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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훅!뉴스]"대표이사의 성추행, 그 후가 더 무서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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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훅!뉴스]"대표이사의 성추행, 그 후가 더 무서웠다"

    • 2020-04-29 10:24

    금융권 신탁회사 대표이사, 20대 계약직 여직원 성추행
    성추행 고소하자 임원에 팀장까지 고소취하 요구
    "회사생활 던질 필요 있냐.. 나때는 블루스도 췄다"
    고용문제 들먹이며 고소취하 압박? '보복협박'에 해당

    ◇김현정> 뉴스 속으로 훅 파고드는 시간, 훅!뉴스. CBS 심층취재팀 오수정 기자 나와 있습니다. 오늘 훅에서 다룰 이야기 뭐 들으면서 상당히 불편할 것 같은 주제네요.

    ◆오수정> 네 그렇습니다. 오거돈 부산시장 아까도 얘기 많이 하셨는데 성추행 사건이 드러난 지 딱 일주일째죠. 부산시 수장이 20대 공무원을 위력으로 성추행했고, 그 배경에는 만연한 성차별적 공직 분위기도 있었습니다. 비슷한 시기 서울시에서 동료에게 성폭력을 가한 공무원 사건이 알려지기도 했었습니다.

    ◇김현정> 그렇죠 사실은 미투로 그렇게 우리 사회가 떠들썩했는데도 이런 일이 계속 연이어 일어난다는 게 상당히 좀 언짢아요. 그런데 그런데 가지고 오신 사건은 뭐예요?

    ◆오수정> 그런데 이마저도 빙산의 일각은 아닐까 합니다. 피해 호소조차 가로막고 목소리를 내지 말라고 압박하는 각종 회유와 협박들 주위에 너무 많기 때문인데요. 오늘 훅뉴스에서는 직장 내 성추행 사건과 이어진 고소 취하 압박까지, 우리 사회 성폭력과 2차 가해를 집약적으로 보여주는 한 사례 소개해드리려 합니다.

    CBS노컷뉴스 취재진과 만난 금융권 신탁회사 성추행 피해자 (사진=자료사진)

     

    ◇김현정> 직장 내 성추행, 어떤 사건입니까?

    ◆오수정> 사건은 지난달 벌어졌습니다. 금융권 한 신탁회사에 있는 20대 계약직 여직원을, 60대 대표가 저녁 자리로 불러냈습니다. 대표가 말단 직원과 단둘이 식사하는 게 흔한 일은 아니잖아요. 피해자도 찜찜했지만 '동행이 있겠지' 이렇게 생각을 했다고 해요.

    ◇김현정> 금융권 한 신탁회사라고 그랬는데 신탁회사에서도 뭐 작은 회사도 있고 큰 회사도 있고 우리가 알만한 회사, 아닌 회사 여럿 있을 수 있는데 어떤 정도의 규모 회사입니까?

    ◆오수정> 신탁에도 업계가 분야가 다양한데요. 그 해당 분야에서는 유수의 기업이라고 보면 되겠습니다.

    ◇김현정> 신탁회사 중에 유수 손가락 다섯 손가락에 꼽힐 정도로.

    ◆오수정> 네 중소기업 규모이긴 하지만 거기서 이름만 대면 알 수 있는 회사입니다.

    ◇김현정> 이름만 대면 알 수 있는 신탁회사 그런데 대표가 말단 여직원과 일대 일로 식사를 하자.

    ◆오수정> 저녁 자리에 불러낸 거죠.

    ◇김현정> 찜찜하지만 뭔가 하실 말씀이 있어서 업무에 관련된 것일 수도 있으니까 그냥 안 나갈 수는 없는 거고.

    ◆오수정> 네 그렇죠. 그렇게 한 음식점에 도착했는데, 대표가 '이 자리를 누가 아느냐'고 지속적으로 캐물으면서 비밀을 강조했다고 해요.

    ◇김현정> 누가 여기 오는 걸 알고 있어?

    ◆오수정> 네 보안을 지켜야 한다. 이렇게 강조를 하다가 별안간 테이블 밑으로 신체접촉을 시작했다고 합니다. 이런 성추행이 2시간 가까이 이어졌는데,

    ◇김현정> 식당에서요?

    ◆오수정> 네 식당 일식집 테이블입니다.

    ◇김현정> 일식집이니까 방이었을 단독방이었을 거고 두 시간 동안요?

