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8월 14일 방송된 EBS1 '까칠남녀-남자들이여, 일어나라' 편에서 정영진은 데이트 비용 분담 문제를 이야기하다가 '매춘' 비유를 들어 질타받았고, 이후 이 방송분은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서 행정지도 처분인 '의견제시'를 받았다. (사진='까칠남녀' 캡처)
MBC 라디오 '강석 김혜영의 싱글벙글쇼'의 후임으로 낙점된 팟캐스트 진행자 정영진이 대한 우려가 나온다. 과거 방송에서 여성혐오 발언을 지속했다는 점이 도마 위에 오른 탓이다.
정영진은 지난 2017년 시작한 EBS1 젠더 토크쇼 '까칠남녀'에 고정 패널로 출연했다. 그는 이 프로그램에서 '마초'로 자신을 포지셔닝하며 젠더와 관련된 다양한 사안에 대한 의견을 내놨으나, 부적절한 비유와 궤변을 지속해 방송 당시에도 논란을 자초했다.
가장 문제가 된 발언은 2017년 8월 14일 방송된 '남자들이여 일어나라' 편에서 한 '매춘' 비유였다. 정영진은 데이트 비용과 관련해 남성들이 역차별을 겪는다고 언급하며 "남성들이 주로 데이트 비용을 지불하고 이를 당연하게 생각하는 여성들의 태도는 넓은 의미에서 보면 매춘과 다르지 않다"라고 발언했다.
이듬해 3월 20일, 방송통신심의위원회 방송심의소위원회는 정영진의 해당 발언이 방송심의규정 '품위 유지'와 '양성평등' 조항을 위반했다고 판단해 행정지도인 '의견제시'에 전원 합의했다. 의견제시는 방송심의규정 위반 시 내려지는 행정지도 가운데 가장 낮은 처분이다.
정영진은 '매춘' 비유로 문제가 된 '남자들이여 일어나라' 편에서 "당연히 여성도 범죄 피해자가 되면 안 된다. 하지만 남성도 범죄의 피해자가 되면 안 되는 일이다. 그러니까 이름을 안심 귀갓길, 안심 택배 이렇게 하면 되는 거다. 그런데 굳이 여성 안심 귀갓길, 여성 안심 택배 이러면서 굳이 여성만 범죄를 당하면 안 되는 사람처럼 만드는 건 굉장히 좀…"이라고도 말했다.
이어 "사회적 약자로 보이는 건 별로 원하지 않고 대신 사회적 약자로서 받아야 되는 혜택은 받고 싶다는 것"이라면서 "여성 정책을 펼친다고 할 때 여성들이 나서서 '그런 거 하지 마세요', '그런 거 없어도 우린 얼마든지 잘할 수 있습니다'라고 이야기하는 것이 오히려 여성들 스스로를 더 강하게 만드는 일이지 그 혜택들을 계속해서 일단 누릴 건 누리자는 식으로 간다면 그건 여성들을 더 옭아매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김치녀라 부르지 마라'(2017년 4월 17일) 편은 '술과 여자친구의 공통점, 오랜 시간 함께할수록 지갑이 빈다', '자기야~ 나 기분 전환 겸 백 하나만 사 줘~/음… 그럼 내 기분은?', '날은 더워 죽겠는데 남친은 차가 없네' 등의 표현을 동원한 여성혐오적 광고가 왜 이렇게 많이 나오는지로 이야기를 시작했다. 김치녀는 2010년대 이후 나온 말로, 남성에게 경제적으로 의존하는 여성, 남성의 돈으로 사치하는 여성을 비하하는 말이다.
