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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3 내란사태가 드러낸 판사들의 세계관 차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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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3 내란사태가 드러낸 판사들의 세계관 차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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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석열 1심 양형이유에 12·3 최대 피해자 '시민' 안보여
    내란 사건 다루는 시선에서 재판부마다 큰 인식 차이
    1천장 넘는 판결문, 1시간 내로 축약해 선고

    지귀연 부장판사가 21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 417호 법정에서 열린 윤석열 전 대통령의 내란 우두머리 혐의 재판을 하기 전 언론 공개에 대한 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지귀연 부장판사가 21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 417호 법정에서 열린 윤석열 전 대통령의 내란 우두머리 혐의 재판을 하기 전 언론 공개에 대한 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윤석열 전 대통령에게 내란우두머리 혐의로 1심에서 무기징역을 선고한 지귀연 재판부는 양형이유에서 12·3 내란사태로 유탄을 맞은 군·경 등 공무원에 대한 안타까움을 특별히 강조했다.
       
    12·3 내란사태 주요 피고인들의 1심 재판이 마무리되면서 각 재판부의 판단이 비교·검토되는 가운데 지귀연 재판부의 선고방식과 판결내용을 두고 법조계 안팎에서 아쉬움도 쏟아지고 있다.
       

    12·3 최대 피해자 '시민' 없는 양형이유

    ▶ 2026.2.20. 윤석열 1심 판결문 中 공통된 양형이유
    피고인들의 내란 행위는 헌법이 상정한 합법적인 절차를 무시하고, 폭력적인 수단을 통해 국회를 포함한 국가기관의 권능행사를 불가능하게 하여 그 기능을 마비시키려 한 것으로 민주주의 핵심 가치를 근본적으로 훼손한 것이다.
       
    이 사건 비상계엄 선포와 그에 따른 군과 경찰의 활동으로 인하여 군과 경찰의 정치적 중립성은 크게 훼손되었고, 국제사회에서 대한민국의 정치적 위상과 대외신인도가 하락하였으며, 우리 사회는 정치적으로 양분되어 극한의 대립상태를 겪게 되었고, 대통령 선거를 다시 치르게 되었으며, 이 사건 비상계엄 선포 및 그 후속조치와 관련된 수많은 사람들에 대하여 대규모 수사와 재판이 진행되는 등 그 사회적 비용은 산정할 수 없이 크다.
       
    또한 피고인들의 지시나 관여에 따라 이 사건 비상계엄 선포에 따른 조치들을 실제로 수행한 군인, 경찰관 및 공무원들이 사회적으로 많은 비난을 받거나 법적인 책임을 지게 됨으로써 상관의 지시의 적법성 및 정당성에 대한 군인과 경찰관 및 공무원들의 신뢰가 훼손되었다는 점에서도 피고인들의 내란행위는 돌이킬 수 없는 사회적 손실을 발생시켰다.
     
    21일 CBS노컷뉴스가 확보한 윤 전 대통령 등에 대한 내란 1심 판결문에 따르면 피고인들의 '공통된 양형이유'에서 지귀연 재판부가 가장 이입한 대상은 공무원들이다. 특히 12·3 내란사태에 얼떨결에 연루돼 멀쩡히 마칠 수 있었던 공직생활에 타격을 입게 된 사람들이다.
       
    지 부장판사는 지난 19일 생중계된 선고에서 직접 이렇게 말하기도 했다.
       
    "이 사건 비상계엄 선포 후속 조치와 관련된 수많은 사람들, 어마어마한 사람들에 대해 대규모 수사와 재판이 진행되고 있고, 이 법정에 나온 수많은 사람들이 눈물까지 흘려가며 그 피해에 대해 강하게 호소하고 있습니다 … 수많은 군과 경찰 관계자들에게 무슨 죄가 있겠습니까? … 피고인들께서 순간적인 판단을 잘못하였던 이유 때문에 이미 일부는 구속돼 있고 그들의 가족은 고통 받고 있고 무난하게 군 생활이나 경찰 생활을 마무리할 수 있었던 다수의 공직자들이 모두 어마어마한 고통을 겪고 있다는 사정은 우리 사회에 큰 아픔이 될 것 같고…."
       
    지귀연 재판부의 이같은 평가는 앞서 한덕수 전 국무총리 사건 1심을 담당한 서울중앙지법 형사33부(이진관 부장판사)와 비교되면서 다소 공감하기 어렵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에 삶이 흔들린 건 군·경 공무원 뿐 아니라 대한민국 국민 전체의 일이었기 때문이다.
       
    당시 이진관 재판부는 12·3 내란을 '위로부터의 내란', '친위쿠데타'라고 정의하면서 "그 위험성의 정도는 '아래로부터의 내란'과 비교할 수 없다. 국민이 선출한 권력자가 헌법과 법률을 경시하고 위반하는 내란행위를 함으로써 국민의 민주주의와 법치주의에 대한 신념 자체를 뿌리째 흔들기 때문"이라고 짚었다.
       
    특히 그간 헌법재판소와 앞선 내란 사건 판결들은 '일반적인 시민이라면 누구나 12·3 비상계엄의 위헌·위법성을 알 수 있었다'고 수차례 판단하기도 했다. 내란 법정에 증인으로 서게 된 당시 군·경 관계자들의 눈물에 특별히 주목한 지귀연 재판부를 두고 '위법한 명령 수행을 정당화한다'거나 '피고인에게 이입하는 듯 하다'는 비판까지 제기되는 이유다.
       