    ◆오수정> 네 그렇습니다. 심지어는 '안아보자, 뽀뽀해 보자' 이렇게 달려들기도 했다고 합니다.

    (사진=자료사진)

     

    ◇김현정> 이거는 뭐 확실한 강제추행인건데 바로 신고를 했답니까 어떻게 했답니까?

    ◆오수정> 도망치듯 피해자가 자리를 빠져나왔고요. 끙끙 앓던 피해자는 고민 끝에 고소를 했습니다. 경찰은 피의자인 대표에게 소환 조사를 요구했겠죠? 문제는 여기서 일어납니다. 회사의 고위 임원이 나서서 노골적으로 고소 취하를 압박한 겁니다. 그 내용을 확보된 녹음 파일로 들려드릴 텐데, 음질이 피해자가 직접 녹음을 한 거여서 좋지 않아 먼저 내용을 말씀드리자면, '살다보면 억울한 것도 있지만, 죽기 살기로 회사 생활 던져가면서 그럴 필요는 없지 않느냐'는 말입니다. 들어보시죠.

    [녹취 : 임원]
    "세상 살다 보면 억울한 것도 있고, 참는 거에 한도가 있잖아. 한도가 있는데 그렇다고 죽기 살기로 할 정도의.. 앞으로의 회사 생활을 던져가면서 그럴 필요 없다고 보는데 그렇지 않아?"


    ◇김현정> 회사 생활 던져가면서 그럴 필요 없다고 보는데 그렇지 않아? 마지막에 이게 지금 그 회사의 임원이라는 얘기죠. 이 여성분이 비정규직이라면서요?

    ◆오수정> 네 계약직 사원입니다.

    ◇김현정> '회사 생활 던져가며 그럴 필요 있느냐'는 얘기는 끝까지 그런 식으로 나오면 해고하겠다는 소리로 들리네요.

    ◆오수정> 그렇게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겠죠. 그리고 이 임원은 이렇게도 고소 철회를 종용합니다. '대표가 실수했다 쳐도, 구설수에 오를 정도이지 형량이 크게 나오는 사건이 아니다. 나 때는 옛날엔 회식하면서 블루스도 추고 노래방에서 얼싸안기도 했다'고 말하는데, 역시 직접 들어보시겠습니다.

    [녹취 : 임원]
    "대표님 실수했다고 치자. 실수해서 뭐든 했다고 치고. 그런데 이게 크게 형량이 나온다던지 사건이 저거 되기는 어려울 거야. 우리도 보면 뭐 블루스도 추고 그랬어. 노래방에서 막 얼싸안고."


    ◇김현정> 네 직원을 성추행한 것을 실수라고 말하는 것도 말이 안 되는 거고, 우리 때는 회식하면서 얼싸안고 블루스 췄다는 걸 이걸 설득이랍시고 하는 것도 말도 안 되는 것 같은데요

    ◆오수정> 이런 임원과의 면담이 연거푸 이어졌다고 합니다. 그런데도 피해자가 뜻을 굽히지 않으니까 이제는 바로 직속상관인 팀장이 나섭니다. 이 팀장은 피해자를 불러서 "너 때문에 나까지 불편해졌다, 나도 이 자리에 힘들게 올라왔는데 팀에도 좋을 리 없다"면서 고소를 취하해보라고 강요했습니다.

    ◇김현정> 자 이렇게 회사의 다른 직원들이 나서서 조직적으로 압박을 하는 사이에 성추행 가해자 그 대표는 사과라도 했습니까, 어떻게 했습니까?

    ◆오수정> 전혀 사과 없었습니다. 저희도 이에 대한 입장을 들어보려고 대표와 통화를 했는데 처음엔 소송을 당한 자체를 부인했습니다. 경찰이 직접 소환 통보를 했는데도 말이죠. 대표와의 통화내용입니다.

    [녹취 : 대표]
    (대표님도 지금 소송에 걸리셨더라고요?) "아이 아니에요."
    (일단 성추행건으로 소송이 돼 있는데?) "아니에요. 무슨 소송이에요."
    (소송당한 적 없으세요?) "전혀 사실무근인데? 그러면요 무슨 얘긴지 한 번 확인을 하고 전화를 드릴게요 바로."


