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미래통합당이 넉달짜리 '시한부 비대위'를 의결했지만 김종인 비대위원장 내정자가 수락 여부에 대해 명확한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
당내에선 임기연장 방안을 찾아야 한다는 '김종인 추대론'과 비대위에 반대하는 '자강론'이 맞선 가운데 총선 참패 후 수습은커녕 자중지란에 빠져드는 분위기다.
통합당 심재철 당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를 비롯한 지도부는 29일 오전 비공개 회의에서 '김종인 비대위' 출범 관련 대책을 논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통합당은 전날 차기 지도체제 관련 의결을 시도해 전국위원회에선 통과했지만, 상임전국위원회가 정족수 미달로 무산되면서 '4개월 짜리 비대위' 의결에 그쳤다.
당 재건을 위해 최소한 내년 3~4월까지 시간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던 김 내정자의 요구에 미치지 못한 셈이다. 이 때문에 전날 밤 심 권한대행과 김재원 정책위의장이 종로구 구기동 소재 김 내정자의 자택을 찾아 설득을 시도했지만, 아무런 답을 듣지 못하고 발길을 돌렸다.
김 내정자는 일단 '시한부 비대위' 수락 여부에 대해 말을 아끼고 있다.
그는 이날 오전 기자들과 만나 전날 '추대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는 입장 표명과 관련해 "그건 내가 한 소리도 아니다"라며 즉답을 피했다. 전날 전국위 의결 직후 김 내정자의 측근 인사는 기자들에게 보낸 문자를 통해 '전국위에서 이뤄진 결정은 비대위원장 추대로 생각하지 않는다'고 불만을 표출했다.
김 내정자가 당초 자신이 요구했던 바와 다른 '시한부 비대위' 카드에 대해 명확한 거부 의사를 밝히지 않고 있단 점을 고려하면, 여전히 수락 여부를 고심 중인 것으로 분석된다. 일단 비대위 출범 후 상임전국위를 재차 열고 임기 연장을 추진하는 방안이 당내 일각에서 거론되고 있기 때문이다.
당내에선 '김종인 비대위'를 둘러싸고 당내 논란이 확산되는 데 대해 비판의 목소리가 나온다. '김종인 비대위' 찬반을 떠나 통합당이 김 내정자에게 휘둘리는 현 상황을 인정하는 분위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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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강(自强)론을 주장하는 쪽에선 김 내정자 등 외부인들에게 더 이상 당의 운명을 맡길 수 없다는 주장이다. '김종인 추대론'에 동의하는 이들도 당을 재건시킬 만한 역량을 가진 인물이 없기 때문에 역설적으로 김 내정자에 매달리는 것 아니냐고 반박했다.
김 내정자의 과거 '뇌물사건'을 언급한 대표적인 자강론자인 홍준표 전 대표는 이날 CBS노컷뉴스와 통화에서 "우리당 안에서 스스로 해결책을 찾지 못하면 차라리 헤쳐 모이는 게 낫다"며 "외부인에게 매달리는 상황이 부끄럽지도 않냐"고 말했다.
장제원 의원도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더 이상 김종인 비대위에 대한 미련은 버렸으면 좋겠다"며 "시간 낭비이자, 갈등만 재생산하는 소모적인 미련"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앞이 보이지 않는 혼란과 쪼그라든 의석은 분명 난판선의 모습"이라고 당 상황을 비판했다.
'김종인 비대위'를 찬성하는 당내 인사들도 외부 인사에게 휘둘리는 현 상황이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당내 핵심 관계자는 이날 통화에서 "결국 당이 총선 패배를 수습할 여력이 없으니 김 내정자에게 휘둘리고 있는 것 아니겠냐"며 "당내에 역량 있는 인물이 있었으면 애당초 이런 상황까지 몰리지도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당내 비공식 모임인 청년비대위원회는 현 사태의 책임을 지고 심 권한대행을 비롯한 지도부가 총사퇴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들은 별도 입장문에서 "지난 며칠 간 전국위 등에서 발생한 부적절한 과정에 대해 심각한 유감을 표한다"며 "그 결과 제1야당인 통합당이 한 개인에게 무력하게 읍소하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초유의 사태를 초래한 당 지도부 전원이 즉각 사퇴해야 한다"며 "당선자 총회를 열어 신임 원내대표를 선출하고 신임 원내대표를 중심으로 지도부 공백사태를 해결하라"고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