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러스트=연합뉴스)
중국 전인대(전국인민대표대회)가 홍콩보안법을 제정하기로 결정하면서 홍콩의 미래에 먹구름이 드리우고 있다.
전인대가 7개 조에 걸친 보안법의 주요 내용을 담은 ‘결정’을 찬성 2878명 대 반대 1명으로 의결했지만 아직 법안이 나온 것은 아니다.
보안법 시행 이후 홍콩의 모습이 어떨지는 전인대 상무뮈원회의 조문화 작업과 심의 의결을 절차가 끝나야 어느 정도 가늠해 볼 수 있다.
중국 당국이 명쾌한 입법 로드맵을 제시하지 않아 홍콩보안법이 완성되는 시기에 대한 보도는 춤을 추고 있다.
◇비판세력 뿐 아니라 일반인들도 감시권안에 상무위원회가 짝수달 하순에 열리기 때문에 이론적으로는 이달 말에도 가능하고, 8월말 또는 10월 말도 가능하다.
올해는 넘기지 않을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칼을 빼든 이상 속전속결로 법을 만들 것이라
지난 28일 중국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전체회의에서 홍콩 국가보안법(홍콩보안법) 초안이 통과된 후 대형 전광판에 '찬성 2천878표, 반대 1표, 기권 6표'라는 결과가 표시돼 있다(사진=연합뉴스)
는 관측도 나온다. 결국은 중국 공산당 지도부가 시기를 선택할 것으로 보인다.
아직 모습을 드러내지는 않았지만 홍콩보안법은 홍콩 사람들의 일상을 구속하게 될 것이 뻔하다.
보안법하에서 중국은 홍콩행정부와 별도의 정보기구나 보안기구를 둘 수 있다. 홍콩 행정장관은 시민들에 대해 국가안보 교육을 시키고 이에 대해 본토 정부에 매년 보고해야 한다.
이처럼 밑그림만 제시한 ‘결정’만 보도라도 홍콩보안법은 중국의 안보를 위협하는 이른바 불순분자나 외부세력뿐 아니라 평범한 일반인들도 감시망 안에 가둬 놓을 가능성이 높다.
중국에서 개인의 자유로운 정치적 견해 표출이 사실상 불가능한데 홍콩도 곧 그렇게 된다는 얘기다. 정치적 무관심을 강요당한 채 오로지 돈 버는 데나 신경을 쓰게 될 날이 올 수 있다.
중국 당국이 홍콩보안법 제정 방침을 공식화한 이후 감시망을 조금이라도 피할 수 있는 VPN(가상사설망)에 대한 관심이 폭증하고, 이민 문의가 급증하는 데는 다 이유가 있다.
◇홍콩 특별지위 박탈 당장은 면했지만
지난 28일 대만 타이베이에서 시민들이 중국이 제정하려는 '홍콩 국가보안법'(홍콩보안법)은 악법이라고 규탄하며 시위를 벌이고 있다(사진=연합뉴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트스는 지난달 31일 보안법으로 인해 정치적 자유가 축소될 것이라는 우려에 대만, 캐나다, 유럽 등으로의 이민 문의가 급증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또 해외 부동산 구매 결정은 늘어나는 반면 홍콩 현지 부동산을 팔려고 가격을 인하하는 사례가 나타나고 있다고 보도했다.
지난해 송환법 반대 시위에 대한 강경 대처에 이어 이번에 중국 당국이 홍콩에 보안법을 도입하기로 하면서 홍콩이 누려왔던 아시아의 금융허브 지위는 크게 흔들리고 있다.
미국은 중국이 홍콩보안법 제정 방침을 밝힌 이후 홍콩에 부여했던 특별지위를 철회하겠다고 공언해 왔다.
하지만 전인대에서 보안법 제정 결정이 내려졌음에도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홍콩 특별대우 제거 절차를 시작한다고 밝혔을 뿐 당장에 특별지위를 제거하지는 않았다.
홍콩에 대한 특별지위를 박탈할 경우 현지에 진출한 미국 기업의 손해는 막대한데 중국에 직접적인 타격을 가하는 게 쉽지 않다는 판단과 미·중 갈등을 파국으로 몰아가지 않겠다는 정치적 고려 때문으로 보인다.
그렇지만 홍콩에 대한 중국의 영향력이 커지면서 경제 활동의 자유 제약이 더 심해질 것을 우려한 해외 기업들이 서서히 철수하면서 홍콩이 누려왔던 아시아의 진주, 동양의 나폴리, 아시아의 금융허브 지위는 차츰 빛이 바랠 가능성이 높다.
◇글로벌 홍콩 아닌 중국의 홍콩 무슨 의미 있을까
중국은 미국이 홍콩의 특별지위를 취소하겠다고 압박하자 홍콩의 번영은 금융중심의 지위가 아니라 중국으로 통하는 ‘창구’ 역할과 본토 경제와의 특수 관계에서 온다고 주장했다.
이는 홍콩을 상하이, 선전 등 중국내 대도시 가운데 하나로 밖에 여기지 않는 중국 지도부의 인식을 반영한다. 홍콩을 중국화시켜 완전한 중국으로 만들겠다는 뜻이다.
일부 중국 학자들 사이에서는 홍콩보안법 도입 결정이 성급했고, 싱가포르 등 주변 국가들만 좋은 일 시켜줬다며 '지혜롭지 못한 일'이라는 비판도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자본주의의 첨단을 달리는 자유로운 현재의 홍콩이 아닌 중국화된 홍콩은 더 이상 홍콩이 아니라는 의미로 읽힌다. 하지만 이런 비판이 현실로 표출되지 못하는 게 중국의 현재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