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가지고 자기 일처럼 행동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해요. 앞으로는 그렇게 하고 싶은 마음이 들어요."
_ 배우 전소니 (2019. 3. 22. 영화 '악질경찰' 1:1 인터뷰)
"절대적인 지지 보내주시는 분들도 있어요. 여배우가 해서라기보다는, 필드에 출사표를 낸 거니까! 이런 시도들에 대해 되게 높이 평가하고 좋은 방향으로 바라봐주시는 건 되게 좋은 현상인 것 같아요. 그런 기회조차 없는 경우가 많으니까요. 그러니까 계속 도전해야죠. 길을 열어나가야죠. 선배님들이 했던 것처럼."
_ 배우 라미란 (2019. 5. 3. 영화 '걸캅스' 라운드 인터뷰)
"지금도 회복 중이에요, 자신감이 있다기보다는. 뒷걸음질까지는 아닌데 한없이 부족하다고 느껴서요. 칭찬해주시면 너무 감사한데 기분 좋게만 들리지는 않았어요. '나는 이런 칭찬을 받을 자격이 없어, 좋은 마음으로 봐주시니까 하는 마음일 거야' 했어요. 칭찬이 칭찬으로 느껴지지 않을 때는 자존감이 낮은 거였더라고요. 지금은 자존감 낮은 단계가 아니라 열심히 노력하는 단계에요. 안주하지 않으려고 하는."
_ 배우 이성경 (2019. 5. 9. 영화 '걸캅스' 라운드 인터뷰)
"(스포츠에) 비인기 종목이 있었듯이 (그동안) 비인기 역할이 있었을 거예요. 그런데 이제 시대가 변해서 여자들 역할의 파노라마가 더 넓어지니까, 조금 더 재미있고 사람들에게 어떤 다른 메타포를 전달할 수 있는 역들이 나와요. 감독님들에 의해서건, 극작가분들에 의해서건. 시대를 만난 잘 만난 운이라고 생각해요."
_ 배우 이정은 (2019. 6. 11. 영화 '기생충' 라운드 인터뷰)
왼쪽부터 배우 전소니, 라미란, 이성경, 이정은 (사진=노컷뉴스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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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만 나오고 거기에 여자 한 명 나오잖아요. 남자 중에 (여자) 하나가 들어가는데, 예전에는 '너무 세다'고 싫어했는데 요새는 걸크러시라는 말이 난무해요. 그 말 자체도… 난 잘 모르겠더라고요. 그런 게 아니면 여성 인물이 살아갈 수 없어요. 현실에서도 마찬가지인 것 같아요. (…) 지금 드라마도 마찬가지지만 그 안에서 엄청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잖아요, 생존하기 위해서."
_ 배우 전혜진 (2019. 6. 24. 영화 '비스트' 라운드 인터뷰)
"여기(일)에 너무 매몰되지 않으려고 해요. 안 그러면 너무 고통스러워지니까. 항상 생각하고 친구들이랑도 얘기하는 게 '내 삶을 먼저 두어야 한다'는 거예요. 예전에는 연기를 오랫동안 해 오다 보니 제 삶 속에 너무 깊이 자리를 잡아서 제 자존감과 배우로서의 자존감이 너무 일치했어요. 연기하지 않을 때, 작품 안 할 때는 너무 힘들어지더라고요. 그럼 사람이 너무 지쳐요. 내가 정말 사랑하는 일이더라도 내 삶과 잘 분리해야겠다, 공백을 주는 게 중요하구나 그걸 기억하려고 노력해요. 계속해서 생각하는 게 '언제든 그만둘 수 있는 마음으로 하자'는 건데, 그렇게 하려고 노력하면 괜찮은 시간이 다가오기도 해요. 이게 반복되는 것 같아요."
