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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끝작렬] 코로나19=만우절 소재? 김재중의 처참한 인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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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뒤끝작렬] 코로나19=만우절 소재? 김재중의 처참한 인식

    가수 겸 배우 김재중 (사진=황진환 기자/노컷뉴스 자료사진)

     

    오늘은 4월 1일 만우절이다. 가볍고 유쾌한 거짓말로 서로 속이면서 즐거워하는 날이다. 만우절을 앞두고 SNS(사회관계망서비스)에서는 최근 한국 사회를 강타한 중대 사안(코로나19, n번방 사건 등)을 가지고 농담이랍시고 거짓말을 하는 일이 있지 않을까 우려하는 목소리가 있었다. 괜한 걱정이 아닐까 했는데 그런 일이 실제로 벌어졌다.

    2004년 데뷔해 올해 17년차를 맞은 가수 겸 배우 김재중은 1일 오후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글을 올려 "저는 코로나19호 바이러스에 감염됐습니다. 정부로부터, 주변으로부터 주의받은 모든 것들을 무시한 채 생활한 저의 부주의였습니다"라며 "나는 아니겠지라는 마음으로 지내왔던 바보 같은 판단이 지금의 나를 만들어 버렸습니다. 한 병원에서 입원해 있습니다"라고 밝혔다.

    김재중의 말이 사실이라면 그는 국내 연예인 중 처음으로 코로나19 확진자가 된 셈이었다. 발열 증상 등으로 자가격리에 들어가거나 검진받은 연예인은 있었으나 아직 양성 판정을 받은 경우는 없다. 김재중의 글을 본 이들은 사실이라고 믿었고 그를 걱정했다.

    기사도 쏟아졌다. 소속사에 확인 요청이 쇄도했다. 소속사 씨제스엔터테인먼트는 김재중이 현재 일본에서 활동 중인 만큼 일본 매니지먼트 쪽에 확인 중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황당하게도 이 모든 것이 '만우절 농담'으로 드러났다. 김재중은 이전에 올렸던 글을 수정해 "나 자신과 내 주변은 안전하겠지라는 착각이 나와 주변에 모든 것을 아프게 할 수 있습니다"라며 "현시점의 경각심, 마음에 새기고 새깁시다"라고 말했다.

    이어 "만우절 농담으로 상당히 지나치긴 하지만 짧은 시간 안에 많은 분들이 걱정해 주셨습니다. 참, 이 글 절대 만우절 장난이라 생각하지 않습니다. 내 가족이 내 친구가 아프고 죽어갑니다. 절대!!! 남의 일이 아닙니다. 나를 지키는 일이 소중한 사람들을 지키는 것이라는 이야기해 드리고 싶었습니다"라며 "이 글로 인해 받을 모든 처벌 달게 받겠습니다"라고 적었다.

    만우절은 도가 지나친 거짓말로 당혹스러움과 불쾌함을 주는 날이 아닌데, 김재중은 선을 넘어버렸다. 엄청난 기세로 확산 중인 재난을 그저 자신의 '만우절 농담 소재'로 삼았다. 치료와 돌봄에 힘쓰는 의료진을 비롯한 수많은 사람이 이 재난을 진화하기 위해 불철주야 노력하고 있는데도. 가히 처참한 인식 수준이다.

    이후 올린 해명 글처럼, 김재중은 혹시나 느슨해졌을지 모를 시민들의 경각심을 일깨우고 싶었을 수도 있다. 그런데 굳이 왜 '거짓말'까지 동원해야 했는지 의문이다. 물론 자신을 과신하며 마스크 없이 사람들이 모인 장소에 가거나, 이상 증세가 있음에도 자가격리를 하지 않고 여기저기 휘젓고 다니는 이들이 있다. 그러나 국민 대부분은 코로나19의 위험성을 잘 알고, 각자 자리에서 지켜야 할 것을 지키려고 노력하고 있다.

    1일 간호사와 간병인 등 7명의 코로나19 확진자가 나온 경기 의정부시 가톨릭대학교 의정부성모병원에서 의료진과 환자, 보호자들에 대한 감염 전수조사가 실시되고 있다. (사진=박종민 기자)

     

    김재중은 "절대!!! 남의 일이 아닙니다"라며 "현시점의 경각심, 마음에 새기고 새깁시다"라고 대중의 해이함을 염려하고 점잖게 꾸짖는 모양새를 취했다. 거기다 "이 글로 인해 받을 모든 처벌 달게 받겠습니다"라고까지 했으니, 후폭풍도 예상한 것으로 보인다. 대중의 인식에 관해 훈계를 자처한 김재중. 그는 정말 걱정하고 비판받아야 할 사람이 경솔한 인식을 만우절 농담으로 포장한 본인이라는 것만은 모르는 것 같다.

    중국 우한에서 시작된 코로나19는 이제 특정 국가를 거론하는 게 무의미할 정도가 됐다. 손 자주 씻기, 비말(飛沫·침방울) 접촉을 막기 위한 마스크 착용, 정부 차원의 '사회적 거리 두기'가 권장되는 것은 코로나19가 '현재 진행형'인 재난이기 때문이다.

    미국 18만 9633명, 이탈리아 10만 5792명, 스페인 9만 5923명, 중국 8만 2308명, 독일 7만 1808명, 프랑스 5만 2837명, 이란 4만 4605명, 영국 2만 5499명, 스위스 1만 6605명, 터키 1만 3531명, 벨기에 1만 2775명, 네덜란드 1만 2667명, 오스트리아 1만 366명. 존스홉킨스대학교가 운영하는 코로나19 지도(1일 오후 6시 5분 기준)에 따르면, 현재 코로나19 확진자 수는 86만 2234명에 달한다. 사망자 수는 4만 2404명이다.

    한국에서도 지난 1월 첫 확진자가 발생했고, 현재 확진자 수는 9887명이다. 격리해제된 인원은 5567명, 사망자는 165명이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지난달 12일 코로나19에 대해 전염병 경고 단계 중 최고 위험 등급인 6단계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을 선언했다. 1968년 홍콩 독감, 2006년 신종 인플루엔자에 이어 세 번째였다. 그러나 코로나19의 전염 속도와 위험성에 비해 너무 주저한 결정이라는 비판이 끊이지 않았다.

    김재중의 요란한 '만우절 농담' 덕분에 과거 그가 만우절에 어떤 말을 했는지까지 회자됐다. 2014년 만우절에는 "3년 안에 결혼한다"라는 글로 팬들을 놀라게 했고, 2017년 만우절 당일 열린 대만 콘서트 앙코르 때는 무대에서 쓰러지는 연기를 몸소 선보였다. 시간이 흐를수록 거짓말의 폭발력은 강해졌다. 최소한 만우절에 보인 그의 행적만을 살펴보자면, 김재중에게는 시간의 흐름과 성숙함의 정도가 반비례한 것 같아 씁쓸함을 지울 수 없다.

    1일 간호사와 간병인 등 7명의 코로나19 확진자가 나온 경기 의정부시 가톨릭대학교 의정부성모병원에서 의료진과 환자, 보호자들에 대한 감염 전수조사가 실시되고 있다. (사진=박종민 기자)

     


    ※ 노컷뉴스의 '뒤끝작렬'은 CBS노컷뉴스 기자들의 취재 뒷얘기를 가감 없이 풀어내는 공간입니다. 전 방위적 사회감시와 성역 없는 취재보도라는 '노컷뉴스'의 이름에 걸맞은 기사입니다. 때로는 방송에서는 다 담아내지 못한 따스한 감동이 '작렬'하는 기사가 되기도 할 것입니다. [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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