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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패닉' 유럽에서 현대판 '고려장'까지?

유럽/러시아

    '코로나 패닉' 유럽에서 현대판 '고려장'까지?

    영국, 70세 이상 고령자들 수개월 장기 자가격리 검토 중
    이탈리아 부족한 의료자원에 "젊고 건강한 환자 우선"
    "보편 복지는 옛말…국가 개입·동원 불가능한 의료 시스템"
    "한정된 의료자원, 생산인구에 효율적 사용하겠다는 것"
    "'예방' 중심의 의료 문화…코로나19 치사율 더 높아질 듯"

    지난 1월 22일(현지시간) 영국 런던의 차이나타운에서 마스크를 쓰고 다니는 행인들. (사진=연합뉴스)

     

    유럽 전역이 코로나19 바이러스에 뚫리자 곳곳에서 노인 차별 논란이 불거지고 있다. 팬데믹이 불가피한 상황에서 한정된 의료자원의 배분을 둘러싼 논쟁이다.

    BBC, 가디언, 인디펜던트 등 영국 유력지에 따르면 영국 보건당국은 코로나19 증상 유무와 관계 없이 70세 이상 고령자들에게 몇개월간 집에서 자가격리하는 조치의 시행을 검토 중이다.

    이탈리아, 프랑스 정도의 확산세는 아니지만 영국은 이미 1372명이 확진돼 코로나19 환자가 전세계에서 10번째로 많은 국가다.

    영국 밴드 퀸의 기타리스트 브라이언 메이는 15일 자신의 SNS에 이를 공개적으로 비판했다.

    브라이언 메이는 "이게 진짜로 일어날 수 있나. 점점 디스토피아 SF 영화 같다"며 "그래서 70세 이상이라면 누구나 차별을 받고, 자유가 제한되고, 가택연금을 당한다고? 내게 좋은 일이라는 소리는 하지 말라"라고 정부의 이 같은 조치가 '노인 차별'임을 꼬집었다.

    이어 "(기사에) 국민의료보험 부담을 완화하는 일이라고 써있네. 노인들은 덜 중요하다고 선언하는 동시에 이건 기본적으로 청년들을 위한 조치다. 위험한 비탈길이 아닐 수 없다. 우리를 사회에서 제외하고 정부가 잘해나갈 수 있을까"라고 반문했다.

    좀처럼 확산세가 수그러들지 않는 이탈리아도 예외는 아니다. 한정된 의료자원을 어떻게 배분할 것인지 딜레마에 빠졌다.

    미국의 정치 전문매체 폴리티코는 지난 9일 코로나19 최전선에서 일하는 이탈리아 의사들의 목소리를 담은 기사를 보도했다.

    폴리티코는 이탈리아 의료자원에 대해 "현재로서는 생존 가능성이 가장 큰 환자들을 위해 부족한 자원을 절약하라는 명령이 내려져 있다. 이것은 나이든 환자나 기존 질환이 있는 환자보다 젊고 건강한 환자를 우선시하는 것을 의미한다"라고 전했다.

    코로나19 사태를 이겨내자는 플래시몹에 동참한 이탈리아 시민들. (사진=연합뉴스)

     

    1960년대 이미 보편 복지를 완성했던 유럽 국가들은 왜 이제 고령자들을 의료 시스템에서 배제하게 된 것일까. 전문가는 애초에 한국 같은 의료 시스템이 불가능할 뿐 아니라 국가 역할이 제한돼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한다.

    이택광 경희대 글로벌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는 16일 CBS노컷뉴스에 "유럽은 국가와 민간의 역할이 철저하게 분리돼있다. 국가가 적극적으로 의료 등 민영화가 많이 진행된 시스템 안에 개입해 자원을 동원하기 어렵다"면서 "그렇다면 국가는 이제 가용되는 의료자원을 어떻게 효율적으로 쓸 수 있을 것인가 전략을 세워야 한다"라고 설명했다.

    신자유주의 물결과 함께 보수당들이 집권하면서 유럽 국가들에서 보편 복지는 자취를 감추다시피 했다. 노인이나 기저 질환자보다 '젊고 건강한' 생산인구를 더 중시하는 분위기 역시 이와 무관하지 않다.

    이 교수는 "생산인구 중심으로 한정된 의료자원을 쓰겠다는 건 유럽 내 보수당들의 정치 철학"이라며 "인류 역사상 국가 간 교류가 가장 활발한 시대라 차단을 통한 절대적 방역은 불가능하다. 결국 유럽 국가들은 확산 속도를 늦춰서 백신 개발까지 시간을 벌 수밖에 없다"라고 이야기했다.

    일반 국민들 사이 의료나 위생에 대한 패러다임도 다르다. 우리나라가 '치료' 중심이라면 유럽은 '예방' 중심이다. 아프면 병원을 찾아 선제적 치료를 하는 시스템 자체가 존재하지 않는다.

    이 교수는 "유럽은 자가면역을 통해 병이 낫지 않으면 그 시점에 병원에 가는 시스템이다. 위생 개념도 우리처럼 국가 차원에서 꾸준히 강조해 오지 않았다. 그냥 개인의 자율성에 맡기고, 이를 존중한다"고 이야기했다.

    이런 복합적인 이유 때문에 고령화 인구를 감안하더라도 코로나19의 유럽 치사율은 앞으로 더 상승할 가능성이 높다. 전세계 코로나19 확진자수 2위국인 이탈리아(2만4747명)의 사망률은 16일 현재 중국의 4%보다 높은 7.3%를 기록하고 있다.

    그는 "이런 요인들로 코로나19 유럽 치사율은 계속 높아질 것으로 예측된다. 그렇게 된다면 민간 중심 의료 시스템을 가진 유럽 국가들은 상당한 문제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 크게는 정치 지형도가 변화하겠고, 의료, 복지 등에 대한 국가개입의 요구도 높아지게 되리라 본다"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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