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이한형 기자/자료사진)
"가방 제조 회사에 다니고 있는데 코로나19 여파로 인해 주문이 뚝 끊기면서 공장 가동도 멈췄어요. 한국은 상황이 점차 안정세에 접어들었지만 주 수출국인 미국·유럽의 사정이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으니 회사 역시 구조조정을 단행하더라고요.
회사 경영이 너무 어려워진 상황이라 저 역시 어쩔 수 없이 3개월 간 휴직에 들어갑니다. 회사 입장을 이해하지만 코로나19 사태가 언제쯤에나 끝날지 모르기 때문에 생계를 걱정해야 하는 저 역시 많이 답답한 상황이에요..."
수출·제조업을 하는 중소기업에 재직 중인 강모씨(31·여)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인해 졸지에 일자리를 잃을 처지에 몰렸다.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으로 세계 각국이 일상 생활을 비롯해 경제 활동에도 제동이 걸리자 강씨가 다니는 회사 역시 직격탄을 맞았다.
200명이 넘는 직원에 해외에도 공장을 두고 있는 나름 규모가 있는 사업체지만 주문 자체가 줄어드니 가장 먼저 인건비 절감에 나설 수밖에 없었다.
강씨는 "사실 코로나19 사태가 터지고도 3월까지는 선주문 물량이 많아 큰 타격은 없었다. 하지만 코로나19가 장기화 되면서 주문량이 급격히 줄었다"라며 "4월까지 약 10명 정도가 권고사직으로 회사를 떠났고, 남은 직원들 역시 일단 3개월 동안 급여를 절반만 수령하며 휴직에 들어가기로 했다"고 토로했다.
코로나19 사태가 더 장기화 된다면 생계까지 위협받을 수 있는 상황. 그러나 새 일자리를 찾기 역시 쉽지 않다.
강씨는 "사실 이쪽 업계 모두가 힘든 상황이다. 그나마 다른 회사에 비해 우리는 조금 나은 수준이다"라며 "현재 시점에서는 사람을 구하는 회사도 없기 때문에 이직은 꿈도 못 꾼다. 그냥 빨리 나아지길 기다리는 방법 외에는 마땅한 대안이 없는 것이 현실이다"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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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사거부 가능하지만…정상업무는 '글쎄'코로나19로 촉발된 경영 악화. 그리고 이로 인해 퇴사 위기에 몰린 직장인들이 늘어나고 있는 상황에서 이들이 법적으로 보호받을 수는 없을까.
도소매업 영업직에 종사하는 40대 A씨는 지난 3월 민주노총 서울본부 노동법률지원센터 노동상담 게시판에 '회사에서 코로나19로 인한 매출하락으로 구조조정을 한다고 합니다'라는 제목의 글을 올렸다.
A씨에 따르면 회사는 코로나19로 인한 매출하락 및 회사 적자를 이유로 팀장들에게 부서별(7팀) 1명 인원감축을 요구했다. 팀장들은 퇴사한 팀원의 업무를 직접 할 수 있는지 확인해야 했다. 만약 팀원의 업무를 팀장이 하기 힘들다면 팀장이 팀원에게 팀장 업무를 넘기고 퇴사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그는 "인원감축 해당 직원이 결정돼 통보할 경우 퇴사를 받아들여야 하는지, 퇴사를 받아들이지 않을 경우 회사에서 근로자에게 어떤 조치가 가능하며 근로자는 회사를 상대로 어떻게 조치를 해야 하는지 궁금하다"고 문의사항을 남겼다.
이에 센터측은 회사가 경영상 이유로 인원감축을 위해 근로자에게 퇴사를 요구하는 경우 근로자가 이를 받아들여 '퇴사해야할 의무는 없다'는 점을 명확히 했다.
특히 "퇴사를 받아들이지 않은 경우 회사가 징계 또는 해고의 조치를 취할 수 있지만 권고사직을 받아들이지 않았다는 사유가 근로기준법 제23조에서 정하는 징계 또는 해고의 정당한 이유에 해당되지 않을 것"이라며 "퇴사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은 것을 이유로 사용자가 행하는 징계 또는 해고는 부당 징계, 부당해고가 될 수 있다. 부당해고 등은 있었던 날부터 3개월 이내에 노동위원회에 구제를 신청할 수 있다"고도 덧붙였다.
다만 노동위원회로부터 부당해고 등을 구제받았더라도 정상적인 직장생활을 이어갈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최근 20년간 일한 직장에서 해고통보를 받은 B씨는 서울지방노동위원회로부터 구제를 받아 실직은 면했지만, 해왔던 직무와는 전혀 관계없는 부서로 발령이 나 투명인간 취급을 받고 있다.
그는 "평생 해오던 직무와는 관계없는 부서에 발령난 이후 투명인간 취급을 당하고 있다. 까마득한 회사 후배들도 업무가 미숙하다는 이유로 나를 무시한다"면서 "부당 전보로 노동위원회에 또다시 구제신청을 해볼까도 고민했지만, 회사측과 관계가 더 나빠질까봐 못했다. 구제를 신청한 것이 잘한 결정이었나 종종 후회도 한다"고 토로했다.
(사진=이한형 기자/자료사진)
◇회사·직장인, 코로나19 장기화에 '신음'
코로나발(發) 경기침체로 국내 사업체 종사자 수가 역대 처음으로 '마이너스'로 돌아서면서 고용 충격은 빠른 속도로 확산하고 있다.
고용노동부가 지난달 28일 발표한 3월 사업체 노동력 조사 결과에 따르면, 지난달 마지막 영업일 기준으로 종사자 1인 이상인 국내 사업체의 전체 종사자 수는 1천827만8천명으로, 작년 동월(1천850만3천명)보다 22만5천명(1.2%) 감소했다.
사업체 규모별로 보면 대기업을 포함한 300인 이상 사업체 종사자(292만7천명)는 2만9천명(1.0%) 증가한 반면, 300인 미만 사업체 종사자(1천535만1천명)는 25만4천명(1.6%) 감소했다. 고용 충격이 영세 사업체에 집중되고 있는 것이다.
사업체 종사자 수가 전년 동월보다 줄어든 것은 사업체 노동력 조사의 고용 부문 통계를 내기 시작한 2009년 6월 이후 처음있는 일로 노동부는 "산업 전반에 걸친 코로나19 사태의 영향"이라는 분석을 내놨다.
다만 우리나라의 경우 코로나 국면이 다소 안정기에 접어든 상태이기 때문에 경제 활성화에 기대를 걸어볼 수 있는 상황이란 분석도 나오고 있지만, 이 역시 낙관하긴 어려운 실정인 것만큼은 분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