    부장판사 출신의 한 변호사는 "이 사건 선고가 전국민에 생중계 된다는 점에서 신중히 서술할 필요가 있었던 점을 고려하면 더 아쉬움이 크다"며 "마찬가지로 공무원인 판사 입장에서 자신도 저런 처지에 놓였다면 어땠을까 하는 정도의 공감대만 드러난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12·3 내란이 남긴 상처, 국회 기물파손·부상뿐인가

    윤 전 대통령에 대한 '불리한 양형이유'에서도 지귀연 재판부는 그가 벌인 일의 책임을 다소 지엽적인 피해들로 서술하는데 그쳤다.
       
    "군이 국회의사당 안으로 진입하려 하는 과정에서 국회 관계자들과 몸싸움을 벌였고, 국회 기물이 파손되었으며, 국회 관계자들이 부상을 입었다. 경찰의 국회 출입 차단 행위로 인하여 국회의원 및 국회 직원들은 월담을 할 수밖에 없었고, 그러한 과정에서 국회 관계자들이 부상을 입은 것으로 보인다."
       
    반면 이진관 재판부의 경우 한 전 총리의 내란 가담 행위에 대해 "대한민국 국민은 자칫하면 국민의 기본권과 자유민주적 기본질서가 유린당했던 어두운 과거로 회귀하여 독재정치라는 수렁에서 장기간 헤어 나오지 못하게 될 수 있었고, 국민은 씻을 수 없는 상실감과 상처를 입게 됐다"고 지적했다.
       
    판사가 사건과 피고인을 바라보는 시선이 보다 직관적으로 드러나는 양형이유에서, 12·3 내란사태에 대한 평가가 극명히 벌어진 셈이다.

    이진관 부장판사가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한덕수 전 국무총리 내란 우두머리 방조 및 위증 등 혐의 사건 첫 재판을 심리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이진관 부장판사가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한덕수 전 국무총리 내란 우두머리 방조 및 위증 등 혐의 사건 첫 재판을 심리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과거 내란과 12·3은 비교 불가 vs 왕정과 비교

    각 재판부가 판결문에서 드러낸 역사인식도 차이를 보였다. 이진관 재판부의 경우 "기존 내란사건이 발생했던 시기와 12·3 내란이 발생한 시기의 대한민국의 국제적 위상은 비교할 수 없이 차이가 난다"며 전두환·노태우 등 수십 년 전 내란 재판 당시 잣대로 선고할 수 없음을 밝혔다. 민주주의가 이미 공고히 자리 잡은 대한민국에서 '친위쿠데타'가 발생하며 생긴 경제적·정치적 충격은 과거의 내란행위와 비교할 수 없다는 것이다.
       
    반면 지귀연 재판부의 역사 관련 인용은 '대통령도 내란죄를 저지를 수 있는가'를 규명하는 대목에서 등장했다. 잉글랜드 왕 찰스 1세가 군대를 이끌고 의회를 강제로 해산시킨 사건을 소개하며 "왕이라 하더라도 (국민)주권을 침해한 것이 되어 반역죄가 성립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우리 헌법 84조가 '대통령은 내란죄 또는 외환죄를 제외하고는 소추되지 않는다'고 규정해, 내란죄를 저지른 대통령은 소추·처벌될 수 있다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는 점에서 불필요한 논증과 예시였다는 지적도 나온다. 일반 국민이 아닌 윤 전 대통령 측과 지지자들을 설득하기 위해 '왕에게도 반역죄가 성립한다'는 말을 굳이 강조한 것 아니냐는 것이다.
       

    전국민 or 尹과 지지자들…누구를 위한 선고였나

    한편 윤 전 대통령 등에 대한 1심 판결문이 별지를 제외하고 총 1133장에 달하는데도, 지귀연 재판부는 생중계되는 선고에서 1시간 남짓 판결요지를 낭독하는데 그쳤다. 한 전 총리 사건 1심 판결문은 그 10분의 1에 불과한 124장 분량인데 마찬가지로 1시간 가까이 선고가 진행됐고, 1심 판결문이 83장인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 사건에서도 45분 정도 재판부가 선고한 것과 비교된다.

    그마저도 상당시간은 12·3 내란사태의 본질과 다소 동떨어진 법리적 내용을 설명하는 데 소요했다. △불소추 특권을 가진 대통령에 대한 수사 가능 여부나 △검찰과 공수처의 수사권에 대한 판단 △국헌문란 목적 내란죄의 연혁 △내란죄 관련 각국의 사례와 규정 △대통령의 내란죄 범행 가능 여부 등이다.
       
    지귀연 재판부는 12·3 비상계엄은 실체적·절차적 요건을 모두 갖추지 않았고, 국회를 대체할 '비상입법기구' 문건도 윤 전 대통령의 국헌문란 목적을 입증하는 중요 증거이며, 윤 전 대통령이 이 전 장관에게 주요 언론사 등에 대한 단전·단수 지시를 했다고 판결문에 적시했다. 경고성·호소용 계엄이라는 것은 존재할 수 없다고 못박기도 했다. 국민이 가장 알고 싶었던 내용들이지만, 아직 제한적으로 접근 가능한 판결문에만 담겼다. 전국민에 생중계된 1심 선고 당시엔 이러한 '디테일'들을 누락하고 설명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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