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살바도르 산살바도르의 한 교도소에서 감방 수색 중 한데 모여있는 수감자들 사진.(사진=연합뉴스)
코로나19가 '사회적 거리두기'를 강조하는 가운데 엘살바도르 교도소에서 수용자들을 콩나물 시루처럼 밀집시킨 모습이 공개돼 세계가 경악하고 있다.
미국 LA타임스 등은 28일(현지시간) "남미의 악명 높은 과밀 교도소가 코로나 감염을 위협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엘살바도르 나입 부켈레 대통령실이 공개한 사진에는 갱단 조직원으로 추정되는 수 백 명의 수용자들이 감방 보안 검열이 이뤄지는 동안 경찰의 감시하에 하의 속옷만 입고 앞뒤로 줄지어 다닥다닥 맞붙은 채 바닥에 앉아 있다.
수용자들은 마스크를 썼지만 뒷사람의 얼굴이 앞사람의 등에 파묻힐 정도로 몸을 서로 밀착한 모습이이서 충격적이다. 팬데믹 상황에서 전세계가 강력히 권고하고 있는 사회적 거리두기를 정부당국이 앞장서 무시하고 있는 것이다.
앞서 부켈레 대통령은 지난 금요일 20명을 살해한 사건이 발생하자 수용자 검열을 지시했고 정보당국은 이같은 살인이 이미 수용된 갱단 두목의 지시로 이뤄진 것으로 보고 있다.
LA타임스는" 엘살바도르 교도소가 죄수들을 집단으로 마구 몰아넣는 바람에 남미에서 감염 예방을 위해 접촉을 줄이려는 노력이 물거품이 됐다"고 지적했다.
엘살바도르 산살바도르의 한 교도소에서 감방 수색 중 한데 모여있는 수감자들 사진.(사진=연합뉴스)
LA타임스는 남미 교도소들의 운영 예산이 적기 때문에 코로나 확산에 이상적인 환경을 제공하고 있다며 감방이 밀집된데다 비누와 물도 적은 편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남미 교도소 수용자와 직원을 합해 1천 400명이 코로나에 감염됐다.
LA타임스는 "코로나 확산 이후 콜롬비아 교도소 폭동사태로 23명이 숨졌고 아르헨티나 교도소에서 1천 여 명이 단식투쟁을 하는 등 남미에서 코로나 공포 자체가 이미 끔찍한 것으로 증명됐다"고 했다.
LA타임스는 익명의 멕시코 교도소 수용자 발언을 인용해 "코로나 전에 80센트하던 비누가 1달러 20센트로 오르는 등 교도소의 공식·비공식 상점 물품 가격이 인상됐고 수용자들의 친인척들도 더 이상 외부에서 음식과 위생용품 등을 반입시키지 못하고 있다"고 전했다.
남미 교도소의 이런 열악한 조건에 대해 국제 인권단체가 개선을 촉구하고 나섰다.
전 칠레 대통령인 미첼 바첼레트 유엔 고등인권 판무관은 "덜 위험한 수용자들부터 석방할 것"을 요구했다.
'휴먼 라이츠 워치' 관계자도 엘살바도르 교도소 상황 개선을 위해 "미주기구(OAS)에 '미주 민주헌장' 발령 검토를 요청했다.
칠레의 교정 당국 책임자는 "수용자들의 걱정을 최소화시키는 데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