정영진은 "(이런 광고가) 한두 개가 아니라 여러 개 만들어지고 있는 거는 이 광고 담당자들이 전부 다 여혐주의자들도 아닐 것이고, 그 수많은 사람들이 비슷한 류의 광고들을 만들었다는 건 그만큼 이런 현실들이 있다는 거다. 그만큼 우리 여기에는 없다고 하지만 이 사람들 말고 실제 사회에서는 굉장히 이런 여성분들, 남성분들, 이런 남녀관계들이 많다는 것"이라며 "광고가 왜 이렇게 나왔느냐. 지갑 열 사람들은 남자들이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2017년 4월 17일 방송된 EBS '까칠남녀-김치녀라 부르지 마라' 편에서 정영진은 여성혐오적 광고가 많이 등장하는 건 광고 담당자들이 여혐주의자여서가 아니라 현실을 반영한 것이고, 지갑을 열 사람은 남자들이라는 의미라고 발언했다. (사진='까칠남녀' 캡처)
'오빠가 설명해줄게'(2017년 11월 13일) 편에서는 '맨스플레인'(남자와 설명하다가 결합한 말로, 남성이 여성을 기본적으로 뭔가 모르는 사람으로 규정하고 자기 말을 일방적으로 쏟아붓는 태도)이라는 말을 두고 "일부 남성의 특징을 가지고 모든 남성을 대상으로 일반화하는 성차별적 단어"라고 말했다.
'부장님, 그건 성희롱입니다'(2017년 8월 28일) 편에서는 "부장님들이 이런저런 농담들 하시지 않나. 아재 개그도 하시고 뭐 이런 좀 음담패설도 하시고 그걸 보면서 젊은 사람들 입장에서 한편으로는 안쓰럽게 생각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분들의 지금까지 인생을 통해서 배워왔던 유머, 살면서 배웠던 유머가 딱 거기까진 거다. 여자 무슨 얘기 해야 상사들이 좋아하고 이런 것이 체화되고 한 20년 동안 직장생활을 그렇게 해 온 거니…"라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음 한편에는 조금 짠한 느낌이 있다. 어쨌든 그분도 누군가의 아버지이며 누군가의 아들일 거 아닌가"라고 말했다.
이에 박미선은 "누군가의 아버지가 '어젯밤에 뭐 했어?' 이런 식의 질문을 한다 그러면 아무리 짠하게 마음을 먹으려고 해도 징그러울 것 같다"라고 반박했다. 서민 교수는 "형님은 왜 그렇게 가해자한테만 관대한 건가"라고, 은하선 작가는 "가해자한테 왜 이렇게 감정이입을 하냐"라고 물어 그의 발언을 비판했다.
'여자도 군대 가라'(2017년 5월 15일) 편에서는 "여성이 군대에 먼저 간 후에 성평등을 요구해야 한다"라고, '미혼 우리 새끼'(2017년 5월 29일) 편에서는 결혼식에 돈이 많이 드는 건 결혼에 대한 환상을 가진 여성들 때문이라고, '여자의 적은 여자?'(2017년 11월 27일) 편에서는 '여자의 적은 여자'라는 고정관념이 맞다는 식으로 이야기했다.
정영진은 또한 2017년 11월 말 정치 팟캐스트 '청정구역'에 출연해 본인이 출연 중인 '까칠남녀' 출연진과 제작진을 비난해 물의를 빚었다. 정영진은 "나는 상식적인 이야기를 하고 있다. 거기 나오는 여성분들의 주장은 너무 답답하다"라고 밝혔으며, 그런데도 그만두지 않는 이유에 관해 "거기가 돈을 제일 많이 준다"라고 답했다. 정영진은 이후 제작진 요청과 본인 의지로 '까칠남녀'에서 하차했다.
MBC는 '강석 김혜영의 싱글벙글쇼'의 강석-김혜영을 배기성-정영진으로 교체한다고 6일 밝혔다. 두 사람은 '완전히 새로운 콘셉트'로 프로그램을 진행할 예정이라는 게 MBC 설명이다. 하지만 정영진의 과거 여성혐오 발언이 재조명되면서 '싱글벙글쇼' 청취자들은 우려를 표명하고 있다.
7일 오전 현재 '싱글벙글쇼' 청취자 게시판에는 "진행자로 정영진을 선정한 것은 시대에 역행하는, 청취자들을 기만하는 행위", "여성 청취자는 그냥 무시하는 건가요?", "여성들이 얼마나 많이 듣는 프로인데 그런 발언한 사람이 DJ가 될 수 있나?", "지상파에 걸맞은 품격을 유지해야" 등 비판적 반응이 다수 올라왔다.
2017년 8월 28일 방송된 EBS '까칠남녀-부장님, 그건 성희롱입니다' 편에서 정영진은 부적절한 음담패설을 늘어놓는 부장들이 한편으로는 안쓰럽다고 말했다. (사진='까칠남녀'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