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전국 어린이집이 임시 휴원에 돌입했을 당시. (사진=이한형 기자/자료사진)
어린이집과 유치원은 모두 집단감염 위험이 높은 곳 중 하나로 꼽힌다. 비슷한 나이대의 아동들이 밀집돼 생활하는 특성 때문이다. 하지만, 어린이집과 유치원은 마스크 착용부터 밀집도 관리까지 적용되는 방역 조치가 전혀 달라 문제가 되고 있다.
방역당국은 "영유아(0세~만6세 미만)를 대상으로 하는 어린이집에 마스크 착용을 의무화할 경우 관리가 어려워 오히려 감염위험이 높아질 수 있고, 등원 인원 제한은 논의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어린이집 학부모들은 유아(만3세~만6세미만)를 대상으로 하는 유치원에도 각종 방역조치를 취하고 있는 만큼 어린이집에도 비슷한 수준의 방역은 필요하다고 항변한다. 특히 '부천 쿠팡 물류 센터 집단감염' 등 코로나19의 소규모 확산세가 지속되고 있는 수도권 지역 학부모들의 불안감이 더 크다.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전국 어린이집이 임시 휴원에 돌입한 당시 서울 마포구 한 유치원 앞에서 학부모가 아이들의 마스크를 챙기고 있다. (사진=이한형 기자/자료사진)
◇유치원, 어린이집 둘다 코로나 위험 높은데 방역조치 '상이'교육부는 지난달 27일 유치원생을 초1·2학년, 중3, 고2와 함께 '2차 등교' 대상에 포함했다. 더 이상 보육대란, 학업일정 차질 등을 두고 볼 수는 없다는 이유에서였다. 이에 따라, 11일 오전 10시 기준 수도권의 3개 유치원을 제외한 전국의 유치원들이 등교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다만 교육부는 감염 우려를 최소화하기 위해 각종 조치를 내놨다. 대표적인 게 마스크 착용이다. 교육부 지침에 따르면 원생 및 교사는 상시 마스크 착용을 원칙으로 하되, 식사 시간·건강 이상 등 불가피한 경우에만 예외적으로 마스크를 벗을 수 있다.
뒤이어 교육부는 지난달 29일 '강화된 학교 밀집도 최소화 조치'를 발표했다. 이는 경기도 부천의 쿠팡 물류센터 등 수도권의 코로나 19 확산세가 지속되는 데 따른 조치였다.
이에 따라 수도권의 유치원과 초등학교, 중학교는 등교인원을 '3분의 1 이하'로 제한해 밀집도를 더 낮춰야 한다. 비수도권에서도 지역사회 감염 우려가 높은 지역은 '3분의 2 이하'를 강력권고하는 등교 기준이 유지된다.
보건복지부도 서울과 인천, 경기 등 수도권을 제외한 전국 단위의 어린이집에 대한 휴원조치를 지난 1일부터 해제한 상태다. 하지만 마스크 착용부터 밀집도 관리 등 어린이집에 적용되는 방역조치는 유치원에 적용되는 방역조치와 사뭇 다르다.
먼저 보건복지부는 어린이집의 경우 원생의 마스크 착용을 의무화하지 않았다.
보건복지부가 지난달 27일 배포한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 유행대비 어린이집용 대응 지침 Ⅴ판'에 따르면 보육교직원은 보육 시간 내 아동을 접촉하거나 보호자를 포함한 외부인을 접촉할 때 마스크를 착용해야 한다. 하지만 원생의 마스크 착용이 의무는 아니다. 노래·율동 등 집단활동이나 차량을 이용할 때 마스크 착용을 권고할 뿐이다.
보건복지부는 영유아의 경우 마스크 착용이 오히려 건강에 지장을 줄 수 있다는 질병관리본부 방침을 따랐다고 설명한다. 실제로 코로나19 중앙사고수습본부 윤태호 방역총괄반장은 "영유아는 마스크 착용 시 관리 자체가 어려운 측면이 있고 계속 마스크를 만진다든지 해서 감염의 위험이 상당히 커 의무적으로 권고하지는 않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유치원처럼 등 등원 인원을 제한해 밀집도를 강제적으로 낮추는 조치도 적용되지 않는다. △생활 속 거리 두기 준수 △보육 활동 시 접촉 최소화 △개별 놀이 중심 등의 내용이 권고사항으로 지침에 반영돼 있을 뿐이다.