    ◆오수정> 이후에 다시 연락이 오긴 했는데요, 뭐 오락가락 말을 바꾸면서 설명을 하다가 결국엔 '그때 술에 취해서 기억이 잘 안 난다' 이렇게 발을 뺐습니다.

    ◇김현정> 아휴 참 오리발을 내미는 이 모습이 참담한데 이러는 사이에 지금 피해자는 어떻게 지내고 있습니까?

    ◆오수정> 다행히 씩씩하게 출근은 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상사들한테 이리저리 불려 다니면서 사실상 협박을 받는 상황에 정상적인 회사 생활은 어렵겠죠. 피해자 말도 직접 들어봤습니다.

    [녹취 : 피해자]
    "무서웠던 건 사실 사장님이고 저는 완전 그냥 계약직이고 사원이잖아요. 사장과 사원의 싸움이 과연 되는 싸움일까? 그리고 저는 이 업계에서 이제 일을 해보려고 하는데 분명 소문이 날 텐데 내가 이쪽을 할 수 있을까라는 무서움도 있었거든요. 근데 요즘은 안 해도 되니까 그냥 그 사람 좀 제발 벌 받았으면 좋겠어요."


    (사진=스마트이미지 제공)

     

    ◇김현정> 신탁 회사의 사회초년생인데 이 업계에 이렇게 다 소문이 나버리면 난 어떻게 또다시 이 곳 그만둔다고 해도 취업을 할 수 있겠나 이 걱정이라는 얘긴데 이게 2차 가해라는 거잖아요. 2차 가해 우려가 항상 나오는데도 아직 개선이 안 된 거죠?

    ◆오수정> 그렇죠. 국회에서 논의가 없었던 건 아닌데요. 작년 말부터 시행된 여성폭력방지기본법이 있습니다. 이 법에서는 사용자로부터 성폭행, 신고 등을 이유로 불이익 조치를 받는 경우를 2차 가해로 규정했습니다. 그런데 말 그대로 기본법이기 때문에 처벌규정은 없는 상황입니다.

    ◇김현정> 2차 가해가 무엇인지만 정하고 끝난 거예요?

    ◆오수정> 네. 맞습니다. 이밖에 직장 내 성희롱 피해자에게 불리한 조치를 취할 경우 처벌을 하자 아니면, 가해자가 피해자와 대면을 원할 경우에는 그 자리에 경찰이나 검찰이 동석을 해야 한다 이런 법안이 추진되긴 했지만, 모두 논의가 제대로 안 되고 이번 20대 국회 마감과 동시에 폐기될 처지에 놓였습니다.

    ◇김현정> 그럼 지금으로써는 2차 가해가 발생해도 손을 놓고 있을 수밖에 없는 상황?

    ◆오수정> 아예 방법이 없는 건 아닌데요. 고소 취하를 종용하는 말, 심지어 이렇게 고용문제까지 들먹이면서 취하를 유도하는 게 '보복 협박'이 될 수 있다고 합니다.

    ◇김현정> 그렇죠.

    ◆오수정> 이 사건 피해자도 회사에서 고소를 취하하라고 지속적으로 압박한 상사를 '특가법상 보복협박죄'를 적용해서 고소하기로 했습니다.

    ◇김현정> 이럴 때 협박죄가 적용이 된다?

    ◆오수정> 가능하다고 합니다. 피해자를 대리하는 법무법인 심평 이신영 변호사 설명으로 들어보시겠습니다.

    [녹취 : 법무법인 심평 이신영 변호사]
    "기본적으로 구성 요건이 고소를 취소하게 할 목적으로 협박하는 경우에 가중 처벌하는 것이거든요. 대놓고 '고소를 취소하지 않으면 회사 다니기 어려울 걸?' 이런 식의 협박을 한 거고요. 이것은 보복범죄 그러니까 특가법의 구성 요건에 딱 떨어지는 내용입니다."


    ◇김현정> 오죽하면 피해자가 보복협박죄로 상사를 고소했을까 싶은데 저는 이 사건 어떻게 되는지 오수정 기자가 주목해서 끝까지 전해 주셨으면 좋겠고요. 그리고 21대 새로 시작하는 국회에서 2차 가해에 대한 부분 명확히 어떻게 법안으로 통과시키는지도 주목해 주셨으면 좋겠네요. 한 신탁회사에서 벌어진 믿을 수 없는 성추행 사건 오늘 전해드렸습니다. 오수정 기자 수고하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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