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 인천 SK행복드림구장에서 열린 프로야구 개막전 SK 와이번스와 한화 이글스의 경기에서 한 외신 기자가 개막전을 취재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야구 팬이라면 박찬호, 김병현, 추신수, 류현진 등 미국 메이저리그에 진출한 한국인 선수를 보기 위해 새벽잠을 설친 기억이 한번쯤은 있을 것이다.
이제는 상황이 바뀌었다. 메이저리그가 코로나19의 확산으로 개막 시점조차 잡지 못하는 가운데 ESPN이 KBO 리그 중계권 계약을 체결하면서 앞으로는 국내 프로야구를 보기 위해 새벽잠을 설치는 미국 야구 팬이 늘어날 전망이다.
미국 ESPN은 5일 오후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삼성 라이온즈와 NC 다이노스의 개막전을 생중계했다. 스포츠 전문 방송 SPOTV가 제작한 방송을 받아 미국 전역에 전파했다.
벌써부터 반응이 뜨겁다.
경기 개시 시간은 한국시간으로 오후 2시, 미국 동부지역 기준으로 새벽 1시였다. 비 때문에 경기 시작이 잠시 지연됐지만 적잖은 미국 야구 팬들이 TV로 경기를 시청한 것으로 보인다. KBO 리그를 처음 접한 미국 야구 팬들의 반응이 SNS를 달궜다.
비록 메이저리그는 아니지만 야구 경기를 시청할 기회가 그리웠다는 반응이 많았다.
"이제 곧 자러 가야겠지만, 얼마나 스포츠가 그리웠는지 모른다. KBO를 통해 재충전되는 느낌이다", "오늘 낮잠은 꿀잠이 될 것 같다. KBO에게 고맙다", "새벽 2시에 야구를 보고 있지만 이보다 더 행복할 수는 없을 것 같다" 등 야구가 반갑다는 글이 많았다.
한 트위터 이용자는 삼성 선발 백정현과 NC 선발 루친스키를 보며 "한국 야구를 보며 가장 주목할 점은 구속과 제구력이다. 삼성과 NC 선발 모두 구속은 83~85마일 정도지만 원하는 코스에 공을 던지고 있다. 두명 모두 구속보다는 제구에 더 중점을 두고 있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무엇보다 미국 야구 팬들의 관심을 끈 부분은 '배트 플립'이다. 호쾌한 타격 후 방망이를 던지는 세리머니다. 하지만 미국에서는 투수를 자극한다는 이유로 금시기되고 있다. '배트 플립'을 했다가는 다음 타석에서 빈볼을 피하기 어렵다.
미국 팬들은 "나는 KBO의 배트 플립을 즐길 준비가 돼 있다", "KBO의 배트 플립이 보고 싶다", "KBO 타자들은 안타만 때려도 방망이를 던진다", "LG 선수(김현수)가 홈런을 쳤는데 방망이를 던지지 않아 아쉽다" 등 재밌다는 반응을 보였다.
많은 팬들은 아직은 생소한 KBO 리그에서 자신이 응원할 팀을 찾고 있다.
이와 관련된 질문이 SNS에 쏟아졌다. 한 트위터 이용자는 "나는 시애틀 매리너스 팬이다. KBO 구단 가운데 시즌 초반에는 희망을 품게 했다가 결국에는 실망을 주는 구단은 어디인가?"는 글을 올려 눈길을 끌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