코로나19 확진 환자가 추가로 발생한 20일 휴원에 들어간 서울의 한 어린이집. (사진=박종민 기자/자료사진)
◇어린이집 학부모들 '불안'…"일관된 지침 마련해달라"이같이 '다른 조치'에 자녀를 어린이집에 보내야 하는 학부모들은 불안함을 감추지 못했다. 24개월 미만의 영아의 경우 마스크 착용이 어렵다 하더라도 그 이상 연령의 아이들에게는 마스크 착용 등 적어도 유치원 수준의 방역조치는 취해져야 한다는 것이다.
4살 자녀를 두고 있는 학부모 김모(36세·경기도 성남)씨는 "긴급돌봄 서비스를 하면서 한 반에 3세부터 6세까지 아이들을 몰아넣게 되는데 아이들도, 선생님도 마스크 착용이 제대로 되지 않고 있었다"며 "사립이거나 소규모가 많은 어린이집 같은 경우 보건교사 지원을 받기도 힘들어 더욱 불안하다"고 걱정했다.
또 다른 학부모 A씨(36세·서울 종로구)는 "가뜩이나 불안감 속에서 아이를 어린이집에 보내는데 유치원과 어린이집의 지침이 다르면 학부모 입장에서는 혼란스러울 수밖에 없다"며 "일관된 지침이 생겼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사회적 거리 두기'를 지키기 위해 최소한 밀집도 제한이라도 필요하다는 지적도 있다. 김씨는 "보통 두 평 반 정도 되는 공간에서 8~10명의 아이들이 같이 생활을 한다. 2m 거리 두기가 지켜질 수 없는 상황"이라며 "큰방, 작은방, 거실 등 공간을 나눠서 생활하는 가정식 어린이집은 상황이 더 심각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식사 시간 같은 경우 급식실에 칸막이가 있는 학교와 달리 어린이집은 아이들이 둥근 책상에 모여 밥을 먹는다"며 "선생님이 밥을 챙겨 먹여줘야 하는 아이들도 많다 보니 사회적 거리 두기가 권고사항으로는 쉽지 않다"고 덧붙였다.
윤태호 중앙사고수습본부 방역총괄반장. (사진=연합뉴스)
하지만 이에 대해서도 방역당국은 조심스러운 입장을 밝혔다. 윤 방역총괄반장은 어린이집의 등원 인원 제한에 대해 "원내에서 거리 두기 등의 부분들이 비교적 잘 지켜지고 있다고 판단한다"며 "(어린이집) 밀집도를 50% 수준 이하로 낮출 건지 등의 부분에 대해서는 현장에서 일하는 분들과 함께 논의가 필요하다"고 답했다.
교사들은 현실적인 어려움을 토로하고 있다. 수도권 어린이집 교사 이모(27)씨는 '마스크 착용'에 대해 "어른들도 쓰기 어려운 마스크를 아이들이 종일 쓰기란 쉽지 않은 건 사실"이라면서 "어린이집마다 차이가 있는데 옆 어린이집은 만 1, 2세 아이들도 마스크를 쓴다고 한다"고 답했다.
'거리 두기'에 대해서는 "2m를 떨어져 있을 만한 공간이 나오지 않는다"며 "밥 먹을 때 자리 배치를 멀리 한다든지 놀이할 때 들어가는 아이들 숫자를 제한하면서 자체적으로 노력을 하는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40대 국공립 어린이집 교사 B씨도 "각반에 교사가 아동비율에 맞춰서 있다 보니 아이들과 떨어져 있는다는 건 있을 수 없다"며 "교사 입장에서도 불안하다"고 덧붙였다.
한편, 전문가들은 어린이집에도 적절한 방역조치가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한림대 강남성심병원 이재갑 감염내과 교수는 "어린 아이들이라고 코로나19에 걸리지 않는 것이 아니다"며 "맞벌이 부부의 보육문제 등을 이유로 어린이집을 불가피하게 운영해야 한다면 유치원 수준의 방역은 필요하다고 본다. 대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