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서울 고척돔에서 열린 LG와의 연습경기에서 9회말 끝내기 안타를 때린 키움 히어로즈 이정후 (사진=키움 히어로즈 구단 제공)
스타의 존재감은 남달랐다.
키움 히어로즈의 간판 이정후는 27일 오후 서울 고척 스카이돔에서 열린 LG 트윈스와의 KBO 리그 연습경기에서 선발 라인업에 포함되지 않았다.
손혁 감독은 "아직 윌슨의 공을 쳐보지 않은 선수들을 넣었다. 리그를 대표하는 투수니까 처음 상대해보는 타자들에게 도움이 될 것 같다"고 라인업에 변화를 준 이유를 설명했다.
손혁 감독과 코칭스태프는 이정후에게 "중요한 상황에서 나갈 수 있다"고만 알린 상태로 경기는 계속 진행됐다.
키움이 1대2로 뒤진 9회말 정규이닝 마지막 공격이 시작할 때까지만 하더라도 이정후에게 출전 기회는 없을 것으로 보였다.
LG 마무리 고우석이 9회말 등판하자마자 연거푸 삼진 2개를 잡아냈기 때문이다.
하지만 고우석은 갑자기 흔들렸다. 세 타자에게 연속 볼넷을 내주고 만루 위기에 몰렸다. 이 과정에서 볼을 11개 연속 던지기도 했다.
역전 기회를 잡은 키움은 9회말 2사 만루 전병우 타석 때 이정후를 대타로 기용했다.
이정후는 평소 절친인 고우석을 상대로 우측 방면 깨끗한 안타를 날려 주자 2명을 홈으로 불러들였다. 키움은 극적으로 3대2 역전승을 거뒀다.
이정후는 "빠른 공을 생각하고 있었다. 앞서 슬라이더가 들어왔을 때 직구 타이밍으로 때렸는데 안 맞았다. 서로 몰려있는 상황이라 투수가 가장 자신있는 공을 던지지 않을까 예상했는데 잘 맞아 떨어졌다"고 말했다.
이어 이정후는 개막 연기와 무관중 연습경기 개최 등 시즌을 준비하는 환경이 예전과 많이 달랐다며 "오랜만에 정규시즌 때와 같은 긴장감을 느꼈다. 시즌 개막을 앞두고 좋은 경험을 했다"고 덧붙였다.
비공식 경기이기는 하지만 이정후가 프로 데뷔 후 끝내기 안타를 때린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정후는 세리머니 대신 좋은 타구를 날린 것에 의미를 두고 있었지만 동료의 축하를 피할 수는 없었다.
이정후는 "(김)하성이 형이 갑자기 물을 뿌렸다"고 웃으며 "끝내기 기회가 거의 없었다. 신인 때 한번 있었는데 그때는 삼진을 당했다. 연습경기지만 끝내기는 프로에서는 처음"이라고 말했다.
이정후는 연습경기에서 주로 3번타순에 배치된다. 서건창과 김하성이 테이블세터를 맡고 이정후는 4번타자인 거포 박병호 앞에 서는 중책을 맡는다. 이정후는 지난 시즌까지 주로 1-2번 타자로 활약했다.
달라진 역할에 대해 이정후는 "하성이 형 뒤에, (박)병호 형 앞에 서면 투수들이 나와 승부할 것 같다. 그동안 테이블세터로 뛰어 익숙하지는 않지만 득점권 때 타점을 올릴 수 있도록 더 신경쓰겠다"고 각오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