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가 20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사진=윤창원 기자/자료사진)
4·15 총선을 통해 지역구 163석의 거대 여당으로 탈바꿈한 더불어민주당의 차기 원내대표 경선일이 7일로 확정되면서 후보군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총선으로 당내에 더 넓게 포진된 친문 진영에서 당선자가 배출이 될지, 아니면 균형과 견제를 염두에 둔 비주류 인사가 또 한 차례 당선이 될지 주목된다.
민주당 이인영 원내대표는 20일 열린 당 의원총회에서 "원내대표 경선 위원장을 찾는 대로 경선 준비에 착수해서 오는 5월 7일에 다음 원내대표를 선출하려고 한다"며 "제가 원만하게 물러나도록 이번 마지막 국회까지 잘 협조해주시리라 믿는다"고 당부했다.
이 원내대표의 발언으로 적게는 163석, 비례위성정당인 더불어시민당과 통합이 이뤄질 경우 180석의 정당을 이끌 차기 원내사령탑을 향한 레이스가 이날부터 시작됐다.
친문 진영에서는 지난해 경선에서 아쉽게 탈락했던 4선(21대 기준)의 김태년 의원과 이해찬 대표 체제에서 사무총장을 맡아 당의 살림을 꾸려온 4선의 윤호중 의원, 친노 핵심인 '3철' 중 한 명인 3선의 전해철 의원 등이 원내대표 후보군으로 거론되고 있다.
당 정책위의장 출신이자, 문재인정부의 인수위원회 격인 국정기획자문위원회 부위원장을 맡는 등 당내 대표적 정책통으로 분류되는 김 의원은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경제위기 돌파의 적임자가 자신임을 강조할 방침이다.
전 의원은 이번 선거 여당 압승의 최대 수훈갑으로 꼽히는 문재인 대통령, 청와대와의 소통력에 방점을 두고 당·정·청 간 시너지 극대화를 내세울 전망이다.
민주당의 한 재선 의원은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두 의원 모두 당선 후 축하한다는 메시지와 꽃 등을 보내왔다"며 "아직 출마선언은 없지만 경선 시기가 2주 앞으로 정해진 만큼 본격적인 행보에 나설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윤 의원은 앞선 두 의원처럼 표심 끌어안기에 나서고 있진 않지만 이해찬 당대표를 보좌하면서 지난해 패스트트랙 돌파와 올해 총선 승리 등의 성과를 낸 점을 토대로 지지를 호소할 것으로 보인다.
비주류 진영에서는 5선의 조정식 의원, 4선의 노웅래, 안규백, 정성호 의원, 3선의 윤관석, 박홍근, 박완주 의원 등이 후보군으로 꼽힌다.
현재 정책위의장을 맡고 있는 조 의원은 예산결산특별위원회 간사 등을 지낸 또 하나의 정책통으로 분류된다. 5선의 경험, 이해찬 대표와의 호흡 등도 긍정 요인으로 평가된다.
지난 3번의 원내대표 경선에 내리 출마한 노웅래 의원의 4번째 출마 여부도 주목된다. 연이어 고배를 마시기는 했지만 여러 차례의 출마를 통해 '마음의 빚'을 지고 있는 20대 의원들이 상당수 있는 점이 무기다.
비문 진영 후보 단일화를 위해 그간 출마를 자제해 왔던 정성호 의원은 이번에는 출마하겠다는 의지가 강하다. 정 의원은 "국회의장, 당대표, 원내대표 등 중요한 자리를 친문 인사들이 모두 차지하게 된다면 서로 개혁경쟁과 선명성 경쟁을 펼치다가 당의 모습이 오만함으로 비춰질 수 있다"며 "비문 후보로 쉽지 않은 경쟁이 되겠지만 당내 다양한 목소리의 필요성과 합리성을 강조하겠다"고 말했다.
국방위원장을 지낸 안규백 의원과 우상호 원내대표 시절 원내수석부대표를 지낸 박완주 의원, 우원식 원내대표 시절 원내수석을 지낸 박홍근 의원, 현 정책위부의장인 윤관석 의원 등도 주변 의원들의 의견을 구하며 출마 여부를 타진 중이다.
다만 박완주, 박홍근, 윤관석 의원이 포함된 의원모임 '더좋은미래'(더미래) 내에서는 20대 국회 원내대표 4인 중 더미래 출신이 3명이나 됐던 만큼 이번에는 더미래 소속 의원이 출마하지 않는 것이 좋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김태년 의원, 윤호중 의원, 전해철 의원. (사진=연합뉴스, 자료사진)
주요 변수 중 하나는 친문 진영 내 단일화 여부다.
당내 한 중진 의원은 "전해철, 김태년, 윤호중 세 의원은 색이 비슷하기 때문에 모여서 단일화를 할지 여부에 대해 논의를 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라며 "원내대표에 대한 의지가 강한 의원도 있지만 마지막까지 판을 살펴보고는 움직이는 의원도 있기 때문에 단일화 가능성이 없지 않다"고 내다봤다.
반면 수도권의 한 재선 의원은 "각자 선수가 상당한 데다 이 시기를 놓치면 기회가 없을 수도 있다는 부담 또한 적지 않을 것"이라며 "친문이라고는 하지만 서로 성향이 다르기 때문에 각자의 경쟁력으로 승부를 펼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또 하나의 변수는 아직 후보들과 친소 관계가 뚜렷하지 않은, 68명에 달하는 초선 의원 표심의 향방이다.
초선 중에는 고민정 전 청와대 대변인 등 청와대 출신 15명, 친문 인사인 양정철 전 민주연구원장이 영입을 주도한 영입인재 15명, 문재인정부 공직자 출신 4명 등 친문 성향의 당선인이 상당 수 포진됐다.
때문에 친문 주자가 유리할 것이라는 분석이 많지만, 친문 후보가 각자 도생에 나선다면 이들 또한 한 후보로 마음을 정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또 박원순(서울시장)계와 특정한 성향을 보이지 않고 있는 당선인들을 합하면 20명이 넘기 때문에 이들의 표심을 누가 잡을지도 관전 포인트다.
한 초선 당선인은 "당선인사를 하느라 지역에만 있다 보니 아직 어느 분들이 후보로 나서는지 살펴보지를 못했다"며 "개인적으로 아는 분도 있고 잘 모르는 분도 있는데 아무래도 친한 분을 좀 더 생각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