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해양스포츠제전 참가한 최숙현 선수 모습(사진=최숙현 선수 유족 제공)
전 소속팀 감독과 팀닥터, 선배들의 가혹행위에 시달리다 극단적 선택을 한 철인 3종 경기 유망주 고(故) 최숙현 선수 사건과 관련해 경북 경주시체육회가 팀 닥터로 알려진 인물을 수사기관에 고발하기로 했다.
경주시체육회 여준기 회장은 3일 "유족들이 갖고 있는 녹취록과 팀원들의 진술 등을 종합할 때 팀 닥터로 알려진 안 모 씨가 최 선수 폭행의 중심에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다음 주 초쯤 수사기관에 안씨에 대한 고발장을 제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가해자로 지목된 팀닥터는 경주시청 트라이애슬론팀이 임시 고용한 물리치료사로 의사도 아니고 의료면허도 없다.
그는 지난 2013년쯤 경주시청 트라이애슬론팀 감독의 소개로 각종 대회나 전지훈련 등에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감독보다 많은 나이와 군인올림픽에 출전하는 트라이애슬론팀의 팀닥터를 맡는 등 경북에서 영향력을 가진 인물이어서 팀에서 제왕적 행동을 했다는 증언도 잇따라 나오고 있다.
언론에 공개된 녹취록에는 안씨가 뉴질랜드 전지훈련 등에서 고인에게 "이리와, 이빨 깨물어"라고 말한 뒤 수차례 폭행하는 소리가 담겨 있다.
경주시 체육회 여준기(왼쪽) 회장이 지난 2일 최숙현 선수 학대 혐의를 받고 있는 경주시청 트라이애슬론팀 감독이 참석한 가운데 체육회 운영위원회를 열고 있다. (사진=자료사진)
하지만 그는 선수단 소속이 아니어서 지난 2일 열린 경주시체육회 인사위원회 청문 대상에서도 제외됐다.
경주시체육회는 안씨에 대해 폭행과 학대 등의 혐의는 물론, 의료면허 없이 활동한 점에 대해서도 수사를 의뢰할 방침이다.
최 선수는 식사 자리에서 탄산음료를 시켰다는 이유로 20만 원 가량되는 빵을 강제로 먹는 식고문을 당했고, 복숭아 1개를 감독에게 보고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폭행을 당했으며, 체중 조절에 실패했다는 이유로 3일 동안 굶거나 슬리퍼로 뺨을 맞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2일 이번 사건과 관련해 "피해자인 최 선수가 대한체육회 스포츠 인권센터에 폭력신고를 접수한 날짜가 4월8일이었지만 제대로 조치가 되지 않아 불행한 일이 일어나게 된 건 정말 문제"라고 지적하며 최윤희 문화체육관광부 차관에게 전반적인 스포츠 인권 문제를 챙기도록 지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