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러스트=연합뉴스)
경찰의 끈질긴 수사로 16년 전 강원도 삼척에서 발생한 70대 노파 살인 사건의 진범이 밝혀졌다. 하지만 진범이 사건 발생 이후 8개월 만에 사망한 것으로 확인돼 죗값을 치를 수 없게 됐다.
강원지방경찰청은 지난 2004년 10월 2일 삼척에서 발생한 살인사건의 진범이 A(당시 25세)씨로 밝혀졌다고 26일 밝혔다. 하지만 A씨는 2005년 6월 17일 또 다른 지역에서 절도를 시도하던 중 집주인에게 발각돼 몸싸움을 벌이다 숨진 것으로 확인돼 경찰은 '공소권 없음'으로 검찰에 송치할 예정이다.
공소권 없음은 불기소 처분의 하나로 피의사건에 관해 소송조건이 결여됐거나 형이 면제되는 경우에 검사가 내리는 결정이다. 통상 피의자가 사망할 경우 공소권 없음 처분이 내려진다.
앞서 지난 2004년 10월 2일 삼척시 근덕면에 살고 있던 70대 할머니가 자택에서 살해당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사건 현장에서는 범인이 금품을 훔치려는 흔적은 있었지만, 도난당한 물품은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에 따르면 사건이 발생한 마을은 40가구 정도가 거주하는 전형적인 농촌 마을이었지만, 수사대상자가 3천여명에 달했다. 당시 경찰은 이 가운데 피해자와 원한 관계에 있을 것으로 의심되는 10명 정도를 유력한 용의자로 지목했다. 하지만 이들이 범인이라는 결정적인 증거는 찾는데 실패하면서 최근까지 장기미제 사건으로 남았다.
이후 경찰은 지난해 9월 장기미제 살인사건 해결을 위해 수사전담팀을 광역당수사대 12명과 미제사건 전담수사팀 3명으로 확대 편성하고 수사에 집중했다. 경찰은 노파 살인 사건 발생 당시 현장에서 확보한 담배꽁초와 피해 할머니의 우측 손톱에서 채취한 DNA 등 증거물과 수사기록 37권을 수 개월 동안 분석했다.
이 과정에서 경찰은 특히 사건 발생 추정 시간대에 현장에서 임도로 약 1.7km 떨어진 7번 국도를 지나가던 차량을 얻어타고 간 남성을 유력한 용의자로 판단하고 인적사항 등을 특정하기 위해 수사력을 모았다.
그 결과 사건 발생 지역과 연고가 있고 지리에 밝으며, 절도 전력이 있는 A씨를 특정하고 차량에서 채취한 지문과 A씨의 지문을 대조해 차량을 얻어 탄 남성이 A씨인 것을 확인했다. 이와 함께 국과수로부터 현장 증거물로 확보한 DNA(피해자 손톱, 담배꽁초)와 A씨의 DNA가 일치한다는 감정 결과가 나오면서 16년간 미궁에 빠졌던 살인사건의 진범을 밝혀냈다.
경찰 관계자는 "억울하게 돌아가신 피해자의 명복을 빌며 큰 아픔을 겪은 유가족에게 깊은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며 "앞으로도 피해자와 유족의 아픔을 잊지 않고 피해자의 원혼을 달래기 위해 장기미제 살인사건 해결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