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의 김광현 (사진=연합뉴스)
김광현(32)이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의 5선발 경쟁에서 '밀린' 이유는 크게 두가지다.
첫째, 마이크 실트 감독이 지난해 마무리였던 카를로스 마르티네스에게 5선발을 맡긴 결정을 두고 현지 언론 세인트루이스 투데이는 '보상'이라고 표현했다. 그동안 마운드에서 큰 역할을 했던 마르티네스는 선발 복귀를 희망했고 구단은 기회를 주기로 했다.
두 번째 이유는 아이러니하게도 김광현의 구위가 워낙 좋았기 때문이다.
김광현은 3월 시범경기에서 총 8이닝 무실점을 기록했고 지난주 자체 청백전에서도 5이닝 무실점으로 잘 던졌다.
올해 마무리로 낙점된 조던 힉스가 건강상의 이유로 2020시즌 불참을 선언하면서 마무리가 공석이 됐다. 마르티네스의 마무리 복귀 가능성이 떠올랐지만 실트 감독의 선택은 김광현이었다.
미국 현지 매체들은 세인트루이스의 5선발 결정 소식을 전하면서 김광현이 올해 마무리를 맡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전했다.
결코 쉬운 결정이 아니다. 김광현은 KBO 리그에서 통산 298경기에 등판한 베테랑이지만 정규리그 마무리 경험은 없다.
불펜투수로 뛴 경험이 적지만 메이저리그 데뷔 시즌에 마무리 투수라는 중책을 맡게 됐다. 이처럼 과감한 결정을 내린 배경은 실트 감독이 김광현의 구위와 미국 무대 성공 가능성을 높게 평가했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또 실트 감독은 땅볼 유도 능력이 좋고 좌우 타자를 가리지 않는 능력 역시 높게 보고 있다.
그리고 실트 감독은 마운드 보직을 결정한 뒤 메이저리그 공식 홈페이지 MLB닷컴을 통해 흥미로운 이야기를 꺼냈다.
그는 선발투수로 쌓은 풍부한 경험이 불펜투수로 뛸 때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구단 역사를 돌아볼 때 그런 사례가 적잖았다는 것이다.
실트 감독은 "김광현의 훈련 파트너였던 애덤 웨인라이트도 마무리 경험이 있고 마르티네스 역시 불펜에서 뛰었다. 그들은 잘 해냈다"며 "김광현처럼 수준높은 무대에서 수많은 위기 상황을 겪은 투수라면 신뢰할 수 있다"고 말했다.
웨인라이트는 2000년부터 2005년까지 마이너리그에서 선발투수로 135경기에 등판했지만 2006년 메이저리그 첫 풀타임 시즌 때 불펜투수를 맡았다.
2006시즌 막판 마무리 제이슨 이스링하우젠이 부상을 당하자 세인트루이스는 신예 웨인라이트에게 마무리를 맡겼다. 웨인라이트는 그해 포스트시즌에서 총 4세이브를 올리며 팀의 월드시리즈 우승을 견인했다. 이후 웨인라이트는 줄곧 선발투수로 뛰었다.
마르티네스 역시 3시즌 이상 풀타임 선발로 활약한 뒤 불펜투수로 전환했다. 잦은 부상이 계기가 됐지만 지난해에는 4승2패 24세이브 평균자책점 3.17을 올렸다. 힉스가 부상으로 빠진 이후 뒷문을 잠그는 역할을 잘 해냈다.
마무리 투수는 심적 부담이 큰 자리다. 풀타임 마무리 경험이 없는 김광현에게는 큰 도전이다. KBO 리그에서, 국가대표 유니폼을 입고 쌓은 수많은 경험을 믿고 도전에 나서야 하는 상황이다. 실트 감독은 그 부분을 주목했다.
김광현은 KBO 리그 시절 포스트시즌에서 두 차례 세이브를 한 경험이 있다. 2010년과 2018년 SK의 한국시리즈 우승을 확정짓는 세이브였다.