_ 배우 한해인 (2019. 8. 9. 영화 '밤의 문이 열린다' 1:1 인터뷰)
"(성적에) 신경 안 쓰는 거 거짓말인 것 같아요. 너무 신경 써요. 시청률 말고 다운로드 같은 것도 다 포함한 지표가 나왔으면 좋겠어요. 그래도 요새도 잘되면 20% 넘으니까… 그거로 하루가 기분이 좋기도 하고 패배감도 있고 성취감도 있어요. 무겁죠, 그 숫자들이."
_ 배우 공효진 (2019. 9. 27. 영화 '가장 보통의 연애' 라운드 인터뷰)
"예전보다는 여자 캐릭터가 주인공이 될 수 있는 작품이 많이 있더라고요, 이제는. 옛날엔 진짜 없었어요. 시나리오가 주연으로 들어와도 여자 역할은 되게 있으나 마나 한 경우가 많았는데, 요즘에는 꽤 한몫을 하고, 여자 단독으로 주인공 되는 영화도 많이 제작되는 것 같아서 되게 좋아요. 더 잘 돼서 이런 영화들이 더 많이 나왔으면 좋겠어요. 너무 남자 위주의 영화들이 많으니까요."
_ 배우 이정현 (2019. 10. 10. 영화 '두번할까요' 라운드 인터뷰)
왼쪽부터 배우 전혜진, 한해인, 공효진, 이정현 (사진=노컷뉴스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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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는 '왜 나는 이걸 못 하지?' 하면서 못 하는 것에 더 집착했던 것 같아요. 그런데 지금은 할 수 있는 걸 더 잘하려고 해요. 예전에는 못 하겠어도 말하지 못했어요. '배우면 다 해야지~' 이런 분위기였고요. 내 부족함을 드러내고 싶지도 않았고요. 이제는 '못 하겠다, 나 좀 도와달라'고 해요."
_ 배우 장혜진 (2019. 10. 29. 영화 '니나 내나' 1:1 인터뷰)
"아이를 낳고 키우다 보면 (배우로서) 경력이 단절되잖아요. 끈을 놓지 않고 했더니 이런 멋진 순간이 있구나, 해서 정말 일을 즐기게 되더라고요. 카메라 앞에 서면 수많은 분들이 보잖아요. 그게 너무 감사하게 느껴져요. (예전엔) 뜻대로 안 되니까 조금 떨어져 있었는데, 오히려 인제 좀 연기의 재미도 알고요. 좀 더 길게 본다면 나쁘지 않을 것 같아요."
_ 배우 김희애 (2019. 11. 11. 영화 '윤희에게' 라운드 인터뷰)
"저는 작품과 같이 가는 건 너무 좋다고 생각해요. 진짜 저희 회사에서 올해 이루고 싶은 걸 물었을 때, 첫째 둘째 셋째 다 '일'이라고 했어요. 영화도 찍을 거고 드라마도 찍을 거라고요. 지켜질지 안 지켜질지 모르겠지만 올해는 그걸 지켜보고 싶어요."
_ 배우 전도연 (2019. 2. 11. 영화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짐승들' 라운드 인터뷰)
"그냥 (연기를) 좋아하는 것에서 오는 것 같아요. 새로운 작품을 만나서 연기하고 현장에서 이루어지는 일들, 사람들 힘으로 가는 게 아닐까요. (연기는) 저를 되게 노력하게 하고 저를 기쁘게도, 슬프게도 해요. 제일 크게는 '저를 만드는 게' 연기이지 않을까요. 계속 좋기만 하거나 계속 힘들기만 하면 오히려 질릴 수도 있을 것 같은데 그렇지 않으니 그 안에서 계속 갈 수 있는 것 같아요. 결국은 좋아해서가 아닐까 싶어요. 더, 더, 다른 걸 또 하고 싶은 마음, 잘하고 싶은 마음으로 계속 온 게 아닐까 싶고요."
_ 배우 신현빈 (2019. 2. 17. 영화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짐승들' 1:1 인터뷰)
왼쪽부터 배우 장혜진, 김희애, 전도연, 신현빈 (사진=노컷뉴스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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