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통한 한화 덕아웃 (사진=연합뉴스)
1982년 프로야구 원년에 창단한 삼미 슈퍼스타즈는 지금까지도 야구 팬 사이에서 가끔씩 회자되는 구단이다.
삼미는 프로 첫 시즌에 역대 단일시즌 최저 승률 18.8%(15승65패)를 기록했다. 1983년에는 30승을 기록한 장명부의 등장으로 돌풍을 일으키기도 했지만 1985년 개막전 승리 후 역대 프로야구 최다 기록인 18경기 연속 패배를 당하면서 체면을 구겼다.
삼미는 프로야구 올드팬에게 약팀의 대명사로 기억되고 있는 비운의 팀이다.
2020년 한화 이글스가 삼미에 대한 기억을 소환하고 있다.
한화는 지난 11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열린 KBO 리그 롯데 자이언츠와의 경기에서 0대5로 패하면서 17연패 늪에 빠졌다. 지난달 22일 NC 다이노스 원정경기 이후 약 3주동안 승수를 추가하지 못했다.
한화가 12일부터 대전에서 열리는 강팀 두산 베어스와의 주말 3연전 첫 경기에서 연패를 끊지 못하면 1985년 삼미의 18연패 기록과 어깨를 나란히 하게 된다.
패배가 계속 되면 삼미를 뛰어넘어 KBO 리그 역사상 가장 긴 연패의 수렁에 빠진 팀이 될 수도 있다.
한화는 지난주 한용덕 감독의 사퇴 이후 최원호 감독대행 체제로 전환했다. 최원호 감독대행은 분위기 쇄신과 체질 개선을 위해 1군 베테랑 선수들을 대거 2군으로 보내고 젊은 선수들로 1군을 채웠다.
젊은 선수들에게 1군 무대에서 경험을 쌓을 기회를 준 것이다. 리빌딩이 시급한 한화에게는 의미있는 발걸음이다. 문제는 연패다. 자칫 프로야구 역사상 최악의 연패를 기록한 팀으로 기억될 위기에 놓였다. 이를 달가워 할 구단은 없다.
그래서 한화는 지난 11일 연패 탈출에 사활을 걸었다. 벤치가 적극적으로 움직였다. 1회부터 득점권 기회에서 번트를 댔고 선발 장민재를 조기 강판시키는 '퀵후크'도 시도했다. 하지만 모두 결과가 좋지 않았다.
한화는 연패를 당한 지난 17경기에서 총 41득점에 그쳤다. 반면, 상대팀에게는 무려 146점을 허용했다. 17경기의 득실점 차이가 100점을 넘는다. 매경기 평균 6.2점차로 졌다는 의미다. 참고로 올시즌 KBO 리그의 팀 평균득점은 5.2점이다.
한화는 12일 경기에 외국인투수 채드벨을 선발로 앞세운다. 올시즌 다소 부진하지만 작년 11승10패 평균자책점 3.50으로 활약한 투수다. 상대팀 두산은 선발진의 줄부상으로 최원준을 대체 선발로 내세운다. 선발 경쟁력은 분명 한화가 나아 보인다.
하지만 타선의 능력과 무게감, 수비 지원 등 나머지 부문의 경쟁력은 모두 두산이 한수위다. 현재 한화에 젊은 선수들이 많다면 지금의 두산은 리그에서 가장 경험이 풍부한 선수들로 구성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최원호 감독대행은 부임 첫날 "분위기가 안 좋을 때 이슈메이커가 필요하다"며 젊은 선수들의 분발을 촉구했다. 새로운 스타가 나와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야 프로야구 역대 최약체의 이미지를 갖고 있는 삼미의 연패 기록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이슈를 만들지 않을 수 있다. 한화가 씻을 수 없는 불명예를 쓸 위기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